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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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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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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64g | 128*188*20mm
ISBN13 9788959136124
ISBN10 895913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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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피곤해요. 너무 쓸쓸해요.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사람의 가치는 똑같아요. 그만큼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며 살았어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니 제 인생이 아무 한 일도 없고 무력하고 여자로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견딜 수 없어요.” --- p.29

“오토미 씨만이 아니라 리본하우스 자체가 테이크오프 보드예요. 하지만 크게 생각하면 사람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요? 부모가 자식을 받쳐주듯이 모두 누군가의 발판이 되어서 다음 세대를 앞으로 날려주죠.”
“저는…….”
받쳐줄 자식이 없다는 말을 하려다가 유리코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하고 그 말을 잇듯이 사토미가 말했다.
“혼자예요. 결혼을 안 했죠. 시설을 맡아줄 일가친척들도 없어요.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인생인지도 모르죠. 그래도 내 일을 테이크오프 보드로 해서 분명히 누군가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잊히는 게 쓸쓸하지 않으세요?”
“쓸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사토미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도 해요. 그건 서로 마찬가지라고. 세상은 수없이 많은 익명의 테이크오프 보드로 이루어졌다…….”
“무슨 뜻인지?”
사토미가 웃으며 연표를 집어 들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이 종이를 만든 사람의 이름을 몰라요. 이걸 운반해 준 사람도 누군지 모르고, 누가 판매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그 분들 덕에 우리는 이렇게 오토미 씨의 연표를 보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지불한 돈으로 이 종이에 관련된 사람들의 생활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 p.193

“어디나 온통 아주 근사해. 이게 옴마의 인생…… 우리 옴마의 인생이었어.”
유리코가 연표를 끌어안고 울었다.
아쓰타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자신의 시간도 멈출 날이 온다. 유리코의 연표에 그렇게 적힐 날도 머지않아 분명히 올 것이다.
자신이 사라진 다음에 딸은 어떤 내용으로 하얀 종이를 채워갈 것인가.
웃는 얼굴로 있었으면 싶다.
가능하면 행복한 일들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유리코,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했어. 네가 사랑이 뭔지 모른다고 해서, 제대로 대답을 해주고 싶어서 말이지. 그런데 역시 너처럼 잘 모르겠구나.”
유리코는 연표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하지만 네 마음이 얼마나 쓸쓸한지는 잘 알아. 하지만 그건 다른 누구도 채워주지 못하는 거야. 네 연표의 빈 곳은 네가 움직이지 않으면 메우지 못해.” --- p..241

태양을 등지고 삶을 버리려 했을 때 무지개는 나타난다. 그리고 살아갈 힘을 기르고 다시 태양을 향해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 무지개는 그 등을 밀고는 덧없이 빛 속으로 녹아든다.
녹아서…….
갑자기 눈물이 맺히고 시야가 흔들렸다.
하지만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만 같다.
그때에는 밝게 웃고 싶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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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알고, 따스함을 안다

마흔을 넘긴 내 인생에서 하지 못한 게 있다면 내 아이를 갖는 일이다. 시간에 제한이 있기에 어느 정도 나이가 된 여자들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족의 재생을 그린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읽고, 나는 그러한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후처로 들어간 아쓰타 네에서 남편 료헤이와 그의 어린 딸 유리코에게 애정을 다 바친 오토미가 71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에 실의에 빠진 료헤이와 자신의 이혼문제에 지쳐 친정에 돌아온 유리코 앞에 화려한 화장을 한 이모토라는 여자애가 등장한다. 생전의 오토미에게 신세를 졌는데, 오토미는 자신이 죽으면 49일 동안 아쓰타네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당황하면서도 이모토의 페이스에 휘말려서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두 사람. 자상한 브라질 청년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연달아 등장하며 작품세계에 탄력이 붙는다.
한편, 아쓰타네 집 앞을 조용히 흐르는 강처럼 슬픔이 계속 감돌고 있다. 아이를 둘러싼 세 여성의 슬픔이 언뜻 보인다. 유리코를 낳았지만 몸이 약해서 키우지 못하고 죽은 마리코. 자신의 아이를 낳지 않고 유리코를 키운 오토미. 남편이 외도한 상대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한 유리코. 세 여자들의 애달픈 마음이 가슴에 파고든다. 세 사람을 지켜보는 료헤이도 역시 안타깝고 슬프다.
49재에는 경도, 향도 필요 없고 크게 연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오토미의 마지막 바람. 그걸 들어주는 료헤이가 겪은 기적에 나는 눈물이 흘렀다. 아이가 있든, 없든, 소중한 사람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런 형체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희미하게 따뜻하게 작은 빛과 같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인생이 비로소 의미를 갖지 않을까 싶다.
코이즈미 교코 小泉今日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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