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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홀린 음식들

문학을 홀린 음식들

: 굶주린 독서가가 책 속의 음식을 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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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top20 3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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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46g | 150*210*30mm
ISBN13 9791161110097
ISBN10 116111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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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의 놀이터는 또래들의 것과 퍽 달랐다. 매주 며칠씩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를 외할아버지의 푸줏간인 ‘샐리츠’에 데려다놓고, 저녁식사 전까지 엄마를 번거롭게 하는 대신 숙제를 하고 소일하게 했다. 계산원인 베티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가운데, 사촌과 나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숨바꼭질을 했다. (…) 그렇지만 거의 날마다 나는 금전등록기 뒤편 우유 상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책 한 권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책을 읽어치웠다. 그러고 있으면 피가 튄 하얀 겉옷을 걸친 할아버지가 주전부리들을 가져다주었다. ‘원더브레드’ 상표 빵에 소금에 절인 우설을 올린 것이나, 닭 간 파테를 두텁게 바른 리츠 크래커 같은 것들이었다. --- p.17

문제는 내가 그 책을 분명히 읽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여러 번, 아주 여러 번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잠자리에서 단골로 읽어준 책이었고, 내 평생 가장 좋아한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많은 평론가들과 작가들에게 혹평을 받아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가장 유명한 사례는 그냥 “웩!”이라고 반응한 모리스 샌닥이다), 나는 그 책이 귀중한 문학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어린이로서 그 책을 좋아한 것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삽화들과 멜빵바지 차림의 귀여운 생쥐 때문이었다. 성인으로서 좋아하는 것은 그 불길한 메시지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준다면, 언제나 더 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 p.50

이 샌드위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남부에서는 비스킷이 그냥 아침식사용 별미가 아니라 끼니마다 먹는 주식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이 비스킷에 뭔가 빠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 메이컴 주민들은 법원 청사 잔디밭에 앉아서 비스킷에 시럽과 따뜻한 우유를 곁들여 먹는다. 비스킷을 케일주스에 찍어먹고, 비스킷에 당밀과 버터를 발라 먹는다. 젬과 스카우트가 저녁식사 전에 배고파하면 요리사인 칼퍼니아는 버터를 듬뿍 바른 뜨거운 비스킷을 들려서 내보냈다. 비스킷은 사실 너무나 흔해빠져서, 어느 부분에서인가 칼퍼니아는 식어빠진 비스킷들을 스카우트의 에나멜가죽 구두의 광을 내는 데 사용하기까지 한다. --- p.133

뉴욕대학교 학생 신분으로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의 두 가지 생활 즉, 영어와 라틴어를 공부하는 생활과 음식을 만들고 차리는 생활은 완전히 별개일 거라고 생각했다. 주방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동료들과 문학 이야기를 하며 보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방은 육체적인 장소다. 다지고, 땀 흘리고, 맛보고, 꼬챙이로 찌르고, 서로 부딪히는 그 모든 행위들은 자연스럽게 온갖 무의미하고 외설적인 잡담을 끌어낸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고약한 농담과 허세 사이사이, 고요하고 사색적인 순간이 찾아올 때면 우리는 책에 관해 이야기했다. --- p.182

문학 속의 요리법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가끔씩은 자문하게 된다. “너무 멀리 가는 거 아냐?” 이 요리법도 그런 것 중 하나일 수 있고, 포르케타 디 테스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봄이 와서 슈가스냅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버전처럼 보이는 잠두가 시장에 보일 때마다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렉터』 시리즈 생각이 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고등학교 때의 나만큼 이 책들에 집착한 사람이 또 있을까? --- p.194

브루클린에서 고향으로 간 것은 할아버지의 팔순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몇 달 전 막 블로그를 시작한 참이었다. 파파는 내가 블로그에 써야 할 책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잔뜩 갖고 계셨지만, 그날 그분이 가장 얘기하고 싶어하던 책은 며칠 전에 다 읽은 『미들섹스』였다. 할아버지와 대화할 때마다 그분의 상냥함?지성?열린 마음에 감명받았지만 그날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에 남을 것이다. 여든 살 먹은 남성이자 보스턴의 가장 거친 동네 중 하나에서 살아온 전직 푸주한인 할아버지가 성 정체성과 양성인들의 투쟁에 대해 열변을 토한 것이다. --- p.203

그 누구도 모리슨처럼 농작물을 섹시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녀의 초목들은 엉덩이를 살랑거리고, 그녀의 과일들은 부풀어올라 꽃을 피우며, 그녀의 베리들에는 즙이 넘쳐흐른다. 포도는 그녀의 소설 거의 전부에 등장한다. 『빌러브드Beloved』에는 가너 씨의 포도나무가 있어서 “너무 작고 딱딱하며 식초처럼 시기도 한” 포도가 난다. 『솔로몬의 노래Song of Solomon』에서는 필레이트가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는 여자들이 버터 바른 따끈한 빵과 함께 먹는다. 『낙원Paradise』에서는 무성한 포도덩굴이 성모자상을 옭죄고, 『재즈Jazz』에서 트리즌 강은 야생 포도로 덮인 언덕에 둘러싸여 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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