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품성과 재능, 좋은 스승을 알아보는 능력까지 있다면 이런 책이 나오게 된다. 올리버 색스의 신경과학 책은 알렉산드르 R. 루리야의 영향이 매우 컸다. 휴링스 잭슨, 쿠르트 골드슈타인, 헨리 헤드와 함께 알렉산드르 루리야는 신경학의 아버지로 평가된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여러 면모가 비판 비교되었는데 색스는 알렉산드르 R. 루리야를 특히 존경해 활발히 서신 교환을 하며 교류했다. 루리야는 신경학 분석에 있어 연구적 저작물 ‘고전적 과학’과 소설에 가까운 전기풍 이야기책 ‘낭만적 과학’이란 이중성이 있다고 보았고 그의 후기에는 후자에 더 집중했다. 고전적 과학이 담을 수 없었던 인간의 상상력과 기억을 담은 그의 후기작 『산산히 부서진 세계의 남자』(국내 제목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2008, 도솔)가 상실에 대해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2007, 갈라파고스, 품절)가 과잉에 대해 다뤘듯이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 글의 줄기도 그러하고, 『깨어남』(1973)도 “엘도파를 투여하기 전의 놀라운 결핍 상태(운동불능증, 무의지증, 무력증, 무반응증 등)와 엘도파 투여 후의 무서운 과잉 상태(운동과다증, 과다의지증, 과다수축 등) 사이의 균형”을 이루려 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병이 아니라 인간 주체를 중심에 놓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사(이야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