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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미학 산책

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5건 | 판매지수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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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솔 출판사에서 출간된 『한시 미학 산책』을 새롭게 펴낸 것입니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696쪽 | 956g | 140*210*35mm
ISBN13 9788958623601
ISBN10 89586236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지은이의 말
찾아보기

첫 번째 이야기_ 허공 속으로 난 길 ― 한시의 언어 미학
두 번째 이야기_ 그림과 시 ― 사의전신론(寫意傳神論)
세 번째 이야기_ 언어의 감옥 ― 입상진의론(立象盡意論)
네 번째 이야기_ 보여주는 시, 말하는 시 ― 당시와 송시
다섯 번째 이야기_ 버들을 꺾는 뜻은 ― 한시의 정운미(情韻味)
여섯 번째 이야기_ 즐거운 오독 ― 모호성에 대하여
일곱 번째 이야기_ 사물과 자아의 접속 ― 정경론(情景論)
여덟 번째 이야기_ 일자사(一字師) 이야기_ ― 시안론(詩眼論)
아홉 번째 이야기_ 작시, 즐거운 괴로움 ― 고음론(苦吟論)
열 번째 이야기_ 미워할 수 없는 손님 ― 시마론(詩魔論)
열한 번째 이야기_ 시인과 궁핍 ― 시궁이후공론(詩窮而後工論)
열두 번째 이야기_ 시는 그 사람이다 ― 기상론(氣象論)
열세 번째 이야기_ 씨가 되는 말 ― 시참론(詩讖論)
열네 번째 이야기_ 놀이하는 인간 ― 잡체시의 세계 1
열다섯 번째 이야기_ 실험정신과 퍼즐 풀기 ― 잡체시의 세계 2
열여섯 번째 이야기_ 말장난의 행간 ― 한시의 쌍관의(雙關義)
열일곱 번째 이야기_ 해체의 시학 ― 파격시의 세계
열여덟 번째 이야기_ 바라봄의 시학 ― 관물론(觀物論)
열아홉 번째 이야기_ 깨달음의 바다 ― 선시(禪詩)
스무 번째 이야기_ 산과 물의 깊은 뜻 ― 산수시(山水詩)
스물한 번째 이야기_ 실낙원의 비가(悲歌) ― 유선시(遊仙詩)
스물두 번째 이야기_ 시와 역사 ― 시사(詩史)와 사시(史詩)
스물세 번째 이야기_ 사랑이 어떻더냐 ― 정시(情詩)
스물네 번째 이야기_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 ― 상동구이론(尙同求異論)
에필로그 _ 그때의 지금인 옛날 ― 통변론(通變論)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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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지난 2010년 10월 6일 수요일 오후 한양대에서 정민 선생님을 뵈었다. 다음날 7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논문 발표를 위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 학생에게서 자신의 논문을 중국어로 읽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학부와 대학원 강의, 논문 및 저서 집필, 연구, 논문 발표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짧은 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시간을 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개정판 발간을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는데, 그 순간순간 나누었던 내용도 부분적으로 삽입되었음을 밝힌다(편집자주).


Q :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시 미학 산책》 완결개정판이 발간되었습니다. 대중들과 호흡한 첫 책이 아니었나요. 선생님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의미가 큰 책인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한시 미학 산책》은 제가 해왔던 한시 읽기 공부와 한시 이론 공부를 시인들을 독자로 해서 정리한 작업이었습니다. 〈현대시학〉에 연재하면서 시인 독자들과 교감하면서 진행했던 작업이어서 무척 즐거웠고 보람도 있었고, 나름 흥분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그랬고, 요즘도 시인들이 시집을 제게 보내옵니다. 그분들이 제게 책을 보내는 것은 “《한시 미학 산책》 잘 보았습니다.”라는 감사의 표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시인들이 시를 배우는 제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것이 보람이었습니다.

