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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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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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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92g | 128*188*17mm
ISBN13 9791187795414
ISBN10 118779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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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수의 여파로 시내만 거닐다가 하루는 버스를 타고 산동네에 갔다. 버스 종점에 내려서 두리번거리다 용산에 산다는 페루 아주머니를 만났다. 휴가 왔다면서 셀카봉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 “이거 지하철에서 파는데 셀카봉도 없어요?” 우아라스 산동네에서 용산 사는 페루인을 만났듯이 여행은 예상치 못한 구덩이를 여기저기 파 놓고 있었다.
--- p.017

보드카에 와인을 섞은 듯한 달콤함에 한 잔 두 잔 얻어 마시니 취기가 올랐다. 복슬복슬한 털로 싸인 열매가 열리는 나무 아래에서 사장이 살사를 추자고 했다. 그의 골반은 부끄러움 따윈 모른다는 듯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넌 살사를 어디서 배웠니?” 내가 물었다. “살사를 왜 배워? 타고나는 건데.” 그가 의아하다는 듯이 답했다.
--- p.028

태평양의 파도는 너무나 세서 귀싸대기를 맞는 기분이다. 기분 좋은 귀싸대기! 파도에 넘어지면서 수영복이 벗겨지기 일쑤였는데 올리면 그만이다. 지치면 해변가로 와 주먹밥을 먹고 와인을 마셨다. 음악을 틀고 춤도 추었다. 발라드를 사랑하는 동행의 아이팟에 댄스곡은 씨스타의 ‘Touch My Body’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Back’뿐이었지만 어떠랴. 비키니가 민망해서 살짝 흔드는 정도였는데, 더 격렬하게 출 걸 후회된다. 세상엔 안 해서 후회되는 게 더 많다.
--- p.119

파타고니아 일대를 등반하면 퓨마를 종종 만난다는데, 정말 만나다니. 그런데 퓨마는 육식동물 아닌가? 치타랑 비슷한가? 그럼 나 먹힐 수도 있네? 온몸이 굳었다. 쟤가 날 알아차리지 못하게 바위처럼 보여야 했다. 5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일행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속삭였다. “오지 마, 퓨마가 있어. 그리고 제발 조용히 해.” 물론 일행은 듣지 못했다. 자꾸 큰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나는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제발 오지 말라고!”
그건… 나무 밑동이었다.
--- p.169

1달러, 1쿡을 외치며 혈안이 된 자본주의 총아들(그들은 돈 버는 방법을 빨리 깨우쳤고, 마음이 급했다)의 거친 눈빛이 씁쓸하나, 아바나는 낭만이다. 관광객용으로 전락한 나시오날 호텔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헌정 공연이 아쉽지만 아바나는 리드미컬하다. 해변에 아무렇게나 깨진 럼 병이 슬프나 아바나는 살아있다. 인생 역시 복잡하게 뒤섞이고 거칠게 흔들릴 때 두렵지만 살아있음을 느끼지 않는가. 그립다. 급속히 변해 가는 쿠바를 위해 기도와 건배를!
--- p.247

우연한 여행 덕에 이 동네를 알게 되었다.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에 발을 들이미는 용기도 내볼 만하다. 인생도 그럴까? 국경을 넘다 죽을까 봐 겁나면서도, 시간 낭비일까 걱정하면서도 한 발 내딛는 것, 그것은 불행보단 보상으로 오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여튼 가만히 있는 것보단 100배 나은 듯하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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