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1년 05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91쪽 | 448g | 148*210*30mm |
ISBN13 | 9788958660941 |
ISBN10 | 8958660945 |
발행일 | 2011년 05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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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1쪽 | 448g | 148*210*30mm |
ISBN13 | 9788958660941 |
ISBN10 | 8958660945 |
작가의 말 제1부 토요일 제2부 일요일 제3부 월요일 발문_쓸 수밖에 없는 운명이 소설가 모두를 구원하리라 - 소설가 김연수 |
개인적으로 난 이런 소설은 하루키류의 소설이라 부른다.
스토리로도 충분히 재밌지만 그 스토리 아래 작가의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 하지만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우면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러한 스토리 말이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또한 그러하다. 솔직히 소설 뒤에 다른 작가들이 쓴 이야기들은 잘 모르겠다.
난 그저 스토리의 흐름을 중요하게 여긴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깨어난 K가 느끼는 묘하게 일그러진 일상과 뭔가 비틀린듯한 세상 자체만으로도 마치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흥분감을 안겨주었다.
역시 최인호 작가 였다.
올해는 최인호 작가의 책들을 다시 한번 쭉~ 사서 봐야겠다.
만약 어느 날 잠에서 일어났는데 익숙한 풍경 속에서 사소한 디테일들이 변해있다면,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에게서 너무나도 낯선 타인의 느낌을 받는다면 어떨까. 故 최인호 작가의 마지막 유작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뒤틀리는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새로운 세계에선 사람과 관계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뒤틀려 있다. 한순간에 내던져진 것만 같은 이 세계에선 금지되어 있지만 감추어져 있던 욕망들, 편집증적 의심, 증오가 감추어지지 않고 그대로 펼쳐진다. 주차장에서 카섹스를 하는 연인, 노출증의 여인, 아내의 간음 동영상, 매형이었던 대학교수의 여장 취향. 주인공 K는 이런 터부들을 목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도 그 터부에 다가선다. 이는 수년 만에 만난 누이에게 느낀 성욕과 키스방에서 세일러복을 입은 어린 여자와의 키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처럼 몰래 금기를 욕망하던 사람들은 그저 타인이 아닌 모든 주변인이며 또한 나 자신이다.그걸 깨닫는 순간 이 낯선 타인들은 결국 타인이 아니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 주인공은 또 다른 자신을 찾아내게 된다. 같은 세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또 다른 자신과 그 가족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음을 방증한다. 마치 해리된 자아같은 또 다른 나는, 순수를 상징하는 키스방의 세일러복 소녀를 구하는 장면에서 하나가 된다.
내재적 관점의 해석도 분분할 수밖에 없는 마당에 외재적 관점의 해석은 더욱 무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이 최인호 작가가 생전 마지막으로 쓴 소설임을 상기해보고자 한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지만 암 투병으로 그 마지막이 어렴풋이 보일 때의 심정이 어떨까.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소설에서 일관되게 보이던 주인공 K의 염세적, 냉소적인 태도가 그것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극단적 이타심을(문장은 혼돈의 범벅일지라도) 보여준 것은 뒤틀린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자신이 바라던 것이 무엇인지를 이 마지막 소설에 남긴 게 아닐까 한다.
알 수 없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누가 누군지 모르는 타인들의 집합체 같았다. 잠시 시간을 내 연병장에 모인 오합지졸의 예비군 같은 모임이었다. 서로 피를 나눈 혈연관계라고는 하지만 친숙함이나 다정함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기도박꾼 집단처럼 느껴졌다. |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을 그저 응시하는 것만으로 10분 이상을 소비해보신 적이 있나요?
처음에는 눈, 코, 입, 피부와 머리카락등이 내 몸에 이상없이 잘 붙어있고 오늘도 다른 날과 변함없는 '나'이구나... 생각되면서도 이 집중을 오랜시간 하다보면 묘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거울 속에 나는 정말 나를 비추는 나인 건지, 한 번도 제3자의 입장에서 날 바라본 적이 없는 나는 이게 진짜 나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해보기도 합니다. 굉장히 낯설어 보일때도 있구요.