Q : 〈현대시학〉에 연재했던 시기가 1994년이었지요. 당시 출판계와 학계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1993년 12월 〈현대시학〉의 정진규 주간이 ‘옛 시인들의 한시 쓰기’에 대한 원고를 청탁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때 쓴 글이 지금 제 홈페이지도 있어요. 〈詩話, 행복한 시 읽기〉라는 제목입니다. 평소 해왔던 한시 읽기 공부와 이론 공부를 정리하는 것이어서 큰 부담 없이 썼어요. 지면에 발표되자 박희진 유안진 같은 중견 시인들이 “도대체 정모라는 사람이 누구냐?” “폴 발레리의 시 이론들보다 훌륭하다”며 관심을 나타냈어요.

Q : 초판 출간 당시의 사회문화적, 학술적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당시 한문학계는 다른 분야처럼 1980년대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리얼리즘 이론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연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다산의 애민시나 농민시, 현실문제를 다룬 위항인(중인)들의 한시를 분석한 연구가 넘쳐 났지만 미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은 드물었어요. ‘이데올로기만 남아 있고 아름다움을 논하지 않는’ 당시 문학 담론에 답답해했고, 그 결핍은 곧 새로운 미학이론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때 개인적으로도 이데올로기가 문학의 본령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굳혔고, 독자들도 박노해 시인에서 도종환과 이해인 시인을 찾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Q : ‘시학’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그것을 연상하던 시인들에게 연암이나 이규보의 이론, 권필 시선을 통해 시를 설명하는 선생님의 방식이 정말 신선하고, 또 깜짝 놀랄 일이었을 겁니다. 편집자인 저 역시도 지금 이 책을 읽고는 그런 충격을 받았거든요.
고려시대 광종 때 과거제가 도입된 이후 시를 통해 관료를 충원한 나라인데 시 이론이 얼마나 융성했겠어요. 또한 500년 동안 작시(作詩)를 통해 관료를 충원했던 국가(조선)라면 얼마나 시 이론이 융성했을지를 상상해보세요. 당시에는 어떤 시인이나 연구자도 그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어요. 소통을 위해서 각주를 빼고 한시의 눈높이를 낮추니까 글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만한 시인들이 호응한 것이에요 한시를 통해 시의 미학적 원리를 진지하게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이 신선한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시대적 상황도 작용했을 겁니다.

Q : 《한시 미학 산책》이 대중과의 소통을 첫 물꼬를 튼 작품이지요. 독자들에게 어떤 면이 어필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대의 코드와 호흡했기 때문이겠지요. 시대와 소통했기에 당시 학계에서 금기시됐던 자유로운 글쓰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요. 우리가 어릴 때는 삼국지라면 오직 박종화의 삼국지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이문열이나 장정일의 방식이 아니라면 읽어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글 쓰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저는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그 문제를 민감하고 절실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Q : 이번에 새롭게 개정한 《한시 미학 산책》에는 새롭게 추가한 글이 있지요. 스물네 번째 이야기로 수록된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상동구이론(尙同求異論)〉입니다. 상동구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해서도 안 되고, 옛것과 완전히 달라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하면 알아듣지 못할 말이 되고, 완전히 다르면 굳이 옛것이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같고도 다르게, 다르지만 같게 하려면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음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다름을 추구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같은 것은 정신이요 알맹이고, 다른 것은 껍데기요 형식입니다. 저급의 모방은 꼭 겉모습을 흉내 냅니다. 한번은 속아도 두 번은 안 속씁니다. 고급의 모방은 원리를 본뜨는 것입니다. 겉보기엔 완전히 다른 얘긴데, 알고 보면 똑 같은 것입니다. 우리 고전을 현대화한다면 바로 여기에 그 비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Q : 편집자로서는 매우 의미 심장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선생님 논문에서 ‘고전이라고 해서 아무 고전이나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옛 그림에도 수준이 있고, 지금의 글씨에도 높낮이가 있다. 무턱대고 옛것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옛것이라야 한다. 높은 수준 앞에서는 양(洋)의 동서도 없고, 때의 고금도 없다. 이것이 고전이 지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고전 텍스트를 깊게 섭렵하고 연구해오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고전 텍스트 그대로는 안 되고 솜씨 있게 가공해야 합니다. ‘사기사(師其辭)’가 아니라 ‘사기의(師其意)’ 한다면, 즉 형식으로서가 아니라 원리로서 옛것을 배우려 한다면 지금 필요한데 없는 것은 예날 속에 이미 다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기(機)’를 읽어내는 안목입니다.

