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인 내가 한의사가 되기까지 겪어온 일들은 요즘 청년들이 겪는 일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요새 뭐하니?"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알고, 스스로가 벌레같이 느껴져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겪은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을 통해 위로를 건네고 싶을 뿐이다. (p. 8)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길을 가다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여러 번 받았었다. 종종 "지금 당장 길에서 쓰러져 죽더라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었다. 그때마다 괜찮다.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p. 40)
현대인들의 생활이 너무 바쁘고 치열해서 먹고 자는 것에 신경 쓰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병이 생기기 전에 병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고 교육하는 것이 한 의학의 역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인연을 통해 나도 더 노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77)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열심히 일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면서 언젠가는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게 나의 꿈이다. 돈을 받는 일이 아니라 돈 없이 베푸는 삶 을 살고 싶다. 한의사로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또 한 나의 꿈이다. 이 학문을 더 잘 깨달아 알고 나이가 들어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사람을 더 이해하고 더 잘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나를 보고 싶다. (p. 107)
우리 몸은 항상 균형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되고 너무 적은 것도 문제가 된다.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을 맞춰 주는 것에 특화된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p. 128)
나의 속 깊은 친구, 한의사 민정 씨는 해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나를 가끔 그 특유의 경쾌하고 높은 목소리로 아주 깜짝 놀라게 하였다. 한없이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모든 생각의 중심이 사람을 살리는 일, 몸보다 더 근본이 되는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그리고 자연의 원리를 담은 한의학에 있는 듯 하다. 옆에서 지켜봤을 때 그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친구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진료를 하며 새벽 1시에도 환자의 전화를 받아주는 정말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인 동안 미녀 한의사 민정 씨는 여행을 가기 직전까지도 환자를 보다가 공항으로 뛰어왔다. 그 어떤 난감한 상황 앞에서도 모든 일을 씩씩하게 잘 헤쳐 나간다.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면서 힘든 상황의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민정 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어느새 그녀는 그들을 뒤에서 돕고 있다. 아빠가 사고로 식물인 간이 된 안면장애가 있는 싱글 맘 가정의 아이를 조용히 돕고 있었고, 미혼모 환자들을 돕고 있으며 본인은 비싸다고 잘 먹 지 않는 공진단을 좋은 일에 쓰라며 장애인, 할머니, 할아버지께 몇 십 박스씩 기부를 하는 기부천사이다. 짧지 않은 시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김민정 한의사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진실하고 우직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그녀는 자연의 법칙을 담은 한의학과 참으로 닮았다. 내가 아는 민정 씨는 사람을 이해하는 천상 최고의 한의사이다. 김자혜 (허드슨문화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