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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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32쪽 | 796g | 153*224*35mm |
ISBN13 | 9788925542058 |
ISBN10 | 8925542056 |
발행일 | 2011년 02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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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32쪽 | 796g | 153*224*35mm |
ISBN13 | 9788925542058 |
ISBN10 | 8925542056 |
토머스 쉴드의 기록: 1819년 9월 8일 ~ 1820년 5월 23일 부록: 1862년 6월 9일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역사적 노트 옮긴이의 말 |
[리뷰] 앤드루 테일러 <아메리칸 보이>
시인이자 비평가이면서 추리소설의 창시자이기도 했던 에드거 앨런 포는 1809년 1월 19일에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해 말에 포의 아버지인 데이비드가 사라졌다. 데이비드는 사라진 이후에 어디에서도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이 두 살 때 그의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사라져 버린 것처럼,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도 '아버지의 행방불명'이라는 미스터리로 시작된 것이다. 1811년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어머니도 사망했다. 그러자 어린 포는 사업가인 존 앨런 부부에게 맡겨졌고 '앨런'이라는 성도 사용하게 되었다.
존 앨런 부부는 포와 함께 1815년에 영국으로 향한다. 이렇게 해서 5년간의 영국생활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포의 역사도 메워지지 않은 갖가지 틈으로 얼룩져 있다. 그 틈에는 아버지의 행방불명이 있을테고, 5년 간의 영국생활도 들어 있을 것이다. 포의 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포는 영국에서 어떤 생활을 했을까.
어린 시절의 에드거 앨런 포
앤드루 테일러의 2003년 작품 <아메리칸 보이>는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팩션(Fact+Fiction)이다. 작품의 시작은 포가 영국에서 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 후인 1819년 가을이다. 작중 화자인 토머스 쉴드는 포가 다니고 있던 브랜스비 학교에 교사로 취직한다.
쉴드는 취직하던 그날 포를 만나게 된다. 포는 밝은 색의 커다란 눈에 넓은 이마를 가진 예의바른 아이다. 얼마 후에 많은 재산을 가진 프랜트가(家)의 아들 찰리가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포와 찰리는 외모가 이상할 정도로 닮았지만 성격은 다르다. 포는 놀림을 당하면 참지않고 달려드는 자존심 강한 아이다. 반면에 찰리는 좀더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이다.
이 두 명은 외모가 닮아서인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날 이 둘이 학교 밖에서 이상한 사람과 마주친다. 누추한 외투 차림에 턱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 한눈에 보아도 노숙자 같은 사람이다. 그는 찰리와 포에게 다가가서 구걸을 하고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쉴드는 호통을 쳐서 그를 쫓아보낸다.
이 일로 쉴드는 찰리와 포에게 영웅대접을 받고 프랜트가에서도 환대를 받게된다. 말하자면 유력한 가문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하지만 그 노숙자는 포와 찰리를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다시 거리에서 노숙자를 만난 쉴드는 그를 다그치며 신분을 묻는다. 그러자 노숙자는 자신이 포의 친아버지인 데이비드라고 주장한다.
소설 못지 않게 극적이었던 포의 실제 삶
작가 앤드루 테일러는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에서 사라진 데이비드가 어떻게 영국으로 건너왔는지, 포가 태어난지 1년도 안되어서 사라졌으면서 어떻게 성장한 포를 알아볼 수 있는지 모든 것이 의문이다. 데이비드가 포 앞에 나타난 것은 돈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의 주장처럼 순수한 아버지로서의 정 때문일 수도 있다.
쉴드도 이런저런 호기심을 갖지만 오래 유지하지는 못한다. 얼마 후에 프랜트가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터지고 쉴드도 그 사건 가운데로 굴러 들어간다. 쉴드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거리에서 습격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포에게 있다고. 그 아이는 데이비드를 쉴드에게 이끌었고, 그리고나서 쉴드는 프랜트가와 엮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쉴드는 평범한 교사에 머물었을텐데.
에드거 앨런 포의 실제 삶은 아버지의 실종이라는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자신의 미스터리로 끝난다. 포가 죽은 것은 1849년 10월 7일 새벽이었다. 포는 죽기 전에 일주일간 실종 상태였는데 그가 9월 26일부터 10월 3일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포는 자신이 쓴 기이한 추리소설들 못지않게 미스터리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하긴 소설이 아무리 극적이더라도 명성과 불행을 동시에 가졌던 포의 실제 삶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아메리칸 보이>의 등장인물들도 영리하고 귀여운 소년 포가 30년 후에 알코올 중독과 가난에 시달리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리라고는 예상 못했을 것이다.