Q : ‘기(機)’를 읽어내는 안목이라…….
기는 말 그대로 기회(機會)요, 기관(機關)이며 기축(機軸)이고, 기능(機能)이요 기지(機智)입니다. 기(機)는 비밀스러워 기밀(機密)이고 기는 자칫 위태로워 위기(危機)이죠. 기가 모이면 기회(機會)가 되고, 기의 중추(中樞), 즉 기추(機樞)는 문의 지도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심(機心)은 따져 분별하는 마음이에요. 기는 그러니까 이것과 저것이 갈라지는 분기점입니다. 사람은 임기응변(臨機應變)을 잘해야 한다지요. 그런데 임기응변이란 “그때그때 그 시기에 임하여 적당히 일을 처리함”이 아입니다. 대충 때워 넘어가라는 말이 아니라, 기에 임하여, 즉 어떠한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 상황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면 적절한 판단이 필수적이겠지요. 임기(臨機)해서 응변(應辯)하고, 응변하여 작제(作制)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화에 부응하여 그 상항에 가장 알맞은 방식[制]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고전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임기응변하고 응변작제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 해선 소용없고 나대로 해야 합니다.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럴듯하게 해서는 안 되고 똑바로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Q : ‘소통을 염두에 둔 인문학적 글쓰기’를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을 위해 선생님께서 가장 애쓰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시미학산책》을 펴낸 다음 시인들이 잘 읽었다며 편지를 보내왔는데 예상보다 훨씬 높은 반응이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그 다음부터 ‘소통을 염두에 둔 인문학적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논문을 쓰면 우리 분야 여남은 명 정도가 읽어보는데, 조금 관점을 달리해서 쓰면 수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죠. 무엇이 더 가치있냐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내용과 문체에서 모두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사람들은 나의 문체가 유려하다고 평하지만, 나 자신은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습니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누지요.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입니다. 아무리 공들여 쓴 표현이라도 퇴고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도려내요. 그럴수록 전달력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나면 3번 소리 내서 읽어요. 제가 읽고 고치고 아내에게 부탁합니다. 아내가 읽어가다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건 문장이 잘못된 거예요. 그런 곳들을 한 번 더 고칩니다.

