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광우병 파동과 세 가지 비대칭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 ‘위험은 곧 느낌’ / 위험사회론 / 가용성 폭포효과 / 집단 극화 현상 / 인터넷과 폭포 휴리스틱 / 왜 여중생이었나? / 음모론의 관점 이해집단 간 힘의 비대칭 소비자의 침묵 / 생산자의 연대 / 생산자 연대의 인터넷 활용 / 여론 추이의 역동성 / 새로운 진영 구축 대외 협상과 대내 협상의 비대칭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 MB 정부의 무능력 / 정치권의 비대칭성 / 남겨진 불씨
3장 몸통을 지켜내는 지혜
부록-1 광우병 촛불집회의 전개 과정 부록-2 촛불집회 주도 단체와 캠페인 방식 부록-3 언론사 보도 내용 및 인터넷 사이트 부록-4 가장 신뢰받은 언론사는?
워싱턴 세계은행 정책연구부 경제자문역과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을 거쳐 서강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국국제통상학회 수석부회장, 한국경제학회 이사,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자 : 이지훈
조선일보 경제부장과 [위클리비즈] 편집장을 거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혼·창·통』『현대카드 이야기』『단(單)』 등을 펴낸 베스트셀러 저자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그리고 한양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우병 사태는 우발적으로 나타난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었다. 몇 가지의 구조적 불균형 또는 비대칭이 집약돼 나타난 사건이며, 시대 상황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글은 광우병 촛불집회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p.12~13
일반인들은 위험에 대해 생각할 때 정신적 지름길, 즉 휴리스틱(heuristic)을 사용한다. 위험을 머릿속에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경우 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합리적 예측보다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른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다. 사람들이 광우병이나 비행기 폭발 사고처럼 크게 이슈화된 사건은 발생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건(비만이나 자동차 사고)의 발생 확률은 과소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9
언론의 준거 체계는 진리/허위의 코드보다 정보/비정보의 코드를 따른다. [PD수첩]을 비롯한 대중매체는 과학에서와 달리 정보가 진리로 주장될 때까지 확인하거나 허위를 배제하려고 하는 철저함보다 특정 정보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을 환기시키는 데 또는 독자나 시청자의 반응에 관심을 기울인다. (…) 반면 인간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 가장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집단인 학계의 준거 체계는 철저히 진리/허위의 코드를 따른다. 그런데 광우병 촛불집회 발생 당시 인간 광우병 발병 요인에 대한 연구가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계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 p.20
광우병 촛불집회는 시위의 시작과 과정, 반대와 찬성의 양상 등에 있어서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사건으로 판단된다. --- p.45
소비자의 침묵은 한국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정부는 이해집단 간 이익의 균형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수입 대체 산업과 노조들의 이익은 다국적 기업이나 수출 업체들의 이익과 충돌하기 쉽다. 소비자 후생의 증가는 각국 정부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원인이자 그 결과이기도 하지만, 실제 무역자유화 정책을 도입할 때는 정치적인 이유로 소비자들이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 생산자에 비해 제대로 조직화되지도 않았고 정치적으로도 무력한 소비자들은 특정한 정책의 도입 또는 폐기에 대해 뚜렷한 선호관계를 투표로 드러내지 않으며, 따라서 국회의원이나 정부도 소비자의 후생 변화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 p.61
대의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국민은 광장에서 그 의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광우병 파동을 ‘대안적 정치 체제의 등장’으로 해석하는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시민들의 비판적 의견 표출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직접민주주의 체제가 사회 전면에 떠오른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일방적인 국회의원에게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고 사안에 따라 정파와 지역의 이익을 초월하는 모습을 국회의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입법부의 전문성 및 대표성 강화는 행정부의 견제와 건설적인 대안 제시를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안임을 광우병 파동은 우리 모두에게 깨닫게 했다. --- p.121
한국 사회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회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재빨리 되돌릴 수 있는 건강한 복원력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먼저 불균형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우리 사회 비대칭성에 대한 심각한 자성과 고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광우병 촛불집회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비대칭 메커니즘으로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한다.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 이해집단 간 힘의 비대칭, 대외 협상과 대내 협상의 비대칭이 그것이며 각각의 비대칭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1.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 위험에 대한 지각의 비대칭은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의사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판단에 대한 가장 체계적인 설명 중 하나는 조지 로웬스타인 등이 주장한 ‘위험은 곧 느낌(risk as feelings)’ 가설이다. 이 가설은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걱정, 두려움, 공포, 불안 같은 느낌이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간 광우병 발생 확률이 극도로 낮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의 패닉에 가까운 공포 반응을 보인 이유는 ‘현저성’에 기인한다. 광우병은 파국적이고 치명적이다. 발병하면 매우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그리고 그 현저성은 대법원도 허위사실이라 판시한 바 있는 MBC [PD수첩]의 오역 및 왜곡 보도 등에 의해 증폭되었다.
2. 이해집단 간 힘의 비대칭 광우병 사태 때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장바구니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소비자들은 철저히 침묵한 반면,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민들은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 및 인터넷 방송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반대 시위를 이어나갔다. 저자들은 이들 사회단체들이 축산 농가의 생존 문제를 정치 어젠다로 인식하고 단체행동을 개시함에 따라 ‘집단 극화’라는 사회적 현상을 배태시킬 수 있는 권력 구조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비슷한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광우병 위험을 계기로 같은 방향으로 더욱 극단화된 입장을 서로 공유’하게 되고, 이는 다시 언론의 폭포효과에 의해 일종의 자기강화 기제를 갖추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조직화된 피해 집단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여론으로 포장되는 비대칭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3. 대외 협상과 대내 협상의 비대칭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 내부 협상 과정을 아예 생략했다. 국내 협상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당시 기획재정부는 ‘쇠고기 협상이 FTA와는 별개의 기술협의의 문제’라는 입장만 고수한 채 산하 FTA 국내대책본부를 적극적으로 가동시키지 않음으로써 국내 갈등의 최소화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요컨대 이명박 정부는 대내 협상을 체계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이끌 역량도 거버넌스도 갖추지 못했으며, 미국과의 쇠고기 관련 대외 협상 타결 이전의 사전적 공론화 과정과 사후적 설득 작업 모두에 실패함으로써 이는 광우병 파동을 확장시키는 한 요인이 되었다.
불균형을 어떻게 균형으로 되돌릴 것인가? 새 전환기 맞은 나라를 위한 제언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의 불균형을 안정적인 균형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강한 복원력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불균형을 낳는 우리 사회의 비대칭성들에 대한 진지한 자성과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는 대통령의 대내 리더십 발휘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정부 내에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정하고 국무총리실 또는 청와대가 중심이 되어 각 부처의 역할을 미리 또 제대로 분담해 책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국민은 광장에서 그 의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 입법부의 전문성 및 대표성 강화는 행정부의 견제와 건설적인 대안 제시를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안이다. 또한 21세기 한국 사회는 정부 및 국회와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시민사회단체를 원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는 자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경우, 표현의 자유는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임이 분명하지만 이른바 일부 매체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탈 진실’을 겨냥한 루머와 괴담 그리고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기존의 정치 균열’에 대한 진지한 보수(補修)와 보정(補正)의 노력 없이 한국 사회는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이 책은 광우병 촛불집회의 이면을 파헤친다. 그러면서 그 파국을 초래한 구조적 요인은 무엇이고, 불균형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불균형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비대칭성들에 대해 밝힘으로써 사회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아울러 우리의 진지한 자성과 고찰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