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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안녕 시모키타자와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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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70g | 127*188*20mm
ISBN13 9788937483868
ISBN10 89374838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무 의도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확대된 어수선한 거리 구조는 인간의 너저분한 치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가 꽃을 쪼아 먹는 모습이나 뛰어내리는 고양이의 매끄러운 몸놀림만큼이나 아름다워서, 실은 인간의 무의식 속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어떤 일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 탁하다. 하지만 마침내는 깨끗한 흐름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속에서 조용히 영위된다.”
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옳은 말이라고 공감하는 동시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후로 몇 번이나 보면서 외우고 또 용기를 쌓았다.
어렴풋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언어로 분명하게 말해 주면 이렇듯 마음이 편안해진다.---pp.9~10

아름답고 자세가 반듯한 셰프가 방긋거리며 다가와 “시간 걱정은 아직 안 하셔도 돼요.”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안심하고 망고와 백도를 곁들인 카시스 빙수를 주문했다.
얼음은 보슬보슬하고 과일은 정말 맛있었다. 달콤함이 마치 천국의 음식처럼 배 속에 젖어 들었다. 자문자답과 후회를 거듭하며 쉬지 않고 돌아가느라 뜨거웠던 머릿속이 기원하고 기분 좋게 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대단하네, 이거. 맛있다. 오랜만에 맛이란 걸 느껴 보네. 몸은 살아 있나 봐, 마음은 죽었어도.”---pp.49~50

이 동네로 옮겨 온 후로 나는 점점 솔직해지고 현실에도 차츰 발붙여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 처음에는 구경 온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발자국이 하나둘 대지에 새겨지는 것을, 그 축적을 느낀다.
날마다 걸으면서 내 발자국이 이 땅에 거푸 남고, 내 안에서도 동네가 생겨난다. 양쪽이 똑같이 성장해서, 내가 죽은 후에도 기척은 남는다. 그런 사랑의 양식을 처음 배웠다.---p.168

늦은 시간 밤길은 공기가 맑았다. 가슴 한가득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었다. 몸에 남아 있는 열기가 날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택시에 올라, 나는 말했다. 무언가를 치유하는 주문처럼.
“시모키타자와로 가 주세요.”
지금 나의 고향, 지켜야 할 것이 있고, 돌아가야 할 곳의 이름.---pp.278~279

사람 사는 거리란, 그런 거다.
몇 년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의 삶이 이 거리를 숨 쉬듯 들고 나는 것을 나는 느꼈다.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들고 나면서 거리는 만들어진다.
후지코 씨의 말대로다. 언뜻 보면 뒤죽박죽 혼란스럽고 추하지만, 어느 틈엔가 멋진 무늬를 그리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원했을 단순한 소망을 나 또한 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밀려난 것들, 마음만 놓아두고 이곳을 떠난 것들이 남긴 상념의 잔해가 데굴데굴 나뒹구는 기억의 전쟁터에 꽃을 바치듯 하루하루 발자국을 새기며 걸어간다.
---pp.284~28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중견 록 밴드의 키보드 주자인 아빠는 다정하고 약속을 잘 지키고 가족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가 언제까지나 옆에 있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꿈에도 상상 못 했던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아빠는 영원히 가족의 곁을 떠나고 만다. 엄마와 나는 모르는 친척 여자와의 동반 자살. 많은 사연이 밝혀지고 그보다 더 많은 질문이 생겼으나 아빠가 없으면 어떤 답도 무의미할 뿐이다. 그렇게 남은 엄마와 나는 아빠와 함께 살던 메구로의 집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 마음속 어둠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 홀로 시모키타자와의 낡은 이층집으로 이사 한 나. 골목골목마다 신기한 가게와 재미있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생기 넘치는 그 거리에서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겨우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살아가는 즐거움을 되찾을 무렵, 나의 작은 하숙방에 외로움을 참지 못한 엄마까지 찾아와 복닥복닥한 공동생활이 시작된다.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엄마의 모습, 일하는 가게에 찾아온 신야 씨와의 두근거리는 관계, 시모키타자와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친근해진 얼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의 기쁨.
그런 나에게 아빠의 죽음을 둘러싸고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하나둘, 뒤늦게 도착한 엽서처럼 찾아오고 이 거리에서 조금 더 강해지고 튼튼해진 나는 평생 피하려고 마음먹었던 그 아픈 추억을 하나씩 찾아가며 진정한 재생을 꿈꾼다.
아빠의 밴드 동료 야마자키 아저씨와 감추어진 이야기를 추적하며, 베일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자신을 영원히 속박하리라 생각했던 어둠에서 조금씩 해방되는 나. 한편 새로운 마음의 고향 시모키타자와에서 시작된 사랑과 그 사랑의 끝,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을 겪으며 나는 점차 어른이 되어 가는데…….
거리와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삶의 지도, 우리의 일상을 따스한 빛으로 물들이는 아주 친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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