Q : 문학 연구가 문화 연구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한국 한문학의 비전과 문화사적 시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2007년 이후 선생님의 저서를 보면 이 흐름과 맥락을 가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볼 것을 못 보면 못 볼 것을 봅니다.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볼 것인가? 문화사적 시야를 지닐 때 한국 한문학의 비전은 무한대로 확산된다고 생각해요. 열린 눈으로 텍스트를 보면 문화의 새 길이 보이고, 패턴으로 읽으면 흐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하일기》도 문화사적 시야를 가지고 읽어봐야 할 텍스트입니다. 조선 지식인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한 과거 중화의 문물들이 연암에게는 ‘못 볼 것’이 되고, 저들이 ‘못 볼 것’이라고 여기는 청의 발달한 문물과 제도 위에 그는 집요쿇게 눈길을 준다. 보는 것이 다른 것은 생각이 달라서입니다. 생각이 다르니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연암은 일기에서 ?꾸 ‘못 볼 것’만 들춰내고 ‘볼 것’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댔어요…… 문화사적 시야로 바라볼 때 전혀 새롭게 음미될 자료들은 무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의 방식을 바구고, 접근의 경로를 고쳐서, 신발끈을 새로 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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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한시 미학 산책』 완결개정판이 발간되었다. 1996년 초판이 발행된 지 15년 만이다. 옛 시인들의 한시 쓰기에 대한 글에서 시작된 『한시 미학 산책』은 한시의 세계를 풍성한 예화로 정겹고 운치 있게 말해주는 한시입문서, 한시의 다양한 형태미와 내용 분석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고급교양서로 자리매김하여, 여러 영역의 독자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명저가 되었다.
한시를 통해 시의 미학적 원리를 깊고 넓게 탐구하여 전문 연구자들도 만만히 접근할 수 없었던 한시와 미학이라는 두 개의 주제를 유익하고 흥미롭고 감상할 수 있는 열린 텍스트가 된 이 책은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고전 읽기라는 새로운 장(場)을 열어주었다. 전적(典籍)의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한시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 한시에 대한 관심이 회고나 호사 취미로 여겨졌던 우리 풍토에서 1996~2010년까지 15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시의 짙은 시향과(詩香)과 아름다움, 옛글의 정취, 그리고 ‘지금 여기’와의 소통을 향한 여정은 지은이의 애씀으로 15년 만에 완결개정판을 발간하면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초판 발행 때 서른 여섯의 혈기 왕성한 소장학자였던 지은이는 15년 전의 문장을 거의 모두 새로이 쓰다시피 했고, 그간의 연구에서 발견한 성과를 토대로 몇 부분을 새롭게 다시 집필했고, 없었던 글을 새로 추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완결개정판에서는 전에 없었던 도판을 추가하여 시와 그림의 예술적 전통의 연관성을 실감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시 읽기’와 함께 ‘그림 읽기’가 지닌 예술적 감수성의 같음과 다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초판을 펴내고 15년이 지났다. …… 젊어 쓴 글이라 과욕과 치기가 더러 보인다. 전에 안 보이던 부분이 새로 짚인다. 인용 작품도 더 적절한 예가 눈에 띄곤 했다. 그래서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냈다. 대부분의 문장을 고쳤다. 내용은 특별히 손대지 않았다. 책은 나름의 운명이 있는 법이다. 틀을 그대로 둔 것은 그동안 이 책을 아껴준 독자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기도 하다. 개정은 주로 덜어내고 깎아내고, 관점을 교정하는 일에 주안을 두었다.
선시(禪詩)와 잡체시를 비롯한 몇 항목은 새로 쓰다시피 고쳤다. 한시와 현대시를 비교해 읽은 글은 앞서 없던 것이다. 시 번역을 모두 바꿨고, 제목도 통일을 기해 손질했다. 도판을 여럿 넣어 눈을 즐겁게 한 것이 특별히 자랑스럽다. 보기가 한결 시원하다. 혹 지난 책을 아껴 읽어주신 독자라면 달라진 부분을 견줘보는 일이 필자에게처럼 기쁨이 되었으면 싶다.
― 본문 4쪽, 〈개정판 지은이의 말〉에서

천 년의 시향詩香에 짙게 드리운 ‘우리 시대 인문 정신’
― 『한시 미학 산책』의 특징 1

천 년이 넘는 문학 전통을 지닌 한시의 세계! 그 시향(詩香)의 세계를 15년 동안 독자와 함께 때로는 깊게, 때로는 넓게 탐험한 『한시 미학 산책』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책일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지은이의 유려한 글쓰기와 감동스런 해석, 옛 시인의 빛나는 사유, 넘쳐 흐르는 삶의 통찰 등이 독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시에 대한 기초 입문서이며 동시에 높은 안목을 보여주는 비평서이고, 창작의 원리와 현묘함을 다룬 창작론이며 전통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문화론이기도 한 『한시 미학 산책』의 완결개정판 발간을 준비하면서, 또 하나의 발견이 있었다. 그것은 천 년의 시향 가득한 책 속에 단아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 시대 인문 정신’이었다. 지은이의 학문과 삶에 대한 참다운 애정과 삶을 바라보는 통찰을 보았고, 시와 그림의 행간에 스며들어 있는 우리 인문학이 현실, 이념과 현실의 괴리, 지식인의 역할과 놓인 자리 등 시대와 지식을 바라보는 성찰이 아로새겨 있었다.
지은이는 흐른 것은 시간일 뿐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고 과거는 ‘오래된 미래’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에게 고전은 ‘오래된 미래’의 보물창고였다. 『한시 미학 산책』에는 시대의 변화상과 생각의 흐름, 삶의 전체성과 다양성, 열린 텍스트로서 이종 영역 간의 융합성 가능성, 개구쟁이 같은 놀이 정신, 놀랄만한 해학과 풍자 등 실용과 순혈의 잦대 아래 잊혀진 ‘우리 시대의 인문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고전이라고 해서 아무 고전이나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옛 시에도, 옛 그림에도 수준이 있고, 지금 글씨에도 높낮이가 있다. 무턱대고 옛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옛것이라야 한다. 높은 수준에서는 양(洋)의 동서도, 때의 고금도 없다. 이것이 고?이 지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이다.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되고 솜씨 있게 가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치열한 사유와 글쓰기를 통해 이룬 텍스트의 개방성은 오래된 것을 가장 모던한 감각으로 풀어내는 소통의 인문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당장 필요한 것은 ‘기(機)’를 읽어내는 안목이다. 기는 말 그대로 기회(機會)요, 기관(機關)이며 기축(機軸)이고, 기능(機能)이요 기지(機智)입니다. 기(機)는 비밀스러워 기밀(機密)이고 기는 자칫 위태로워 위기(危機)이죠. 기가 모이면 기회(機會)가 되고, 기의 중추(中樞), 즉 기추(機樞)는 문의 지도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심(機心)은 따져 분별하는 마음이에요. 기는 그러니까 이것과 저것이 갈라지는 분기점입니다. 사람은 임기응변(臨機應變)을 잘해야 한다지요. 그런데 임기응변이란 “그때그때 그 시기에 임하여 적당히 일을 처리함”이 아입니다. 대충 때워 넘어가라는 말이 아니라, 기에 임하여, 즉 어떠한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 상황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면 적절한 판단이 필수적이겠지요. 임기(臨機)해서 응변(應辯)하고, 응변하여 작제(作制)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화에 부응하여 그 상항에 가장 알맞은 방식[制]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 〈보도자료 6. 지은이 인터뷰〉에서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스물네 가지 한시 이야기
― 『한시 미학 산책』의 특징 2

