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리용에서 출생한 비행가이자 소설가이다. 또한 북서아프리카, 남대서양, 남아메리카 항공로의 개척자이며 야간비행 선구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했고 프랑스 패전 후 미국으로 망명해 그의 체험을 쓴 작품을 내어 소설가로서 호평을 받았다. 1926년 잡지 『은선』에 중편소설 『비행사』의 발표를 시작으로 『남방우편기』, 『인간의 대지』, 『야간비행(페미나상수상)』, 1943년『어느 볼모에게 보내는 편지』, 『어린왕자』등을 발표하였다. 그의 행동주의 문학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높은 인간성과 연대책임등을 주된 테마로 내세워 문학에서의 신선한 영역 창출에 기여했다. 쌩 떽쥐뻬리는 1944년에 정찰비행단으로 아홉 번째 출정을 나선 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독일군 정찰기에 의해 격추되었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한 시간 후,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기의 무선기사는 마치 누군가가 어깨로 떠밀듯 몸이 부드럽게 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검은 먹구름에 별빛이 스러지고 있었다. 그는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풀숲에 숨은 반딧불과도 같은 마을의 불빛을 찾으려고 했으나 그 검은 풀숲에는 반짝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정복한 땅을 되돌려줘야 하는 힘든 밤을 예감하며 기분이 나빠졌다. 조종사의 전략을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다만 이대로 가다가는 흡사 벽과도 같은 밤의 두께에 부딪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평선상에서 대장간의 화덕과도 같은 희미한 불빛을 발견한 무선기사가 파비앵의 어깨를 건드려 보았지만, 조종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멀리서 뇌우를 동반한 난기류가 비행기를 공격해오고 있었다. 금속덩이의 기체가 부드럽게 들리면서 무선기사의 몸뚱이를 내리누르는가 싶더니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것 같았다. 그는 몇 초 동안 밤 속에 홀로 떠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양날개의 강철 뼈대에 두 손을 짚고 꽉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조종석의 적색 램프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 작은 램프에만 의지한 채 어떤 도움도 없이 밤의 한가운데로 내려가는 것 같아 섬뜩했다. 그는 조종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려는지 감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두 손으로 강철 뼈대를 힘주어 잡고는 조정사 쪽으로 몸을 수그린 채 그 시커먼 목덜미만 쳐다보도 있었다.
이제까지 붙잡아주고 있던 수천개의 암흑의 팔이 그를 놓아버린 것이었다.한동안 꽃밭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죄수처럼 그를 결박했던 줄이 풀려져 있었다. '정말 아름답군'하고 파비앵은 생각했다.그는 그 자신과 무선기사 외에 살아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 외의 다른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보물처럼 밀집되어 있는 별들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그들은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보물의 방에 갇혀버린 전설속의 도둑고 같은 신세였다.그들은 차디찬 보석들 속에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사현선고를 받은 몸으로 떠도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