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레슨을 충분히 연구했다면, 어엿한 탐정에게 미행이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란 걸 알았지요? 당신은 목표로 정한 인물을 잘 연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인 범죄자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이해하고 그 특징을 잘 알아야 합니다. 또 늘 인파에 섞이도록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차림새를 배워 터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레슨을 모두 배웠다 싶으면, 친구나 친척 한 사람에게 미리 허락을 얻은 뒤 미행하고, 어느 하룻밤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완전한 기록을 남겨봅시다.
J. J. O’B
추신 : 사전을 사서, 나에게 편지를 쓸 때 2음절 이상의 단어를 쓸 경우엔 철자를 점검하시오. 일거리를 구할 때, 자주 등장하는 ‘지문’ 같은 단어를 ‘짐운’처럼 써서는 도저히 일을 맡을 수 없을 겁니다.
J. J. O’B
발신 : 코네티컷 주 서리. R. B. 맥레이 씨 댁내
탐정 P. 모란
수신 : 뉴욕 주 사우스 킹스턴
애크미 인터내셔널 탐정통신교육학교 주임경감
예, 말씀하신 대로 철자를 점검하려고 사전을 샀고, 친척은 멀리 포터킷에 살기 때문에 미행할 수 없어서 이탈리아인을 미행했습니다. 그때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이탈리아인은 구둣방의 토니뿐인데, 쌍둥이를 빼고도 자식이 아홉이고, 밤에 외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요일 밤, 마침 휴일이기도 하고 사모님도 “피터, 쿠페를 타도 좋아요. 대신 휘발유를 20리터 이상 사용하면 안 돼요.”라고 해서 토링턴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운전기사 복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복은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복장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토링턴까지 차로 가서 중앙광장을 달리자, 그곳에서 클리프 애덤스(‘클리포드’를 줄인 이름입니다)가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녕, 클리프.”라고 부르자, 그는 “안녕, 피터.”라고 대답했고, 저는 골목으로 들어가 쿠페를 세웠습니다. 이상한 우연이지만 제가 쿠페를 세운 바로 뒤에 클리프 애덤스의 차가 있었는데, 거기는 업무 중 그가 주차해 두는 곳입니다. 클리프 애덤스의 차라고 알게 된 이유는, 하나는 그의 엄청 큰 고물차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X-3이란 짧고 외우기 쉬운 번호인 까닭이죠. 코네티컷에서는 차를 가지면 이런 식으로 Z-1이라든가 D-2 또는 이니셜을 사용한 짧은 번호를 붙입니다. 그래서 클리프 애덤스의 차 번호판을 봤을 때, 그게 클리프 애덤스의 차라고 직감적으로 느낀 것입니다.
그다음에 저는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미행을 시작했습니다. 인파 속으로 섞여들 수 있었겠지만, 다만 그때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두 블록도 가지 않아 이탈리아인 두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발견하고 뒷골목으로 몸을 숨기며 그들을 미행했습니다. 그들의 말소리는 잘 들렸지만 이탈리아어라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두 사람은 금방 헤어졌고, 한 사람은 주차했던 곳, 이스트 메인 가로 돌아가 차를 타고 떠났는데 번호는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번호판을 보려고 생각했을 무렵엔 차는 이미 떠났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가 다른 이탈리아인과 이탈리아어로 지껄이던 곳으로 돌아갔더니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가게에서 나와 걷기 시작해서, 저는 프랭클린 가에서 계속 이스트 앨버트 가에 닿을 때까지 미행했고, 그런 다음 또 프랭클린 가를 따라 그 남자가 교외 부근으로 나올 때까지 800미터쯤 뒤쫓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눈치채고 달려서 저도 따라 달렸더니, 그가 멈춰 서서 말했습니다.
“왜 나를 쫓는 거요?”
그는 “와이(Why)?”가 아니라 “봐이(Vy)?”라고 했습니다.
저는 “상관의 명령이다.”라며 드러그 스토어에서 산 배찌를 보였는데, 배찌에는 아래쪽에 ‘G맨(FBI의 수사관)’ 위쪽에 ‘소년’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위쪽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가 힐끗 보더니 소리쳤습니다.
“젠장!”
제가 말했습니다.
“그걸 내놔.”
“내놓으라니, 뭘?”
“말했잖아. 총 말이야.”
그가 이상한 표정으로 저를 봤습니다.
“몰라, 총 같은 건 없어.”
그래서 저는 몸수색을 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고, 주머니에서 나온 건 담배 몇백 개뿐이었습니다.
“이봐.”
그가 두리번두리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말했습니다.
“이봐, 경관. 결말을 내지.”
제가 물었습니다.
“무슨 뜻이야?”
“이런 뜻이야.”
그가 악수를 청했는데 손바닥에 접힌 지폐 같은 게 느껴져, 제가 성냥을 켜서 보니 20달러짜리 지폐라, 얼마나 놀랐냐면 이쑤시개로 찔려도 푹 쓰러질 지경이었습니다.
“이걸로 됐지? 더 필요하면 언제 한 번 내게 와.” 그가 말했습니다.
“어디로 가지?” 제가 물었습니다.
“가게로 돌아가지. 잠깐 산책하러 나왔을 뿐이야.”
“괜찮다면 가게까지 미행하겠소. 레슨 4에 쓰여 있던 것처럼 멋진 연습이 되니까.”
“그렇게 해.”
그가 대답해서 저는 가게까지 미행했고, 그 뒤 저는 쿠페로 집에 왔는데 휘발유는 12리터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목요일 밤에 쉴 때 이탈리아인을 조금 더 미행하려고 합니다. 이탈리아인을 미행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