『한시미학산책』은 동아시아의 한시 이론을 빌려 중국과 한국 한시를 주제, 형식, 작법에 따라 스물 네 개의 테마로 분석하고 해석한 책이다. 중국의 두보, 이백은 물론이고 신라의 최치원, 고려의 정지상, 이규보, 조선의 이덕무, 이옥, 그리고 현대의 박목월과 조지훈 등 국문학사를 장식한 대시인의 작품과, 계몽기의 언문풍월 등을 포함해 소재의 공간적ㆍ시간적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한시 이야기는 모두 스물네 편이다. 한시의 언어 미학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를 비롯하여, 당시[唐音]와 송시[宋調], 정경론(情景論), 시안(詩眼)과 시마(詩魔), 잡체시와 파격시를 거쳐 선시(禪詩), 여기에 완결개정판을 위해 새로이 쓴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에 이르기까지 이 봉우리 저 골짜기엔 구름도 많고 물길도 여럿이다. 한시를 왜 읽고 배우는지, 오늘을 사는 사람은 어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숙고하는 에필로그로 기나긴 한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시의 여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시를 보고 읽고, 그 아름다움과 뜻을 친절하고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이러한 한시의 미학을 ‘체험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한시가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지은이가 공들여 읽고 깊이 추구한 뒤에 내놓은 것이라 독자에게 결코 생경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예시가 되어 한시 전체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 역할을 한다. 그런 치열한 탐구와 엄격성이 있었기에 잘못 논증된 부분에 대한 비판이나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태백의 유명한 구절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에 대한 기존의 해석을 반박하고, 또 권필이 의주에서 그를 찾아온 형 권겹을 만나 감격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는데, 이 시의 7구를 잘못 해석하여 완전히 다르게 오역한 사례를 비판하며 적실한 해석을 붙이기도 한다.
전반부에선 주로 한시의 미학을 논했다. 반면 중반부 이후에는 시에 얽힌 시인들의 사연, 문자 유희에 가까운 시들, 그리고 조선후기 한시의 변천과정에서 보여주는 파격과 해체 등 '이야기'가 풍부하다. 시는 현실에 맞선 자기 성찰과 혁신의 산물이며 시인은 떳떳한 기상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 또 잡체시는 한시만이 가질 수 있는 문자 유희의 재미를 보여주는 데, 재치와 언어구사력이 흥미롭다. 조선 중후기에는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면서 한시에 대한 의도적인 해체나 파격이 성행하는데, 그 대표적 인사가 김삿갓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창작된 수많은 시들을 시대 상황과의 관련 속에 살피면서, 저자는 그 시들의 묘미를 인정하면서도 시대정신의 몰락이 가져온 문화의 하강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말과 글이 가고자 하는 곳을 노려본다. 왜 이렇게 치열할 정도로 한시와 문장론에 집착하는 걸까? 왜 문장론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박지원의 문장을 샅샅이 연구하며, 한시에 매달리는 걸까? '말' 혹은 '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을 그리워하며 무엇을 추구하는가? 그리고 말과 글은 어떻게 드러나고 숨어야 하는가? 이것이 애초의 화두였던 바, 한시는 이러한 문장의 미학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문장도 예외 없이 고치다
― 『한시 미학 산책』의 특징 3

