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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괴담

: 서늘한 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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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78g | 135*195*30mm
ISBN13 9788925562209
ISBN10 89255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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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점에서 나는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고 섬뜩한 이야기였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해 가벼운 흥분까지 느끼고 있었다. 여름밤 방 안의 전등을 끄고 악의 없는 괴담을 주고받을 때처럼.
손에 든 쇼핑백 안에는 검은 카디건이 들어 있었다. 만약 이 카디건이 우리와 같이 있었다는 그 수수께끼의 여자가 두고 간 것이라면, 결국 이 카디건은 도깨비가 입고 있던 카디건이라는 이야기다. --- p.30

“요코 씨, 그거 얼른 처분해버리는 게 낫겠어요.”
“처분? 어떻게요?”
“그런 물건을 쓰레기로 버릴 수도 없을 테니까……. 그래요. 가까운 절에 갖고 가서 시주를 하던가.”
“주인이 있는 물건인데요?”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순간, 나는 문득 스스로 내뱉은 말에 포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 p.34

“작은 남자아이였어. 맨발로 내 침대 주위를 뛰어다니고, 장난을 치고 웃으면서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더라고. 그만하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도 말도 안 듣고. 정말 미치겠더군.”
나는 불현듯 남편의 머리가 이상해져서 환상을 보기 시작했구나 싶어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 p.75

내 눈은 그때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연기 같은 것조차.
하지만 그때 나는 분명히 ‘느꼈다’. 작은 사내아이가 그 미닫이문 너머에 서서 나와 다마가 있는 이 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척을……. --- p.84~85

남자 하나가 긴 의자 중앙에 앉아 있었다. 저녁나절 내가 앉았던 자리였다. 판자로 된 길쭉한 테이블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등을 곧게 편 채 키보드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모니터의 파란 불빛이 남자의 얼굴을 밑에서부터 비추고 있다.
노인인지 젊은 사람인지도 알 수 없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는 백발이 섞여 있었고, 앞머리가 빠져 이마 부분만 대머리였다. 모니터 불빛을 받고 있어서인지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 p.121

“젊은 남자였습니다. 대학생이라던가. 아무튼 그 손가락이 너무 아름다워 몇 번이나 절을 찾아가 바라보곤 했는데,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지요.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보살상의 약지 하나를 뚝 부러뜨려 주머니에 넣었다는 겁니다. 그는 범죄자가 된 셈인데,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어떻게든 영원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안 그런가요?” --- p.127

“그러니까 죽을 때 말입니다. 대개 사람은 후우, 하고 마지막 숨을 다 뱉어냈을 때 죽는다고 착각하고 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지가 않아요. 사람이 죽으려고 할 때는 숨을 들이마시는 겁니다. 들이마시지만 공기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게 되면 그게 죽음입니다. 숨을 거둔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지요.” --- p.129

“지금도 있어.” 마유미는 슬픈 얼굴을 하고 말했다. “아까부터 줄곧 보고 있어. 섬뜩한 이야기지만 정말이야. 가즈요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이야. 하지만 나는 보여. 봐, 저기. 네 등 뒤로 비스듬히 옆에. 도코노마 바로 옆쪽.”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내 등 뒤를 가리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온몸의 털이 곤두섰지만 애써 돌아보지 않고 참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느낀 공포를 간신히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 --- p.152

그가 누구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남자가 내 쪽을 돌아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나의 간절함도 덧없이, 남자는 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았다. 몽롱하게 보이는 그 입가에 어두운 미소가 담겨 있다. 보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그 미소는 쓸쓸해 보였다.
나는 온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가 없다. 역시 마유미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싶었다. --- p.167

그래서 무심코 앞을 봤는데 ‘그 남자’가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습니다. 중앙에서 약간 문 쪽에 가까운 곳에…….
언제 탔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8층이나 7층에서 탔을 리는 없으니 6층 단체 손님에 섞여 탄 게 분명했지만 모두 문 쪽을 향해 서 있는데 왠지 그 사람만은 반대 방향……, 그러니까 안쪽 벽을 향해 서 있었어요. --- p.196

작은 창으로 비쳐 드는 달빛이 아내의 얼굴을 한층 더 창백하게 보이게 했다. 눈썹도 눈도 코도 입도 모두 두루뭉술해서 물속에서 보는 것처럼 윤곽이 흐릿했지만 그것은 분명 아내였다. 내가 평생 잊지 못하는 아내의 얼굴이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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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빨아들이는 선명한 문체. 매력적인 이야기 창조자가 그려낸 이형의 기척.”
_산케이신문

“누구든 실제로 겪게 될지 모르는 7개의 기묘하고 기괴한 이야기.”
_슈에이샤 담당 편집자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순간, 머리부터 냉수를 끼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묘한 분위기의 스토리에 압도되었다.”
“깜짝 놀랄 결말을 알았을 때 등 뒤로 슬픈 전율이 흘렀다.”
“화장실을 가지 못했던 흑역사가 있어 조금 망설였지만,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_아마존재팬 독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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