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통일 하자’라는 것으로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는 북한체제의 특성에 내재된 민족주의 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다. 통일 의식도 북한 사람들 스스로가 남한 사람들보다 더 강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체제적인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의 통일 인식을 살펴보면, 통일에 대한 바람과 더불어 통일에 대한 두려움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일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두려움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체제경쟁의 패자는 관용될 수 없다는 경험과 함께 북한체제의 약화로 인한 북한 주도 통일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추론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음에도, 남한주도 통일 후 패자로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 pp.17-18
중국의 경제력 증가는 중국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고도성장에 힘입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비중 역시 현저하게 상승했다.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에 1.98%였지만, 2008년에는 11.36%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중국 경제의 비중 증가는 같은 기간 동안 서방 선진 국가들의 경제 비중 저하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중은 22.35%에서, 20.25%로, 일본의 비중은 8.41%에서 6.26%로, 독일의 비중은 6.18%에서 4.17%로 하락했다.
--- p.49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부상, 즉 중국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직 명확히 개념화되거나 규정되지는 않았다. 중국 국내에서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자명한 실체를 놓고, ‘화위취엔’이라는 개념을 통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소위 ‘발언권’이라고 해석되는 ‘화위취엔’은 비폭력적이고 비강압적인 방식으로 타인이나 타국의 생각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의미한다. ‘화위취엔’의 본질은 권리(right)가 아닌 권력(power)으로, 주체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국제적인 기준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이다. 중국은 ‘화위취엔’을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인식하고,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화위취엔’ 확보를 위해 각 영역에서 전략을 추진 중이다.
--- p.83
평등주의적 사고가 강한 사회주의국가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에는 빈부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이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빈부격차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개혁·개방정책이 도입되면서 권력을 이용해 뒷돈을 챙기는 관료와 권력과 은밀히 결탁한 기업가 등이 급속히 부를 축적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베트남 부자의 전형적인 유형은 부동산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각종 개발정책에 따라 오르는 땅값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은 고급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고급관리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자산가 등 기득권 계층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 pp.183-184
폴란드 체제전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첫째, 경제개혁을 통한 체제전환의 추진이라는 점이다. 폴란드는 1989년 체제전환 이후 정부 통제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급격하게 전환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인플레의 증가와 경기침체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하여 성과를 보게 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인플레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조 위에 꾸준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점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체제를 전환한 폴란드의 경제개혁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p.208
중동부 유럽 국가의 사회주의체제전환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특히 폴란드의 교회와 연대노조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1989년 이전에 이미 사회운동형태로 존재하였던 시민사회는 체제전환을 주도하였는데, 로마 가톨릭 교회를 주된 기반으로 하여 공산당에 반대하는 저항의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폴란드 연대노조도 체제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다. 연대노조는 공산정권에 의해 그 활동이 금지당한 1981~1989년 기간에도 비밀리에 폴란드 시민사회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구조적으로 혼합적 구성체 및 차별화 과정의 바탕 위에 정치 및 사회단체들의 광범위한 계층을 내포하고 있었다.
--- 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