짜증은 나의 힘, 고집불통 페르디낭
웃기지 않은데 어쩐지 웃겨, 그의 황혼 라이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오베라는 남자』에 이어 유럽 문학의 중심 프랑스에서 새로운 소설이 찾아왔다. 소설가 오렐리 발로뉴는 그녀의 첫 소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주목받았으며 20만 독자들이 그녀의 이이기를 읽었다. 오렐리 발로뉴의 소설 속 페르디낭은 고집불통에 괴팍한 노인으로 앞서 소개한 소설들의 주인공과 닮았다. 세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까칠해질 수밖에 없는 페르디낭은 점점 변해가는 세상이 싫다. 부인과 딸도 자신을 떠나고 애완견 데이지만 남았다. 이웃과도 이야기 나누기 싫으며 이웃이 나를 괴롭히는 것은 정말 싫다. 그의 인생은 우리들의 인생과 너무나도 닮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모여 살고 있지만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이 드물다.
이웃과 소통하지 않으며 고집불통에 괴팍남이자 원리원칙만을 고수하는 페르디낭에게 인생의 위기가 닥친다. 사랑하는 애완견 데이지를 잃고 양로원으로 쫓겨나야 하는 사건이다. 갑작스런 위기에 어쩔줄 몰라하는 페르디낭은 윗집 꼬마 줄리엣과 이웃집 노파 베아트리스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긴다. 페르디낭은 인생 최악의 순간에 최고의 이웃을 만난다. 이 소설은 까칠한 노인 페르디낭의 괴팍함에 피식 웃다가도 이웃 사이의 관심과 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양로원에 가느니 콱 죽어버리겠다”
이웃집 짜증남의 리얼 스토리
언제나 조용하고 하루하루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는 프랑스 파리 보나파르트 가 8번지. 이곳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녀들이 성장해 둥지를 떠나고 덩그러니 노파들만 남았다. 아파트는 고양이의 가르랑거림이나 카나리아의 노랫소리, 노파들이 둘러앉아 노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한 훼방꾼이 도착한다. 알 수 없는 과거와 이상한 비행들로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 페르디낭 브룅, 그것도 혼자 사는 남자라니! 이 소설의 주인공 80대 노인 페르디낭은 즉시 보나파르트 가 8번지 아파트에 사는 노파들을 오싹오싹 두려움에 떨게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페르디낭 브룅은 참으로 특이한 남자다. 그는 점점 귀가 잘 안 들렸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몇 시간 더 뒤에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끝까지 버텼지만 14일이 되기 20분 전에 그를 낳았다. 아내는 그가 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다른 남자와 도망가버렸다. 페르디낭은 주차 자리를 뺏길까봐 빈 석유통을 들고 주유소에 다녀오는 사람이다. 바짓단이 다 해지고 헐렁해진 바지를 입고 구멍 난 팬티들을 입는다. 한마디로 고집불통 민폐 노인이다.
그의 괴팍함을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쓰레기통에 불 지르기, 입만 열면 잔소리, 분리수거 무시하기, 연쇄 살인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책 읽으며 주변에 겁주기, 노파들 티타임 즐기는 데 청소기 돌리기, 한밤중에 음악 틀어 잠든 아기 깨워 울리기, 초인종 누르는 데 대꾸 안 하기. 얌전한 이웃 쫓아내기까지.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애완견 데이지다.
“모든 게 단순하다. 교활함이 없다. 속박이 없다. 애정을 미끼로 하는 협박 따위도 없다. 소소한 배려든 부드러운 말이든 찔끔찔끔 인색하게 굴 필요가 없다. 어찌 되었든 그는 그런 걸 할줄 모르는 사람이다. (중략) 하지만 데이지가 어제 저녁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페르디낭은 피가 마르는 것 같다. 데이지는 그가 사는 마지막 이유다. 그는 데이지를 기다릴 것이다. 어쨌든 여든두 살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이웃집 노파 베아트리스에게서 데이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페르디낭은 실의에 빠진다.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꼼짝하지 않는다. 그는 일어나고 싶지도 않다. 적막한 집의 침묵이 그를 숨 막히게 한다. 그는 이제 아무런 욕구도 없다. 이혼했을 때처럼 먹고 싶지도 않다.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하는 그에게 작은 꼬마, 줄리엣이 불쑥 찾아온다.
“난 점심 먹으러 왔어요! 난 학교 식당이 싫어요. 난 줄리엣이에요. 이제 할아버지를 페르디낭이라고 부르겠어요. 그게 더 간단하잖아요.”
“한 번 더 말하겠다. 네가 들고 온 것 가지고 여기서 당장 꺼져. 뻔뻔한 것 같으니!”
