爾曹는 但常以責人之心으로 責己하고 恕己之心으로 恕人이면 則不患不到聖賢地位也니라.
너희들이 항상 남을 꾸짖는 명철한 마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성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할 것이 없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명철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잘못을 용서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잘못을 용서해준다면 용서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진정 성숙한 사람입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 신영복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서각하여 제 연구실에 걸어놓은 글귀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고 나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냉정하게 대하라는 것입니다. 성현聖賢이나 성자는 어느 엄숙한 곳에 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게 엄격한 사람이 진정 성현이요, 성자일 것입니다.
--- p.58, 59
子曰 獲罪於天이면 無所禱也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하늘에게 죄를 얻으면 어디 가서 빌 데가 없다.
공자에게 하늘은 경외의 존재였습니다. 하늘의 눈에 한번 걸려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하늘은 저 위에 있는 푸른 하늘도 아니고, 인격적 존재인 무서운 하늘도 아닙니다. 바로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하늘입니다. 내가 곧 하늘이니 스스로 죄를 지으면 어디에서 빌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 p.100
要人重我인대 無過我重人이니라.
만약 남이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면 내가 먼저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고 내가 먼저 상대방을 알아주지 못함을 근심하라’는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상대방을 알아주면 당연히 상대방도 나를 알아줄 것입니다. 관계는 주고받는 것입니다. 내가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받으려 한다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부부 간에도 서로 먼저 존중하고 사랑을 주면 상대방은 저절로 나에게 존중과 사랑을 줄 것입니다.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회사도 자연히 나를 알아줄 것입니다. (…)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 발짝씩만 서로 다가간다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줄어들겠지요.
--- p.125, 126
益智書云 白玉은 投於泥塗라도 不能汚穢其色이요 君子는 行於濁地라도 不能染亂其心하나니 故로 松柏은 可以耐雪霜이요 明智는 可以涉危難이니라.
『익지서』에 말하였다. 백옥은 진흙 속에 던져도 그 흰빛이 더럽혀지지 않고, 군자는 혼탁한 곳에 갈지라도 그 마음이 더럽혀지거나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의 눈과 서리를 견디며 푸른빛을 유지할 수 있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어려운 위기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다.
공자는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도 어렵고 힘든 상황이 되어보아야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백옥은 진흙에 던져지더라도 자신의 흰빛을 잃지 않듯이, 성숙한 사람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잃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좋은 환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이 나쁘게 변하더라도 마음속에 희망의 빛이 바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 p.180, 181
得寵思辱하고 居安慮危니라.
총애를 얻거든 훗날 욕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편안함에 거할 때는 훗날 위태함을 생각해야 한다.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도덕경의 구절은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결국 극에 이르면 반전反轉이 된다는 뜻입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달이 기울면 다시 차게 됩니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고, 행복 뒤에는 불행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섭리를 알고만 있어도, 지금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는 지혜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 인생의 반전, 늘 대비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p.193
太公曰 勿以貴己而賤人하고 勿以自大而蔑小하고 勿以恃勇而輕敵이니라.
태공이 말하였다. 내가 귀한 사람이라고 남을 무시하지 말고, 내가 크다고 해서 작은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고, 나의 용맹을 믿고서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세상은 강한 자들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유연하게 진화한 존재만이 결국 살아남습니다. 강자가 되기도 어렵지만 그 강함에 의존하지 않고 강함을 비워야 진정한 강자입니다. 이기기도 어렵지만 그 승리를 내려놓기는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의 승리를 유지하려면 늘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p.198
定心應物하면 雖不讀書라도 可以爲有德君子니라.
마음을 안정하여 사물에 대응하면, 비록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덕이 있는 군자라 할 것이다.
대나무에 매달린 깃발이 휘날리는 것은 바람이 흔드는 것도, 대나무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란 불교의 화두가 있습니다. 세상의 근본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만나는 모든 존재가 나의 적이 되고, 마음이 안정되면 만나는 모든 존재는 나의 동반자가 됩니다. (…) 마음을 안정시키고 사물에 응대하라는 것이 정심과 응물입니다.
---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