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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양장 ] 열린책들 세계문학-17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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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78g | 128*188*30mm
ISBN13 9788932911748
ISBN10 89329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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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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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종교의 뿌리이자 가장 거대한 고통의 원천 중 하나이다. 나는 이중인격자이기는 하나, 결코 위선자는 아니다. 내 이중성 어느 쪽이든 극도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절제심을 버리고 치욕 속으로 뛰어드는 나 또한, 밝은 빛 속에서 지식을 넓히거나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만큼이나 나 자신이다. 그동안 전적으로 신비하고 초월적인 현상에 매진했던 내 과학의 연구 방향으로 말미암아, 나는 동료들 간에 끝없이 이어졌던 논쟁의 본질을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나는 도덕적 의식과 지적 의식 양면으로 부단히 진실에 접근해 나갔다. 그 진리의 일부를 깨달은 탓에 이렇게 끔찍한 파멸의 늪에 빠지고 만 것이다. 바로 인간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둘이라고 하는 까닭은 내 지식수준이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견해에 동조하거나 아니면 그 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면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별개의 인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체라는 가설을 감히 내놓고자 한다. ---p.82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중에서

인간은 미련한 존재라, 사고도 느리고 관계를 깨닫는 것도 둔하기 짝이 없다. 무덤, 쌍돛 범선의 난파, 녹슨 구두 죔쇠만도 사실 뻔한 증거였다. 그 정도면 어린 아이들도 그들의 암울한 이야기를 읽어 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골당의 공포가 내 영혼을 강타한 건 기껏 인간의 뼈를 건드리고 나서였다. 나는 뼈를 죔쇠 옆에 내려놓고 옷을 집어 든 다음 인간들이 모여 있는 해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이 세상의 어떤 보물도 나를 다시 그곳으로 불러들이지 못할 것이다. 익사자들의 뼈가 다시마숲 속에 있든, 아니면 금화를 덮고 있든, 더 이상 내가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p.138 「메리 맨」 중에서

「이 세상을 살아온 지난 36년 동안, 자네는 운명은 물론 성격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네. 난 자네가 꾸준히 타락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지. 15년 전 자네는 도둑만 봐도 질겁했을 걸세. 3년 전이라면 살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하얗게 질렸겠지. 이제 자네를 위축시킬 범죄가 남아 있는가? 지금의 자네한테 불가능한 폭력이 있나? 앞으로 5년 후면 그 모든 게 현실로 드러날 걸세! 자네는 끊임없이 추락하고, 결국 자네를 막을 수 있는 건 죽음밖에 남지 않을 거라고!」---p.195 「마크하임」 중에서


그날 밤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도를 올렸네. 그런데 아침이 오자, 밸위어리에 너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진 거야. 아이들이 무서워 몸을 숨기고 어른들마저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을 엿보았어. 재닛이 마을로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인데, 사실 재닛인지 그녀의 유령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마치 교수형을 당한 사람처럼 목이 돌아가 머리가 한쪽으로 꺾인 채였어. 얼굴은 죽은 시체처럼 잔뜩 일그러져 있었지. 하지만 사람들도 점점 그 모습에 익숙해져 갔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재닛한테 묻기까지 했지만, 그녀는 이제 기독교 여인들처럼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뿐 아니라, 침을 흘리고 이를 사시나무 떨듯 달그락거리기도 했지. 물론 그 입으로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어. 주님을 찾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현자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p.206 「목이 돌아간 재닛」 중에서

「모르겠어요. 제가 훔친 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빵을 얻는 건 당연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옳은 일이어야만 해요. 그러니 그것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게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무섭게 때리는걸요. 옳고 그름을 모르는 건 아니었어요. 그전에 신부님께 열심히 배우기도 했죠. 저한테 무척 친절하셨어요.」 박사는 〈신부〉라는 단어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먹지도 못한 데다 매질까지 당하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죠. 과일 파이라면 훔치지 않았겠지만 빵집 빵이면 누구든 훔치려 들 겁니다.」
---p.227 「프랑샤르의 보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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