평온하고 아무 일 없으며, 게다가 애완견 데이지가 죽고 세상 누구와도 대화하기 싫은 페르디낭에게 윗층으로 이사온 줄리엣이 나타난다. 초등학교 5학년 쯤 되는 천진난만한 줄리엣은 페르디낭의 집에 찾아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 불편해했던 페르디낭도 줄리엣에게 마음을 열고, 아내가 떠나버린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이야기해준다.
“내가 할아버지 집에 오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이 아파트 건물에서 유일한 할아버지이고, 나는 학교식당에 가기 싫어서예요. 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가 좋아요. 할아버지는 재밌고 웃겨요. 난 좀 웃음이 필요해요. 작년에는 그렇게 좋은 해가 아니었어요. 엄마가…….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었어요. 우리 엄마는 정말 놀라운 여자였어요. 아주 예쁘고 아주 똑똑하고 훌륭한 특파원이었어요. (중략) 나는 엄마를 너무 자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저 엄마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버지와 동생 엠마한테 친절하게 하는 거요.”
“네 엄마 일은 안됐구나! 네 이야기를 들으니 참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왜 혼자예요?”
“뭐 내 이야기는 다른 모든 사람의 이야기와 같아. 내 마누라는 내가 지겨웠던 것 같아, 아마도. 내가 끄떡하면 말없이 사라지고, 우린 허구한 날 싸웠지. 그게 지겨웠나봐.”
하지만 그의 평온함도 잠시, 괴팍한 민폐 노인 페르디낭이 아파트 관리인 쉬아레 부인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관리인 쉬아레 부인은 아파트의 평화를 위해 페르디낭을 쫓아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그녀는 페르디낭이 기르던 개 때문에 자신의 카나리아가 죽었다고 믿는다. 아파트 정문 앞에 개똥이 있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건물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그녀는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페르디낭이 최단 기간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치게 할 계획을 짜냈다. 그것은 바로 페르디낭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 데이지를 없애고, 페르디낭의 딸을 부추겨 혼자 쓸쓸하게 살 페르디낭을 양로원으로 보내버리는 계획이다.
쉬아레 부인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페르디낭에게 불행이 다가오는 가운데, 어느날 쉬아레 부인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는다. 페르디낭은 아파트 관리인 쉬아레 부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유치장에 갖힌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유일한 혈육인 딸 마리옹은 지금 싱가포르에 있다. 게다가 자신을 잡아온 사람은 바로 마리옹의 전남편이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꼬마 줄리엣에게 기대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은 그에게 절망적이다. 그는 이대로 감옥에서 남은 평생을 보내야 하는 것인가. 인생이 송두리째 붕괴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페르디낭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이제 시작된다
■ 독자 서평
유머가 가득한 빼어난 소설.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말로 공유해야 할 소설! _ Fichefet
소설은 우리를 이 아파트 건물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그 안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페르디낭을 비롯 끌로델 부인, 줄리엣과 함께 더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이들에게 애착을 느꼈다. _ Cath
매우 인간적인 소설이다. 늙음, 죽음, 후회, 가족에 대한 이야기. _ poutchid
읽기 쉽고 매우 행복하게 하는 책. 우정과 사랑,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한다. _ kerusore
재밌다. 전철 안에서 읽다가 여러 번 웃음을 터트려 옆자리 사람들로부터 의심스러운 눈총을 받았다. 따뜻하고 너무도 생생한 소설! 브라보!! _ TOSCANO
정감이 넘치는 따뜻한 소설. 너무 좋다. 처음에는 페르디낭의 근심거리, 불운으로 시작하지만 끝날 때는 애정이 폭발한다!!! 꼭 읽어야 할 책, 또 아낌없이 다시 읽어야 할 책. _ Laurence Hernandez
매우 마음에 드는 소설, 빨리 읽힌다. 우리는 주인공들의 세계와 이야기 속에 빠져서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뒤를 쫓는다.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 매력적인 주인공들, 유머가 배어 있는 문체, 소설 구성의 실제적 능력 등등 저자, 오렐리 발로뉴는 진정한 작가의 재능이 있다. 전도 유망한, 성공적인 첫 작품으로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_ Jo
물 흐르는 듯 유려한 문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흔한 어느 페르디낭 씨의 이야기. 작은 계기 하나로 그는 자신의 껍질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페르디낭의 “재사회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따라간다. 한 때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설. 적극 추천. _ doudou
작가는 매우 따뜻한 시선으로 보편적인 주제들을 다룬다. 우정, 일상, 가족 또는 과거 등이 신선하고 가볍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독자는 이 매력적인 인물들 중에 주변의 가까운 누군가의 모습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벌써 이 책의 영화 버전을 상상해본다! _ Marianne MA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