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8월 3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62g | 135*195*30mm |
ISBN13 | 9788990982704 |
ISBN10 | 8990982707 |
발행일 | 2017년 08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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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62g | 135*195*30mm |
ISBN13 | 9788990982704 |
ISBN10 | 8990982707 |
이 책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내용을 직접 접하게 된 건 뮤지컬이 먼저였다. 뮤지컬을 보고 난 후에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직접 책까지 읽게 됐다. 해당 책은 추리 소설이며 동시에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을 봤을 때에도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감상은 비슷했다. 이미 뮤지컬을 봤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하고 있었고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처음 접한 것이 아니라 원작을 읽으며 새롭게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거나 조금 부족했다고 느낀 부분을 내 나름대로 채워나갈 수 있었다.
이시가미의 야스코를 향한 헌신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더 섬세하게 서술된 책의 내용을 읽으며 이시가미의 사랑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야스코의 살인을 덮어주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다 내던질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 이시가미의 행동은 옹호할 수 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읽는 내내 사랑이란 과연 뭘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던 것 같다. 책까지 다 읽은 후에도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쉬이 정의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시가미에게 야스코는 사랑 그 이상의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다. 상대의 행복을 바라게 되고 걱정하지 않게 해주고 싶고 앞으로도 쭉 웃는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게 되는 것. 창작물 속에서의 사랑이 아니라 현실의 사랑을 생각하면 조금 회의적으로 느끼는 편인지라 나더러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묻는다면 이시가미와 같은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하겠다만 이시가미의 사랑과 헌신 자체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이시가미의 헌신과는 별개로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몰입할 수밖에 없게끔 서술되어 읽는 재미도 있었다. 아마 원작을 먼저 접했더라면 반전에 더 놀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야스코가 아무런 거짓말 없이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고 그 방법을 실천으로 옮겼다는 것 자체가 천재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았을 얘기라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도 같다.
얼마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최신작 중에 하나인 [백조와 박쥐]라는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나니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말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찾아본 책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이다.
문제를 만드는 자와 문제를 푸는 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매번 느낀 것은 기가 막히게 퍼즐 조각들이 맞춰져 나가는 쾌감과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생각된다. 이전에 읽었던 [백조와 박쥐]나 [나미야 편의점의 기적]이 그랬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점은 이야기 초반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바로 공개가 되는 점이었다.
야스코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가벼운 두통이 일었다. 속도 메슥거렸다. 절망감이 천천히 그녀의 가슴속으로 번져나갔다.
도가시 신지와 결혼한 것은 8년 전이었다. 당시 야스코는 아카사카에서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었다. 도가시는 그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 중 하나였다.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아니 도대체 이제부터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려고 이러지?', '의외로 김빠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기대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인데, 왠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결과는 당연히 '그럼 그렇지'였다. 감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큰 그림을 예측하려고 했다. 역시나 반전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들은 호스티스 출신의 여주인공 격인 '야스코', 그런 야스코를 짝사랑하는 천재 수학 교사 '이시가미', '이시가미'와 대학 동문이면서 역시 천재적인 물리학자 '유가와', 그리고 역시 이들과 동문이면서 유가와의 친구인 담당 수사관 '구사나기'이다. 이들이 '야스코'의 전 남편 '도가시'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이는 두뇌 싸움과 추리과정이 이 소설의 주요한 줄거리다.
"전에 자네가 이런 문제를 낸 적이 있었지.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렵겠느냐,라는. 기억해?"
"기억하고 말고. 내 대답은 문제를 만드는 쪽이 어렵다는 거였어. 문제를 푸는 사람은 출제자에게 늘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해."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두 천재 '이시가미'와 '유가와'의 머리싸움이다. 경찰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어 내는 '이시가미'와 그 문제를 파헤치려는 '유가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서로를 존경하는 두 친구의 천재적인 수 싸움에 우정과 배려가 가미된다. 그리고 물론 여기에는 커다란 반전이 숨어 있다.
슬픈 사랑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마도 천재적인 트릭과 반전으로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밌게 풀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휴머니즘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나미야 편의점의 기적]에서도 그랬고, [백조와 박쥐]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헌신적인 사랑이 바탕이 되어 더 읽는 재미가 있다.
나에 대해서는 모두 잊으시기 바랍니다. 결코 죄책감 같은 걸 가져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나의 행위는 모두 허사가 되고 말 테니까요.
[용의자 X의 헌신] 중에서
[용의자 X의 헌신]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헌신적인 사랑의 이야기다. 그 반전의 헌신은 이야기의 마지막에야 밝혀지는데 왜 처음부터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채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나중에 알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이야기의 키포인트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헌신적으로 사랑해서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다. 애틋하면서도 조금은 슬픈 사랑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두 편을 읽고 나니 또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역시 세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올해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