아. 두꺼운 책에 대한 부담이 왜 이렇게 큰 건지,
나라는 애는 그냥 항상 얄프리(?)한 책만 천상 들고다니면서 봐야할 것 같다.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집중력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딱히 맘에 안드는 것도 아닌데 단지 두껍다는 것 때문에 좀 질리는 게 큰 것 같아서. 뭔가 책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에 대해 심히 생각해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스티그 라그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2권도 그렇고 그 후속편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도 즐겁게 거의 흡수해버리듯이 읽어버려서 두껍고 연작소설과도 이제 친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아 아직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 책, 너무 오래걸렸다 허허허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도 피의자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적으로나마 죽은자라고 결론지어놓은 사람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감정과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자 화자는 토마스 쉴드 선생. 잠정적으로 죽은자라고 결론지어놓은 사람(일단은 죽은자라고 해놓자)의 아들과, 사건의 중요 순간마다 관계를 맺고있는 한 미국 소년의 선생님이기도 하고, 또 사건의 중심에서ㅡ나는 그 미국 소년보다도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이 선생이 더 중심에 있었던 것 같아. 낄데 안낄데 다 끼침. 딱 약방감초!ㅡ이 살인사건에 의문을 품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실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지. 머리는 참 좋은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의미도 잘 부여하고, 의심도 잘 하고.
일련의 시간 흐름에 따라 그의 기록을 따라가고 있는 형식인데, 이 흐름이라는 것 자체도 워낙에 의문 투성이의 일들이 겹겹이 생기는 편이라서 그런지, 나의 해결되지 않는 의문점은 계속 쌓이기만하고. 또 이야기의 끝이 보이지는 않아서 좀 답답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거의 절정부분이랄까. 그때 죽었다고 잠정결론내려졌던 자가 사실은 누구였고, 또 죽인자는 누구였고. 그들이 사건 당시 어떻게 얽히게 되었었고 그때 죽인 피의자가 지금의 상황까지 사건을 어떻게 끌어오고 있었는지. 그 선생이 겪었던 의문 투성이의 일을 하나하나 해결해주었던 마지막 종결부분이 반전이라면 반전이었고, 파격적이긴했지만 예상이 전혀 안됐었던건 아니라 그럭저럭 그 사건과 관련된 부분 자체는 심드렁하게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주목했던 건, 이 당시의 시대 상황이랄까. 허영과 자만으로 가득차 있던 특정 계층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부분들이었다. 쉴드의 주변에 있었던 두 여자들의 감정 표현이랄까. 나는 그 마지막 부분에 남편의 무덤근처에서 쉴드를 만났었던 프랜트 부인의 행동에서도 사실은 좀 짜증이 났었는데. 역시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 여자들의 표현이 이런식으로밖에는 안됐었나 보다, 싶기도 하고. 여튼 노예제도에 대해서 중간 중간에 카스월이나 노크가 이야기하는 부분도 그렇고, 또 하인들과 주인들의 관계, 함웰에게 시종일관 검둥이 검둥이하면서 하대하던 카스월의 개싸가지없는 모습도 그렇고.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카스월의 모든 걸 제일 잘 알고 있는 플로라가 소피와 카스월을 자꾸 엮으려고 했던 것도. 거 참,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신지...
당시 시대가 1819년인데, 내가 책 속에서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당시의 귀족계층의 감정과 행동들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 새롭기도하고 고맙기도 하고, 혀를 끌끌차게 만들기도 하고. 여튼 그랬다.
