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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전쟁술

프랑스식 전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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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804쪽 | 890g | 143*213*40mm
ISBN13 9788932030449
ISBN10 89320304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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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집단으로 죽었고, 우리는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이름조차 없었다. 이 전쟁에서 비가 내리듯 죽었고, [……] 이 집단 살해의 당사자 모두 자신이 누구를 죽였는지, 어떻게 그를 죽였는지를 보지 못했다. 시체들은 멀리 있었다. 미사일의 궤도 끝에, 이미 떠나버린 비행기 날개의 저쪽 아래에 있었다. 그것은 살인자의 손에 어떤 얼룩도 남기지 않은 깨끗한 전쟁이었다. [……] 말은 무력하고, 사람들은 이 전쟁에 대해 말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 --- p.27~28

제국주의 전쟁에서 우리는 적들의 사망자 수를 세지 않는다. [……] 그들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수를 헤아리지 않는다.
[……] 기계로 사람의 신체를 파괴하는 일에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영혼의 소거가 따르게 마련이다. 흔적 없는 살인이 행해지면 살인 자체가 사라진다. 유령들의 수가 축적되고, 우리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 p.31

“나는 그림을 빨리 그립니다. 시간이 날 때면 하루에도 여러 장을 그리죠. 그렇지만 또 많이 잃어버리기도 했고, 잘못 두기도 했고, 잊기도 했고, 버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퇴각하면서 많은 수색을 벌였죠. 그때는 짐을 꾸릴 여력이 없었고, 짐을 다 가져가지 못해 버리기도 했지요.”
나는 그의 수묵화에 찬탄했다. [……]
“살라뇽 선생님, 제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는지요?” --- p.53~54

“전쟁 이후의 침묵은 여전한 전쟁을 뜻하지요. 우리는 사람들이 애써 잊으려고 하던 것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치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요구했던 것과 같았지요. 전쟁이 끝난 이후에 태어났다고 해도 그 징후들이 남아 있는 동안 성장한 것이잖아요.” --- p.56

버린 표 때문에 제재를 당한 청년은 흑인이었다. 역이 불탔다.
인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종은 역이 불타오르기 위해서, 아무런 공통점을 지니지 않는 수백 명의 사람이 피부색으로 조직되기 위해서는 부족함 없이 존재한다. --- p.221

“[……] 마리아니 안에는 광기 같은 게 있어. 아시아에서 그는 사고를 겪었고, 내면이 찢겨 선이 하나 끊겼지. 계속 고국에 살았다면 아마 그는 온화한 사람이었을 거야. [……] 그것은 그의 영혼에 구멍을 만들었어, 그리고 구멍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그는 구멍을 통해서만 보았는데, 인종 차이도 구멍으로 본 것이지. 우리가 그곳에서 겪은 것은 가장 질긴 천도 찢어놓을 수 있었지.”
“선생님은 아니고요?”
“나는 그림을 그렸지. 그것은 갈기갈기 찢긴 것들을 다시 꿰매는 것과 마찬가지였어. 그러니까 지금 내가 자문하는 것이기도 해. 내 안의 일부는 언제나 완전히 그곳에 있지 않았어. 내가 그곳에 두지 않았던 부분, 나는 그곳에 삶을 빚지고 있어. 그, 그는 온전하게 돌아오지 못했어. 나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충실한데, 그것은 내가 그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야.” --- p.308~09

드골은 대단한 거짓말쟁이에 뛰어난 소설가로, 우리는 그가 쓴 단 한 문장, 단 한 단어에 의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데도 우리가 승리자인 것처럼 믿었다. 문학적 힘을 지닌 표현으로 그는 우리의 굴욕을 영웅주의로 변형시켰다. 누가 감히 그를 믿지 않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그를 믿었다. 그는 말을 너무나 잘했다. 그것은 너무나 적합한 말이었다. 우리는 승리했다고 아주 굳건히 믿었다. 그리고 승리자의 테이블에 앉으려고 왔을 때 우리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개를 데리고 왔고, 우리 힘을 보여주기 위해 개에게 발길질을 했다. 개는 끙끙거렸고, 우리가 계속 개를 때리자 개가 우리를 물었다. --- p.407

독일 군인은 프랑스어로 질문했고, 베트남 독립동맹원은 프랑스어로 대답했다. 그중 어느 누구도 프랑스어가 모국어는 아니었지만, 통킹 만에서 프랑스어는 심문을 던질 때 통용되는 언어였다. 이것은 살라뇽에게 물리적 폭력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을 주었다. 피와 죽음은 현재로선 그와 무관했지만, 그러한 폭력에 자신의 모국어가 쓰이는 일은 무관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일어난 일이었고 이러한 폭력을 말하기 위한 단어들은 사라져버릴 수 있었다. 그는 그날 사람들이 그런 단어들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를, 침묵이 형성되기를 희망했다. --- p.517

너무나 폭력이 만연하고, 희생자가 넘치고, 사형집행인도 넘쳐나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역사는 불안정하다. 국가는 파괴되고 있다. 만약 국가가 의지와 자부심이라면, 우리의 국가는 굴욕으로 망가졌다. 만약 국가가 공통된 추억이라면, 우리의 국가는 부분적인 추억들로 분해되었다. 만약 국가가 공유하는 삶에 대한 의지라면, 우리의 국가는 구역과 분양지들이 만들어지고 서로 섞이지 않는 소그룹들이 만들어지면서 점차 분해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서서히 괴로워하면서 죽어간다. --- p.608

“[……] 내가 겪은 인도차이나는 끝을 내는 방법들의 박물관이었어. 사람들은 머리에 총을 맞거나 몸을 관통하는 기관총에 죽고, 빠져나가면서 얼굴을 찢는 포탄 파편 때문에 죽고, 지뢰에 다리를 잃어 죽고, 목표에 명중한 박격포의 일격으로 갈기갈기 찢겨 죽기도 해. 뒤집힌 전차의 고철에 눌려 죽고, 철갑탄 공격에 타버린 은신처에서 죽고, 독이 든 덫에 찔려 죽고, 심지어 더 단순하게?어쩌면 신비롭게도?피로와 열 때문에 죽었어. 나는 모든 것을 겪고 살아남았지.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어. 결국 나는 그다지 책임이 없었던 거야. 나는 마침 모든 것을 피했던 거야. 나는 거기에 있었고. 나는 그림이 내가 그럴 수 있게 도왔다고 생각해. 그림이 나를 숨겨주었어.”--- p.569

먹을 가지고 그리는 일은 특별한 감정을 선사한다. 먹은 너무나 잘 번져, 아주 작은 몸짓도 거기에 영향을 끼치고, 한 번의 숨결도 그것을 혼란스럽게 한다. 마치 음료를 마시는 사람의 숨이 잔의 표면을 흔들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배웠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들, 내 삶을 일련의 사건으로 만든 분노들을 이용한다. 나는 서툴지만 힘 있게 그린다. 내가 그린 것은 닮지 않았다. 내 보잘것없는 재능과 붓에 스며든 검은 액체로는 내가 보는 것과 비슷하게 그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먹으로 그리는 그림은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고, 존재한다. 각각의 선에서 우리는 그려진 사물의 그림자와 그린 사람의 분노가 담긴 붓질을 본다. --- p.762~63

“나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자랑스럽지 않아. 나는 내가 한 일을 해온 셈이고, 그 무엇도 그 일들이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어. 나는 내가 겪은 일을 정말로 몰랐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
--- p.7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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