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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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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 ] ISAKA KOTARO COLLECTION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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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62g | 128*188*30mm
ISBN13 9788901217147
ISBN10 8901217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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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살인을 실행하려면 몇 가지 요인이 필요하대요. 예를 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적혀 있던데,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에게 ‘왜 사람을 쏘았나?’ 하는 질문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뭐냐 하면.”
“죽지 않기 위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그 책에 따르면.”
“따르면?”
“명령을 받았으니까.” --- p.130

슈베르트의 [마왕]에서는 마지막에 아이가 어떻게 됐지?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캐묻는다. 스스로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어떻게 됐지?” 하고 추궁한다. “죽었잖아” 하고 나는 대답한다. 노래의 마지막, 아버지가 말을 몰아 집에 도착했을 때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이일 수밖에 없는 나는 그 사실에 지독한 공포를 느꼈다. ‘양치기 소년’처럼 제 입으로 한 거짓말이 불러온 비극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의 존재를 알아채고 아버지에게 호소했지만, 아이는 구원받지 못한 것이다.” --- p.167

“난 우리 남편 머리를 무릎에 올려놓고 귀지를 파고 있을 때 늘 이런 생각을 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평화롭다는 증거구나, 하고. 전쟁 같은 게 일어난다면 귀지나 파고 있을 정신이 없을 거 아니야. (중략) 전쟁 중에는 있지, 섹스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귀지는 파기 힘들 거야 아마. 그러니까 남편이 귀를 내 쪽으로 내놓고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 거야. 하지만 숨은 쉬고 있으니까 몸이 천천히 움직이잖아. 그 호흡을 느끼면서 한가롭게 지내는 시간이 난 참 좋아. 이렇게 귀지를 팔 수 있는 시간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 --- p.251

“형은 언제나 말했어. 인간이란, 더구나 머리가 좋은 놈일수록 평화나 건강 같은 걸 촌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고.”
“또 나왔다, 음모설.”
“뭐, 실제로 누군가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하지만 드높은 목소리로 ‘전쟁 반대’ ‘평화로운 세상을’ 하고 입바른 소리를 해대면 말이야, 괜스레 ‘시끄럽네’ 하는 생각이 들잖아.
잘난 입 좀 다물어, 같은 생각.” --- p.270

“무솔리니는 최후에 애인인 클라라와 함께 총살을 당하고, 시체는 광장에 공개되었다는 모양이야.군중이 그 시체를 향해 침을 뱉고 매질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체를 거꾸로 매달게 되었는데 그러자 클라라의 치마가 뒤집혔지. 군중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대. 죽여준다, 속옷이 훤히 다 보인다, 하며 흥분했겠지. 어느 시대건 그러기 마련이지, 남자들이란. 아니 여자들도 그랬겠지.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치마를 올려주고 자신의 허리띠로 묶어서 뒤집히지 않도록 해줬대.” (중략) “사실 나는 늘, 최소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사람들이 날뛰고 소란 피우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최소한 있지, 뒤집힌 치마 정도는 바로잡아줄 줄 아는, 뭐 그게 무리라면 치마를 바로잡아주고 싶다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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