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수치나 문자 같은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아도 살그머니 피는 꽃과 새의 지저귐을 알아챈다. 필요한 것은 데이터도 컴퓨터도 아닌, 사람에게 생활공간의 매력을 깨닫게 하는 ‘행동디자인’이다. -17쪽
계산기로 처리할 수 있는 세계의 바깥, 곧 일상 생활공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것이 행동디자인이다. 행동디자인 사례를 수집하면서, 나는 행동디자인이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널리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8쪽
일상적인 정리 정돈 하나만 보더라도 선을 긋거나 농구 골대를 설치하거나 인형을 이용하거나 발자국을 그리는 등, 사람이 정돈을 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행동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장치, 또는 그런 장치들을 고안하는 것을 ‘행동디자인’이라고 부른다. -34쪽
지금까지 소개한 행동디자인 사례를 되돌아보자. (…) 농구 골대 안으로 쓰레기 던져 넣기, 봉제 인형에게 장난감 먹여주기, 무빙워크 발자국 위에 서기, 소변기 표적 맞추기, 피아노 계단 오르기 (…) 이 행동디자인들은 공통점이 있다. 원래 하던 행동이 있고(무빙워크에 서기), 거기에 또 다른 행동(무빙워크에 그려진 발자국 위에 서기)의 선택지가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61쪽
넛지를 통해서는 무심코 선택하게 되는 일상적인 행동(초기 설정 선택지)의 설계 방법을, 행동디자인학을 통해서는 문득 선택하고 싶어지는 또 다른 행동(대체 선택지)의 설계 방법을 배울 수 있다. -65~66쪽
장치 중심 접근법으로 바라보면 자동 세정 장치나 쉽게 오염되지 않는 소재의 개발과 같은 해결 방안을 생각할 수 있지만 금전적 비용이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행동디자인8]이나 [행동디자인9]처럼 소변기에 표적을 붙이는 행동 중심 접근법은 적은 비용으로 사람의 행동을 바꾸어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시켜 준다. -88쪽
행동디자인과 관련한 학문 분야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행동디자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한 공학이나 디자인과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행동을 야기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101쪽
행동디자인은 크게 ‘물리적 트리거’와 ‘심리적 트리거’로 구성된다. ‘트리거(Trigger)’는 ‘방아쇠’, ‘유인’, ‘계기’ 등과 같은 뜻이다. 물리적 트리거는 지각할 수 있는 물리적인 특징, 심리적 트리거는 사람의 내면에 생기는 심리적인 움직임을 말한다. -104쪽
덴노지 동물원 원통은 아날로지와 어포던스가 결합된 행동디자인이다. 망원경처럼 보이는 모양은 아날로지를 이용하고 있지만, 구멍이 뚫려 있고 들여다보기에 딱 좋은 높이에 있다는 점은 어포던스를 이용한 것이다. -122쪽
직접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적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동은 거기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다. 그 시선 끝에 행동디자인의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154쪽
미국의 NASA가 처음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냈을 때 무중력 상태에서는 볼펜이 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의 과학자들은 10년의 세월 동안 120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무중력에서도, 위아래가 바뀌어도, 물속에서도, 그 어떤 표면에도, 어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섭씨 300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개발했다. 한편, 러시아는 연필을 사용했다. -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