중년의 K. 어느 날 그는 아침에 일어나 돌연 이상한 연극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워집니다. 그의 아내와 딸, 키우던 강아지는 물론, 심지어 집안 곳곳에 자리한 소품까지도 평소와는 다른 낯선 향취를 풍기며 그를 밀어내는 듯 합니다. 마치 그를 제외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역할 바꿔치기를 하고 비슷한 옷에 가면을 장착한 채 아내와 딸, 애완견로봇역을 하듯이 말이죠. 더구나 주말에 치뤄진 그의 처제 결혼식이랍시고 모인 친척들은 어딘가 낯이 익지만 역시 일관된 무표정으로 또 하나의 극을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생각 끝에 K는 이 모든 혼란이 전날 밤 친구 H와 머물렀던 술집에서 필름이 끊긴 이후의 시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하고 그 곳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아 카페와 영화관을 전전하게 됩니다.
K가 찾으려 했던 것은 단순히 자신의 휴대폰이었을까요. 아니면 지난 밤 '블랙 아웃'처리된 자신의 기억이었을까요. 그가 주말 동안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마주쳤던 사람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해 내며 능수능란 그를 조롱하듯 스쳐갑니다. 제목 그대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입니다. 매형이자 장인, 매춘부 세일러문이자 딸, 악취나는 노출증 여인이자 아나운서, 포주이면서 독실한 중년여자. 이렇듯 같은 얼굴을 하고 전혀 다른 곳을 동시에 활보하는 그들의 정체는 묘연하기만 합니다. 이 낯익은 복제인간들은 끊임없이 바통터치를 해가면서 이유모를 그에게로의 미행을 계속하는데요. 이윽고 자신이 미친 건 아닌지(?) 확인해 보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인 친구 H를 찾아가 그 해결책을 강구해 보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 친구 역시 불륜에 찌든 가정사와 맞바람으로 정상인같아 보이진 않는군요.^^;
K의 의심은 다음 단계로 발전하였다.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은 우주 만물과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인가, 아니면 하느님으로 위장한 거짓 하느님의 현신인가. 내가 믿는 예수는 과연 인류를 구원한 구세주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만든 인형 리얼돌과 같은 적(敵)그리스도인가. - p.288~289
아무튼 H의 권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누이 JS와 그녀의 전 남편 P교수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 역시 급격한 신체변화와 식성, 섬뜩한 취미들로 화들짝 놀래키기에 충분한 모습을 하고서 그를 맞이합니다. 그는 이 모든 현상이 보이지 않는 손인 빅브라더와 같은 거대한 힘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과 자신의 생각까지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거라 믿고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행동을 개시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K1(레인저)을 마주하게 되면서 종국에는 그와 그의 모체인 K1은 합체하여 태초의 하나였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난해한 내용이죠.ㅠㅠ
그제야 레인저는 가위바위보로는 K2에게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손바닥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자네 말이 옳았군. 우린 서로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는 한 몸인 거야." - p.333
소설은 작가 최인호가 암으로 투병한 기간동안 쓰여진 유작으로 오랜기간 역사와 종교를 다루었던 그의 문학생활에서 초심같던 스프린터의 가쁜 호흡으로 일필휘지 써내려간 산고의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처음 그의 소설을 접해본 저로써는 곳곳에서 보이는 자극적인 성적 표현과 몽환적인 느낌, 책을 덮고 나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찜찜한 기분이 선뜻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규정되는 건 결코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를 보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어지고 구분됩니다. 생김새, 습관, 식성, 말투, 성격... 이 모든 것은 내가 나임을 드러내주는 증거이자 타인이 나를 구분하는 기준인 것이죠. 허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고수하던 스킨 브랜드를 바꾸고 말씨와 식성 따위를 바꾼다고 해서 내가, 내가 아닌 것이 될 수는 없겠지요.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그 섀도 박스에 갇힌 K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낯설지만 익숙한 것은, 나 또한 그와 같이 일정한 틀에 의해 '나'라는 사람이 빚어진 것에 불과하단 걸 어렴풋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