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문화일보’와 ‘광주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MBC 창작동화 대상, 푸른문학상, 건국대학교 창작동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최고의 베프 최악의 베프 동생》《비행사탕》《체리도둑》《로봇 친구 앤디》 등이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의 혼을 쑥 빼놓을 만큼 재미있는 동화, 마음이 아픈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는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림 : 이진희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림책 《어느 날 아침》 《Alef》《너와 세계》를 쓰고 그렸습니다. 도토리를 닮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제1회 CJ 그림책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분에 선정되었고,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젊은 작가들'전에 참여했습니다.
이건 선생님한테만 얘기하는 건데요. 그 무렵에 나는 찬이를 미워했어요. 엄마 아빠는 날마다 찬이 얘기만 하고 찬이 걱정만 했어요. 나는 꼭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어요. 엄마 아빠가 날 쳐다보지도 않는 것, 우리 집이 점점 가난해지는 것, 엄마가 툭하면 우는 것, 그게 다 찬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찬이가 어디 멀리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 p.22
찬이는 천천히 그림을 보았어요. 나는 찬이를 보았고요. 언젠가 나는 한밤중에 혼자 깨어난 적이 있어요.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눈을 떴는데 창밖으로 펄펄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너무나 고요했어요. 세상에 깨어 있는 사람이라곤 없을 것 같았지요. 그림을 보는 찬이를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 보고 있는데 문득 그때 생각이 났어요. --- p.40
찬이는 거의 아홉 시나 돼서 아주 지친 얼굴로 들어왔어요. “친구 집에 갔다 오다가 길을 헤맸어요. 배터리가 없어서 전화 못했어요. 죄송해요.” 찬이는 그 말만 하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식구들이 아무리 캐물어도 말을 안 하는 통에 더 묻지 못했고 화도 낼 수 없었지요. 찬이는 그날 밤 열이 펄펄 나고 많이 아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