이 책이 홍보되고 하던 타이틀이 '에드거 앨런 포'라고 하는 실존인물에 대한 생에 대해 언급하면서, 소설 속에서도 재조명하는 부분이었는데, 사실 나는 그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던 채로 봐서 그런지, 책을 보면서 이 앨런이라고 하는 소년에게는 그닥 관심도 가지 않았다. (그냥 두 소년이 나올때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정도? 이렇게 이쁜 아이들과 살인사건을 연결시키는 건 아예 생각도 못했지. 특히 그 수도사들의 보물을 찾겠다고 까불고 다닐때는, 너무너무 천진하고 귀여워 보였음. 전체적으로 살짝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얘네들만 나오면 왠지 봄같이 밝아지는 느낌!) 결국은 제일 마지막 장에 두 장정도 할애하고 있던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역사적 노트>도 스킵해버렸는데, 어쨌든 뭐 아무래도 내가 추리소설쪽을 계속 좋아라 한다면 언젠가는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좀 더 친근하게 만나용 히히
소년 시절의 '에드거 앨런 포'가 등장하는 역사 미스터리를 읽었습니다. '워털루 전투' 에서 살아 돌아온 한 청년이 어느 기숙 학교에 교사로 취직해서 소년 에드거와 그의 친구를 가르치게 되고, 이로 인해 영국 사교계의 큰손인 '프랜트 가'와 가깝게 지내면서 사건에 말려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진중하고 차분하게 읽히는 타입이라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완만하지만, 19 세기 초엽의 영국 사회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데다 플롯도 훌륭해서, 과연 'CWA 히스토리컬 대거 상' 수상작, 기대에 부합하는 수작이었습니다.
런던의 한 건설현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사체의 왼손 집게 손가락의 일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은 프렌트 가의 수장인 '헨리 프랜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다할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과연 사체의 주인은 헨리 프랜트인가? 혹시 재정적으로 몰락해 죽음을 가장하고 도피한 것은 아닌가? 소년 에드거의 친부임을 주장하는 수상한 자가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연달아 떠오릅니다. 헨리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에도 프랜트가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금전적인 문제 등의 비밀들이 계속해서 드러납니다. 런던의 뒷골목에서부터 시골마을의 저택, 덫이 설치된 귀족의 영지, 얼음창고 등 수상한 무대들도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어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단, 소년 에드거 앨런을 내세워 호객행위를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엄연히 청년 '토머스 쉴드'입니다. 쉴드는 과거에 몇차례인가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로인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신뢰할 수 없는 젊은이로 낙인찍혀 버렸지만, 숙모의 추천을 받아 간신히 일자리를 얻게 된 후에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매사에 행동거지를 조심합니다. 실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처럼도 보입니다. 이 청년의 눈을 통해 지켜보는 사건의 전말과 함께, 소설 속 어느 등장인물의 "부는 존경으로 향하는 일종의 통행증"이라는 대사의 뉘앙스처럼, 부와 권력을 추구하며 살던 이들이 어떻게 흥하고 어떻게 몰락하는지, 탐욕과 부로 쌓아올린 귀족사회의 허상이 그려집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인 쉴드가 동경하게 되는 두 여성, 아름다운 프랜트가의 젊은 미망인과 커스월가의 사생아인 아가씨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과 톡톡튀는 사랑스러운 여성, 서로 다른 타입의 두 귀족 여성이 대비되면서 이들과의 시츄에이션이라던가 주인공의 마음의 동요가 또한 볼거리입니다. 묘하게 로맨스 심리를 자극하는 이런 요소가 의외로 사건의 향방만큼이나 마음을 끕니다. 그러고보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한편의 드라마로서 읽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에드거도 쉴드도 아닌 19세기 초의 영국이라는 시대배경 그 자체입니다. 당시의 거리의 모습이나 생활상 뿐만 아니라, 귀족, 서민, 노예, 자유노예, 혹은 남녀간의 신분에 따른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 군인들의 발언권이 높았던 시대상 등,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택의 피고용인들 끼리의 몰래연애 라던가, 말똥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거리의 풍경, 숙녀의 드레스 끝자락이 흙바닥을 쓸고 다니는 광경 등, 많은 것을 체감해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 영국 마니아라면 놓칠수 없는 작품입니다. 역사물로서도 추리소설로서도, 또한 드라마로서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다양합니다. 다만, 후딱후딱 사건의 진상부터 알고 싶은 성질 급한 독자라면 시종 진중한 분위기의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풀 컨디션으로 견뎌내기는 조금 버거울수도 있겠습니다.
저자 '앤드루 테일러'는, 2009년에 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가 추리소설 발전에 공적이 있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수상했습니다. 데뷔작인 <Caroline Minuscule>로 '존 크리시상(신인상)'외에, 두 번에 걸쳐 '엘리스 피터스 히스토리컬 대거상(역사 미스터리상)'을 수상한 거장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 <아메리칸 보이> 이전에는 작품이 소개된 적이 없는 관계로 아직 그 지명도는 미비, 소년시대의 '포'가 등장하는 이 역사 미스터리가 앞으로 앤드루 테일러라는 작가의 대표작들을 줄줄이 읽어볼수 있게 되는 단초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