정서적 미감의 상실 시대에 우리 고전의 가치를 새펷게 인식하고 그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한 『한시 미학 산책』! 1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독자가 변했고, 지은이도 변했다.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또 필연적인 것이다. 우리 고전을 현대어로 옮겨오는 데 있어서도 눈금의 조정은 당연하고 마땅하다.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해서도 안 되고, 옛것과 완전히 달라서도 안 된다. 그대로 하면 알아듣지 못할 말이 되고, 완전히 다르면 굳이 옛것이라 할 이유가 없다. 같고도 다르게, 다르지만 같게 하려면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 같음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다름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같은 것은 정신이요 알맹이다. 다른 것은 껍데기요 형식이다.
『한시 미학 산책』의 완결개정판도 마찬가지다. 세월 따라 생각이 바뀌고 안목이 달라졌고, 과욕과 치기가 앞선 곳도 있었고, 전에 안 보이던 부분이 새로 짚였다고 한다. 인용 작품도 더 적절한 예가 눈에 띄었고, 그래서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냈다. 한 문장도 예외 없이 고쳤다. 선시(禪詩)와 잡체시를 비롯한 몇 항목은 새로 쓰다시피 고쳤다. 한시와 현대시를 비교해 읽은 글은 새로이 추가했다. 특히 시 번역은 가능한 한 새로 했고, 스물네 개의 제목도 통일을 기해 손질했다. 특히 전에는 없었던 도판을 컬러로 70여 컷 이상 수록하여 눈을 즐겁게 한 것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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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산책하듯 다가가는 한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나* | 2018.09.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산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는 거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고 내 몸에 쉼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푸르른 자연환경은 신선함과 자극을 준다. 그럼 책에서의 산책이란 뭘까? 무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꼭 알아내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산책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몸으로 하는 산책처럼 부담가지지 말고 가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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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는 거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주고 내 몸에 쉼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푸르른 자연환경은 신선함과 자극을 준다. 그럼 책에서의 산책이란 뭘까? 무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꼭 알아내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산책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몸으로 하는 산책처럼 부담가지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읽기. 머리로 무언가를 꼭 얻어야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가슴으로 여유 있게 느끼며 생각하는 책읽기. 그것이 책 읽기에서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한시미학산책이란 책도 그런 의미로 접근하고 싶었다. 결코 친하지 않는 한자와의 만남이 부담이 되지만 작가의 친절한 설명은 그런 장애물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도록 길 안내를 잘 해준다. 결코 혼자서는 다가설 수 없을 것 같은 영역을 산책이라는 덜 부담되는 방식을 통해 안내해 준다.

 

그림은 세상에 보이는 현상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다. 사실성을 강조한 기법이 유행한 경우도 있지만 사실성에 작가의 표현법이 들어가 추상성이 극대한 되는 기법도 유행한다. 그러기에 단순히 잘 그렸네, 못 그렸네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도 세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법이다. 단지 형상화에서 문자화로 수단의 이동이 있을 뿐이다. 사실성을 강조해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도 있지만 함축성을 강조해 한 단어 한 단어에 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시, 그림 등을 포함한 문학과 예술은 읽는 독자,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다름의 배경에는 다른 성장배경, 지식수준 등이 연결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하도록 훈련받아 온 나로서는 한시라는 종목을 접함에 있어서 자연스레 정답을 찾으려는 습성이 나타났다. ‘왜 비 오는 모습을, 그리고 왜 나무가 우거져 있는 모습등을 묘사하는 시를 썼는가?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라는 것처럼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려고만 했다. 그 시를 지을 당시 작가의 모습, 심정 그리고 나를 그 사람과 동일시해 느낄 감정과 나만의 경험에서 불러올 이미지 등을 놓쳤다. 이런 놓친 부분을 시 안내자인 저자는 짤막한 설명으로 다시 방향을 잡아준다.

