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라.’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가령 동물의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한번 생각해보라.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사자 한 마리가 있다. 그 사자는 물가에서 목을 축이는 영양 떼를 본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수천 마리의 영양 중 단 한 마리를 집어낸다. 우리는 사자의 눈빛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사자는 동물적 후각을 발동하여 영양 무리 중 가장 허약하고 맥없고 만만한 희생물을 한 마리 골라낸다. 사자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훈련되어 있는 것이다. 범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내가 그들 부류의 한 사람이라면 나는 매일 사냥에 나가는 그 순간 가장 만만한 먹잇감을 찾을 것이다. --- p.36
우리가 만난 첫 번째 중죄인은 에드 켐퍼였다. 그는 당시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중간쯤에 있는 배커빌 소재의 캘리포니아 주립 의료 시설에서 다중 종신형 죄수로 복역 중이었다. 내셔널 아카데미의 강사진은 그를 직접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사건을 강의했다. 그래서 우선 그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가 우리를 만나줄지 또 입을 순순히 열지는 알 수 없었다. --- p.158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충동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해갔다.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그는 한 블록에서 만나는 사람을 모두 죽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생각이 있었다. 곰곰 따져보니 꼭 해치우고 싶은 게 있었다. 부활절 주말. 그는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침실로 들어가 못 빼는 망치로 어머니의 머리를 마구 내려쳤다. 어머니가 죽자 시체에서 머리를 떼어내고 머리 없는 시체를 강간했다. 그러고는 마지막 순간에 어떤 영감에 휩싸여 그녀의 후두喉頭를 떼어내 쓰레기통에 던졌다. --- p.162
내가 동네 경찰서 사람들을 만나 프로파일링 조언을 해주던 그 무렵, 샌프란시스코 만 주위의 경찰서들은 한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내 조언을 구해왔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등산로 주변 삼림이 울창한 지역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언론은 그 사건의 UNSUB를 ‘등산로 살인범’이라고 명명했다. 이 사건은 1979년 8월에 시작되었다. 은행 중역이며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44세의 에다 케인은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만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타말파이스 산(일명 잠자는 숙녀) 동쪽 등성이의 한적한 등산로를 올라가다 실종되었다. 케인이 밤이 되어도 귀가하지 않자 걱정이 된 남편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의 시체는 다음 날 오후 수색견에 의해 발견되었다. 한쪽 양말만 신은 알몸으로 고개를 숙인 채, 목숨을 구걸하듯 꿇어앉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검시의는 뒷머리를 관통한 한 발의 총알이 사인이라고 판정했다. 성추행을 당한 흔적은 없었다. 살인범은 석 장의 신용카드와 현금 10달러는 가져갔지만, 결혼 반지와 기타 귀금속은 그대로 두었다. --- p.231
나는 현지 경찰에 계속 주문했다. 그자는 손쉽게 자백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지아가 사형을 채택한 주이기 때문에 1급 살인죄를 판정받으면 전기의자형에 처해질지 모른다. 설혹 유아학대로 감옥에 간다고 해도 투옥 즉시 샤워를 하고 나면 재소자에게 항문 성교를 당할지 모른다. 게다가 다른 재소자들도 그에게 비역질을 하려고 틈틈이 노릴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겁나서라도 용의자는 순순히 자백하지 않을 것이다. 조도가 낮은 조명등을 쓰고 취조실에는 한 번에 두 명씩만 들어가라. 그러니까 FBI 요원 한 명, 아데어스빌 경찰서 형사 한 명. 그러고는 우선 용의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척하라. 용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지 잘 안다는 태도를 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