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7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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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36쪽 | 3048g | 140*210*80mm |
ISBN13 | 9788935669745 |
ISBN10 | 8935669741 |
출간일 | 2017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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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36쪽 | 3048g | 140*210*80mm |
ISBN13 | 9788935669745 |
ISBN10 | 8935669741 |
전 세계를 홀린 ‘나폴리 4부작’이 드디어 완간되었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진부하다. 그러나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그들의 삶은 맹렬하다. 감정선은 강렬하고 인물들은 욕망과 분노에 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소설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들어 있는 광활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페란테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단도직입적이다. 두 주인공도 회귀하지 않는다.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속에서 주인공은 앞만 보고 나아간다. 그들은 순차적으로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며 나아갈 뿐이다. 굶주린 듯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 바로 ‘나폴리 4부작’이다. |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소설 읽기를 관 뒀었다. 오랜 습관이었지만, 숙제처럼 노벨상 수상작가들의 모든 작품과 내 귀에 들려오는
알려진 작가들의 모든 작품을 해치우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읽어내기가 힘들어졌었다.
삶이 답답하기도 하고 더 이상 읽고 싶은 일이 아니라 읽어내야 하는 일이었기에.
어린 딸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사람은 책을 읽는 걸까.
온 세상이 독서 예찬을 하지만 막상 책을 사서 종이를 들여다 보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적은 세상이 아닌가. 더 이상 읽기가 힘들어진 소설은 관두고 인문사회, 자연 과학, 교육학 여러 분야의 책을 입맛 당기는 데로 읽었더랬다. 나의 어린 딸이 그러한 것처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습관이자 재미를 찾는 일이 아닌가.
자기의 일상 너머로 삶을 확장하는 어쩌면 거의 유일한 그리고 가장 간편한 방법이지 않은가.
리나와 레누가 그랬던 것처럼 평생 나폴리를 벗어난 적 없지만 손닿는 모든 곳에서 매혹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것은 그곳에 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학문으로의 오래된 외도 중에 나의 시야 언저리에 맴돌고 있던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집어든 것은 한 때 작가를 꿈꾸었던 나의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한 줌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사람은 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위대함을 찾던 젊은 영혼은 그 동안 이뤄내지 못한 알 수 없는 가능성들과 그 엄중함을 알지 못하고 뛰어든 육아, 그리고 무엇하나 맘대로 되지 않는 삶의 여러가지 질곡들로 인해 기가 꺽이고 끝이 없는 우울함에 빠져 있지 않은가.
그간 읽어왔던 무수히 많은 페미니즘 서적과 진화생물학 서적과 교육학 서적들에 하나하나 파편화되어 형상화되어 있던 우리 삶의 무수한 조각들이 그곳에 있었다. 릴라와 레누의 삶에 잘 녹아서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게 보였다. 잘 아는 사촌 언니의 삶을, 그 고단함과 세상사 맘대로 되지 않고 사람을 입다물게 하는 그런 우리 하나하나의 인생이 거기 있었다. 인생은 얼마나 잔인한가. 우리 모두는 엘레나처럼 인정받기 위해서, 릴라 처럼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삶의 굴곡에 맞서서 투쟁하고 있지 않은가.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리고 이 사회에서 유리한 것은 남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이 있다. 살면서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솔라레 형제마저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일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줌이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이 정말 뛰어남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명작의 탄생을 동시대에 목격하고 있는 중일 거다. 백년뒤에 이백년 뒤에 누군가가 지금 이 책의 서평을 보고 동시대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했다는 둥 운운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이 정말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다.
다음 권을 읽고 싶어서 기다리면서도 다음권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그녀의 모든 책들의 번역자처럼 끝내고 싶지 않은 책읽기를 끝내면서 나는 내 인생의 최고 친구에게 책을 부쳤다. 그리고 새로 같은 책들을 다시 주문했다. 한 때 소녀였던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그 소녀를 가지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권하려고 한다. 곁에 두고 보라고. 사라지게 될 때까지 이 책을 곁에 두고 인생이 고비고비마다 들쳐 보라고 말이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그리고 아마도 도착하기는 힘들테지만 엘레나 페란테 작가에게, 어쩌면 임마쿨라타일지도 아니면 좀더 현대적인 티나일지 모를 엘레나 페란테 작가님에게 정말로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나에게 이미 던져버리고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나를 증명하고 싶다는 욕망, 박완서 작가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들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이다. 그것이 현실일지 허상일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발버둥치며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포기였던 소설을 돌려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Grazie, Elena.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김지우/한길사/2017
이 책은 주인공 엘레나(레누)의 일대기를 자신의 친구인 릴라(라파엘라 혹은 리나)의 일대기와 동반 기록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나이들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처음부터 떠들썩한 이탈리아의 한동네에 초대받아 그 시끄러움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지만, 이내 작가의 직설적이고 감각적인 표현력에 퐁당 빠져서 쉬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우아하고 유려한 스타일을 생각했다면 포기하시기 바랍니다. 그거보다는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 같은 남미 소설 같은 느낌이 더 납니다. 등장하는 사람이 더 많고 관계도 역시 복잡하다 보니 훨씬 더 떠들썩 하고 훨씬 더 솔직하며, 품행이 방정한 수줍을 숙녀가 읽기에는 꽤 외설적이니 성향상 맞지 않다면 역시 그만 두시기 바랍니다. 일부러 예쁘고 곱게 쓰는 글에 질려 있다거나, 화끈하고 솔직한 글을 읽고 싶다거나, 지리멸렬한 자신의 내면을 주인공처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은 분이라면 적극 강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주제인 사랑과 우정 이야기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복잡미묘한 그 경쟁과 긴장 구도를 너무나 솔직하게 풀어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성장함에 따라 생활 반경이 넓어지면서 이런 사적인 사랑이, 우정이, 가족 관계가, 이웃 관계가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또 이에 따라 주인공들이 어떻게 성숙하는지 변화하는지 또는 타락하는지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이 소설이 단순히 연애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됩니다. 한 인간의 인생이라는 것이 그 한 인간의 의지나 생각, 감정과 이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참으로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아버지를 형제들을 친구들을 다 소환해서 생각하게 되기도 했구요. 아, 나도 이런 적 있었지. 아, 나도 이런 사람 본 적 있어. 어쩌면 이렇게 잘도 묘사했을까. 이런 감탄도 하면서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한주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