 

시와는 담 쌓고 지낸 나. 그 와중에 처음 접한 한시. 책의 제목처럼 산책하듯 반복해 천천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거칠고 울퉁불퉁한 길도 평탄하고 매끈한 길을 걷는 것처럼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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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한시(漢詩)를 읽는다는 것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16.02.28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정민 교수의 <한시미학산책>을 다 읽었다. 이 경우에 다 읽었다는 표현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한시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저자가 번역해놓은 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지 ‘읽었다’는 이유로 책장을 넘긴 게 한두 장이 아니니 말이다. 그저 읽었으니 다 읽었다고 인정해달라는 나 스스로에 대한 투정이나 다름없다.  1월 12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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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의 <한시미학산책을 다 읽었다이 경우에 다 읽었다는 표현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한시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저자가 번역해놓은 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지 읽었다는 이유로 책장을 넘긴 게 한두 장이 아니니 말이다그저 읽었으니 다 읽었다고 인정해달라는 나 스스로에 대한 투정이나 다름없다

 

1 12일에 읽기 시작하여 21일에 다 읽은 것으로 표시를 했으니 딱 열흘인 셈인데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오며 가며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백화점에서 아내를 기다리며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잠든 한밤 중에 이렇게 읽어 열흘이다뭐랄까공을 들인 책을 다 읽었을 때의 대견함이랄까... 그렇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번역이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와 같은 양주동의 번역이 놀랍지 않을 정도이다그저 번역한 한시만을 읽더라도 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물론 원래 한시의 공이기도 하지만 번역한 저자의 공이기도 하다

 

시의 정신과 한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얘기했지만거의 다 읽으면서 딱 한 가지 더 바라고 싶은 것이 생겼다중국의 한시와 우리나라의 한시를 비교하면 어떨까하는 것이다한시라는 것이 당연히 중국에서 온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흉내만 낸 것은 아닐 것인데과연 어떤 점이 다를까 하는 것이 궁금해졌다그 다른 점이 저자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소리 높인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의미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다과거를 온전히 이해하고 현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과연 우리나라의 한시에서 그런 작업은 있었는지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그게 궁금하다

 

바로 앞에서 언급했지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실 책 전체에서 저자의 목소리는 뚜렷하다시라고 속삭이고 있지만은 않다저자의 낮지 않은 목소리는 책을 더 또렷이 읽을 수 있게 하는 장점이기도 하다그런데 그 목소리는 에필로그에서 더 커진다하고픈 얘기라서 그렇다혹은 어떤 하소연 같기도 하고또는 자신이 하는 학문에 대한 존재 이유를 설파하는 선언 같기도 하다이런 것이다

옛날은 그 때의 지금이었을 뿐이다지금은 훗날의 옛날이다현재에 충실하라그러면 그것이 훗날의 모범이 된다옛것을 맹종치 말라그 옛것도 그 때에는 하나의 지금이었을 뿐이다세월은 흘러간다오늘의 주인공이 내일은 무대 뒤로 사라진다. ‘지금과 여기가 차곡차곡 쌓여 역사가 된다.” (660)

 

그리고 또한 이런 것이다.

한시 연구에서 논문을 쓰자는 것인지 위인전을 쓰고 있는지 분간 안 되는 연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생애나 역사 배경을 죽 늘어놓고거기에 작품을 꿰어맞춰 일대기적 구성으로 재배열하거나자기가 연구하는 시인이 언제나 최고가 되는 당착은 병폐가 된 지 오래다툭하면 현실인식이고입만 열면 역사의식을 말한다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하지만 문학성이 담보되지 않은 의식이란 대자보나 설교와 무엇이 다른가?” (669)

 

오래 전의 한시를 읽지만그건 그저 읽자는 것이 아니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자는 것이리라.


