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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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366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46284 |
ISBN10 | 895464628X |
발행일 | 2017년 0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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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366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46284 |
ISBN10 | 895464628X |
프롤로그: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지독한 하루 기내 난동 사건을 마주하며 악마를 만나다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 인턴 첫날의 일기 하나뿐인 신장 산 채로 불탄 일곱 명의 사내 그들이 사는 세상 질풍노도를 건너는 법 거기 119죠? 지진의 응답자들 ‘밭갈이’를 아시나요? 영민한 외과 인턴의 일 왜 하필 그곳은 양양이었을까 소방본부의 의사 죽음은 평등한가요? ‘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 땡볕에 갇힌 아이 1미터의 경계 조각난 몸 중증외상센터의 현실 외로움 일기 만약은 없다 마지막 성탄절 에필로그: 정우철을 기억하며 |
[도서] 지독한 하루
남궁인 저
문학동네 | 2017년 07월 21일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글이 있는데 글을 써보기에 앞서 현직 의사들이 쓰신 글을 자료조사 삼아 읽어보기 위해서 이 책을 구입했다. 남궁인 저자가 유명하길래 이 책을 구입했다. 아무래도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그 경계에 서서 목도하는 사람의 글이다보니 우울해지는 것도 있다. 글을 잘 쓰셔서 잘 읽었지만 책 속지 디자인이 어쩐지 옜날 책 같아서 아쉽다..
이석원 작가님 블로그에서 일전에 이 책에 대한 호평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시험이 일단락되고 잠깐 시간이 생기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다이빙을 하듯이 그대로 이야기가 빠져들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예민하고 문학적인 비유들은 아주 찰지다. 세상에는 정말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언급하는 제목이지만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하다>의 환상적인 제목처럼 이 책도 언어로서 세상을 더 정확하고 세련되게 만들고 있다. "날선 외로움", "정신과 혼을 방금 막 팔아버린 것 같은 그 형상", "증오받는 느낌은 힘겨웠다", "무엇인가 함부로 태워버린 것 같은 냄새" 등등! 한편 이런 표현들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감수성 깊은 사람이, 저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신기하기도 했다.
<시골의사> 시리즈부터 시작해 의사들의 수필집을 읽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어릴 때는 대학병원에는 가본 적이 없었고 동네 병원도 자주 가질 않았어서 의사와 의업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감정도 가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땐 의사 일이란게 저렇게 힘든 것인 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요즘 느끼는 건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 의사들과 동네 병원의 의사들은 조금 과장해서 얘기해 다른 직종 같다고 해야 하나. 내가 수십 년 간 가지고 있던 로컬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요새 알게 된 대학병원 의사들의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어떨지 호기심이 동하기도 한다. 대학병원을 떠나 로컬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 밑줄과 함께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일, 그리고 사망을 직접 선고한다는 일은 한없이 엉키는 실타래와도 같아 푸리지 않는다. 집요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자신이 입을 열어 세상을 떠나보낸 사람에게 떳떳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은 거듭할 수록 불행에만 가까워지는 일에 다름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만약'은 없다. '만약'이 없을 수 있게,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아 내가 내뱉을 말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다.」 (P. 234)
「이 생은 흔한 거리에 내던져지고, 화염을 뒤집어쓰고, 내려치는 주먹을 맞는 개자식에 가까운 것이라고, 이 생이…… 이런 생은…… (중략) 그리하여 나의 20대와 함께 성탄절도 지나고 새로운 30대가, 그 처참하고 먹먹한 불행이 다시 나에게.」 (P. 246)
4점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은 있을까.”
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속에 나타난 죽음의 모습에 관하여
‘누군가의 안온한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하루일 수도 있다’라는 카피에 서점 매대에 놓인 책을 홀린 듯 집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일상 속에서 죽음의 이면을 목격한다. 사건 현장의 보존선 위에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단 기사 속에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일일 드라마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죽음의 모습은 시각적으로는 충분히 우리를 자극하고 있으나, 이미 지나간 순간이라는 점에서 정적이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하루일 오늘이 안온하게 지나간다. 그러나 그런 안온한 하루들 중에서도 매일 같이 수많은 죽음을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경계를 지어주어야만 세상은 돌아간다. 그 사람은 이미 한참 전에 죽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의사가 포기의 언어를 내뱉는 순간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된다. 어쩌면 이 미지의 경계, 사람을 두고 매번 산 자와 망자의 경계를 그어야만 하는 것도 결국 의사가 하는 일이다.
<죽음의 순간, 그 경계를 긋는 일> 중에서
이 책은 그러한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그런 기록들을 읽어 내려가며 누군가의 삶을 연장하고, 또 누군가의 죽음을 선고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어떤지 상상해본다.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중압감에 마음이 가라앉아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책 속에서 끊임없이 저자를 괴롭히는 질문 하나는 ‘내가 이 죽음에 아무런 확률도 보태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이다. 책속의 문장처럼 어쩌면 누군가의 죽음을 너무 가벼이 지나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의 수는 48만 명, 한 해 사망자 수는 약 28만 명. 그것을 하루로 계산하면 매일 1,315명이 새롭게 태어나고, 767명이 죽는다. 확률적으로 누군가 살면 누군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지금 죽음을 맞이한 사람 앞에서 그런 수학적인 확률의 논리는 무력하게 부서진다.
책 속에는 태어나자마자 학대를 당해 두개골을 잃은 2개월짜리 신생아부터, 병을 가벼이 여겨 병을 키워 죽음에 이르게 된 남자와 자신의 의지나 생체학적인 소견과는 상관없이 사고 현장에 있다가 불시에 죽음을 맞이한 일곱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 남은 생의 시간을 죽음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이의 절절한 사연도 있다.
누군가는 인간은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 중 누구도 그 경계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의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이 책의 텍스트들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