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길을 떠났던 사람들이 남긴 ‘여행 노트’들을 엮어 놓은 듯한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러분은 꿈과 새로운 만남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이롭고 ‘위대한 길’이 이끄는 세계와 만나게 될 것이다. --- p.13
비단길 위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얻었는데, 그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되풀이되어 왔다. (…) 세상에서 보기 드문 진귀한 물건들이 소개되기도 하고, 새로운 종교가 일어나는가 하면, 때로는 종교들 간의 충돌이 빚어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문화가 뒤섞이면서 새로운 무언가가 발명되고, 그 새로운 것은 다시 사람과 길을 따라 돌고 돌았다. --- p.16
바닷길은 7세기 이래로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어 온 경로이다. 바다를 통한 교류가 늘어날수록, 바다를 이용한 사람들의 세계관과 기술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어 갔다. --- p.36
우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줄곧 걷고 있다. 선두에 가던 낙타가 갑자기 그르렁거리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그러자 뒤따르던 녀석들도 대장을 따라 멈추었다. 열대 모래 폭풍이 곧 불어 닥칠 낌새를 차린 것이다. 짐승들은 대개 인간보다 자연의 징후를 먼저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다. 낙타들이 옹기종기 모여들더니 모래 바닥에 코와 주둥이를 박았다. 우리도 서둘러 코와 입을 덮개로 감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람은 이틀 낮 이틀 밤을 그칠 줄 모르고 으르렁댔다. 모래 폭풍에 세상이 자신의 고유한 색과 빛을 잃어버렸고, 회색 모래가 불어 와, 옹기종기 모여 잔뜩 몸을 움츠린 우리를 마치 빗질을 하듯 쓸고 지나갔다. 이윽고 낯선 정적이 흘렀다.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린 모래 언덕 사이로 형체들이 빠끔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 p.47
이미 오래전부터 동양에 대한 꿈을 키워 온 유럽인들은 비단과 향신료, 다이아몬드와 같은 동양의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금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그러나 지중해 무역은 아랍인들의 수중에 있었고, 이탈리아는 중계무역의 주도권을 쥐고 동양의 물건을 유럽의 여러 나라에 팔고 있었다. 따라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아랍과 이탈리아를 우회해서 동양과 ‘직접’ 교역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15세기 무렵, 황금을 찾기 위해 베일에 싸인 신비의 나라, 인도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 p.53
향신료를 찾아다니던 열정은 이제 황금을 찾겠다는 기대감과 탐욕으로 변해 버렸다. --- p.56
가이야르호의 선원 한 명이 상어가 득실거리는 바다로 추락하더니, 얼마 안 있어 같은 배의 또 한 사람이 열병으로 죽었다. 그의 주검 앞에 경건한 묵념을 드린 후, 발목에 포 두 알을 매달아 무겁게 만들어 바다로 밀어 넣었다. 이는 뱃사람들의 오랜 관습으로, 바다는 그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무덤이다. --- p.67
사흘간 몰아친 태풍에 아주 제대로 당했다. 우리 함대의 조종타가 부서지고 선원들이 실종되었다. 배가 침몰할 경우에 자살할 결심으로 나는 총을 준비해 두었다. 다시 파도가 잠잠해지자, 참혹한 피해의 흔적이 낱낱이 드러났다. 빵과 쌀, 짐짝들이 흠뻑 젖어서 죄다 버리게 생겼다. 가축의 삼분의 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배는 온통 물바다가 되어 버렸다. 어느 선원은 너무 두려운 나머지, 마치 혈관에 피가 얼어 붙어버린 듯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 p.69
그렇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광활한 세계를 꿈꾸며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 그런가 하면, 이색적인 문화와 생활양식에 대한 특별한 호기심에 이끌려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길을 떠나든, 모두가 갈망하는 것은 오직 하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