(20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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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와 함께한 기분좋은 시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연* | 2013.10.2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2012년 2월 3일에 읽기 시작한 <한시 미학 산책> 이 책을 오늘 2013년 10월 21일에 다 읽었다. 기간만 두고 보면 무려 1년 8개월이 넘게 걸렸으니 꽤 오랫동안이다. 책이 참 재미있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을까. 우선 이 책을 직장의 옷장 속에 두고 읽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야간근무일 때에만,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만 야금야금 읽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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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3일에 읽기 시작한한시 미학 산책이 책을 오늘 2013 10 21일에 다 읽었다. 기간만 두고 보면 무려 1 8개월이 넘게 걸렸으니 꽤 오랫동안이다. 책이 참 재미있는데 왜 이리 오래 걸렸을까. 우선 이 책을 직장의 옷장 속에 두고 읽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야간근무일 때에만,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만 야금야금 읽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책에 나온 한자로 된 좋은 문구들을 따라서 써보며 읽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나오는 멋진 한시와 마음에 드는 단어 등등 내 맘 내키는대로 필사를 하다보면 -물론 고작 한 번씩 써보는 것일 뿐이고, 그 글자를 다시 혼자 쓰라면 쓰지 못할 글자들이 많았고, 그저 음을 속으로 읽으면서 저자가 번역한 것을 새기는 정도니 필사라는 말이 사실 어울리지는 않는다- 30분 정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세 번째, 이 책을 읽는 기간이 지난해 천자문을 쓰던 시기와 한 해 동안 겹쳤었다. 그러고보니 야간근무시간을 꽤 알차게 보낸 것 같아 흐뭇하다.

 

내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한시라면 이 책 119쪽에도 나와있는 정지상의 送人이다. 특히 뒷부분의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는 늘 생각할 때마다 아!하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한시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들었고 한국과 중국의 시인들이 한자라는 매개체를 얼마나 아름답게 사용했는지 보았다. 때로 한자이기에 가능한 장난과 표현을 만들었을 만큼 우리 글자가 아니지만 글자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또 그 글자에 얽매이지 않으며 나아가 글자를 벗어나는 시를 읽으며 이야~!하는 감탄이 절로 났다.

 

당시가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취향이라면, 송시는 고전적이고 이성적인 취향이라는 것을 고개 끄덕이며 읽었고, “난간에 기댄다는 뜻의 등루’, ‘의루’,….등의 표현 속에는 그리움의 의미가 담긴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같은 어휘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며 책장을 넘겼다.

 

, 중요한 소득이 하나 더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같은 기간에 천자문을 각 글자마다 11번씩 따라써서 그런지, 내 생애 최초의 7언절구를 썼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를 생각하며 썼던 것 같다. 물론 제대로 한시와 한자를 아는 사람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 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시를 내가 직접 짓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한자가 그만큼 친근해졌다고 할까. 영어로 된 글을 오래 읽거나 미드를 보다보면 문득 혼자 영어로 중얼거리게 될 때가 있는데, 내 생애 최초의-이자 최후의- 한시를 지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곳곳에 내용과 어울리는 좋은 그림과 글씨들이 실려있어 참 어떻게 이렇게 딱 맞춰놓았을까 감탄하며 보게된다. 저자는 유려한 번역으로 한시가 자기 향기를 갖게 하고, 현대시와 비교하며 한시를 설명하여 이해의 폭을 넓게 만들었다. 책의 만듦새도 마음에 든다. 딱맞는 디자인과 제본이 오랫동안 이 책을 이러저리 보았는데도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내가 발견한 오자가 딱 2(66족과 187)인데 66쪽은 글씨크기 오류니 꽤 많은 쪽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불편한 게 비교적 적어 더 좋았다. 뒷장을 보니 초판을 1996년에 내고 이번 개정판을 낸 게 2010년이니 그동안 계속 고쳐낼 만큼 학자로서 완벽을 기하려는 자세가 이 멋진 책을 만들었고 내게도 오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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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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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몇손가락안에 들어갈 나의 人生之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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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 | 2020.12.06
구매 평점5점
어렵지만 읽고나면 레벨업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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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차 | 2019.09.05
평점5점
한시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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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 |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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