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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는 날

연애, 하는 날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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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06쪽 | 494g | 153*224*30mm
ISBN13 9788927802518
ISBN10 892780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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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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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쓸쓸하구나. 연숙은 택시에 오르는 그의 지친 등을 보며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짙은 슬픔이 드리워 있었다. 그 얼굴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화가 난 사람의 얼굴도, 슬픈 얼굴도 아니었다. 종종 그녀를 유혹하는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남자들의 얼굴도 아니었다. 그런 얼굴을 연숙은 무수히 보았다. 백화점에 오는 손님들의 얼굴은 우월감과 욕망으로 정액처럼 끈적거렸고, 그들과 오래 마주서 있다 보면 비린내 때문에 배 속이 울렁거려 혼자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가 큰소리로 욕설이라도 내뱉어야 다소간 속이 풀렸다. 그러나 지금 대일의 얼굴은 마치 뭔가 중요한 것을 분실했는데 그것을 찾아나서야 할지 포기하고 말아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p.43

그는 가서 아내를 안아주고 싶었다. 비틀어진 목과 무력하게 방치한 다리, 거기에서 슬픔을 보는 것은 그녀가 슬퍼서인지 그가 슬퍼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창 너머에서는 반쯤 투명해진 그녀의 몸을 통과하여 강과 차들이 흘러가고 가로등이 빛났다. 장우의 몸을 통과하여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구름이 흘러갔다. 문득 그는 깨달았다. 이제 그들 부부 사이에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슬픔, 그리고 외로움을, 기껏해야 위로를, 때로는 의구심을, 경우에 따라서는 쓰디쓴 배신감과 원한과 분노를, 원망을, 벽돌처럼 참혹한 이런 침묵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일 것이다. ---p.70

기분이 더러웠다. 배우자를 강간하는 것이 범죄냐 아니냐, 하는 논쟁을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런 논쟁 자체가 상곤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는데, 범죄가 분명하다는 으로 토론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 토론에 따르면 상곤은 범죄를 저지른 셈이었다. 월요일 아침, 그는 성범죄로 하루를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억울한 노릇이 어디 있단 말이냐. 어째서 아내는 그를 성범죄자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p.75

아내는…… 예뻐졌다. 그의 아내가 아닌 것 같았다. 아니다. 그의 아내 수진은 옛날에도 예뻤다. 예쁘고 착하고 따스했다. 그러나 이제 수진은 여전히 예쁘지만 차가워졌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난 네 여자가 아니야, 하고 말하는 듯했다. 아내가 현관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볼 때면 그는 가끔 깜짝 놀랐다. 이 여자가 내 아내란 말인가? 그녀는 멀고 먼, 그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여자, 저 밖에, 잘난 사람들이 오가는 값비싼 거리에 속한 여자들 가운데 하나 같았다. 쉽게 손을 내밀 수 없는, 기름 묻은 손과 작업복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런 여자, 그런 아름다움. ---p.81

장우는 깨달았다. 그가 수진에게 아파트를 사준 순간 매뉴얼의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것을. 더 이상 매뉴얼은 없었다. 그가 당황한 것은 바로 매뉴얼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경험해본 적도 없었다. 그는 낯선 영역에 들어섰다. 나침반도 지도도 없었다. 이제 그 자신이 지도를 그리고 나침판으로 방향을 더듬어 찾아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성가신 일이 될 것이다. 아는 길로만 다녀도 충분하지 않은가. 이 낯선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인가? 그 성가신 짓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그는 더 가보고 싶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왜? 알 수 없었다. 더 갈 것이냐 끝낼 것이냐. 저울질 끝에 그 순간 장우가 선택한 것이 더 가는 길이었다. 그렇다 하여 사랑? 거울 속의 장우가 킬킬 웃었다. ---p.130

“당신이라는 말, 참 따뜻하게 들려요.”
수진은 그 말이 따뜻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처음 배우는 말 같았다. 당신이 좋아. 당신이라고 할래요. 장우는 그녀의 어깨에 입을 묻고 음, 하고 말했다. 수진은 그의 입술이 그곳에서 영영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조금씩 시장기가 느껴졌으나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그의 어깨를, 젖가슴을, 그녀의 모든 것을 그가 먹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으나 참았다. ---p.137

수진은 이것이야말로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이것 이외의 현실은 없었다. 뜨겁고 강렬하고 눈부신 저 해돋이와 순간마다 그녀의 몸을 덥게 만드는 이 열망, 이것이 현실이 아닐 리 없었다.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현실일 수 없었다. 다른 것들, 다른 모든 것들…… 그런 것들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이 사랑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었다. 이처럼 생생하고 뜨거운 것은 없었다. 길지 않은 그녀의 생애 최초로 그녀는 삶을, 현실을, 그녀 자신을, 그리고 사랑을 명료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어쩌면 평생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삶이, 낯선 삶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p.143

슬픔은 더 이상 그녀의 몸을 뒤흔들지는 않았다. 슬픔은 서서히 희미해지면서 그녀의 일부가 되었다. 더 이상 서영 자신과 구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슬픔은 서영의 얼굴 표면에, 피부의 표면에, 겨드랑이와 오금 같은 곳에, 그녀의 모든 주름살 깊은 곳까지, 마음의 낮고 높은 결을 따라 정밀하게 뒤덮였다. 그녀가 슬픔을 운반했다. 슬픔이 그녀를 운반했다. 그녀는 슬픔의 그림자가 되었다.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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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는 날』은 우리 시대의 욕망과 그 비참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욕망을 욕망이라고 부르건 사랑이라고 부르건, 그것은 늘 상처 입고 타락한 모습으로 실현되고, 그 내력을 담는 공간은 늘 왜곡된다. ‘연애하는 날’은 진흙의 시간 속에 기포처럼 떠 있지만, 기포만큼 맑은 것은 아니며, ‘연애하는 방’은 인환의 거리에서 도려낸 먼 섬처럼 물러서 있지만, 섬처럼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이런 소설을 만나는 것이 실로 얼마 만인지. 총체적이면서도 동시에 개별적인, 지금 이 순간 고통을 품고 신음하는 우리의 앓는 몸과 같은 소설. 이 세계의 폭력으로부터 상처 입은 영혼을 안고 있으면서 치유받기를 갈망하고 소통하기를 꿈꾸는 소설. 그래서 아프고, 무섭고, 슬프다. 그러나 또한 가슴이 메도록 아름답다.
이창동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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