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저게 뭐지? ……이?’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차가운 공기에 섞인 달고 시큼한 냄새. 물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벗겨진 비닐 시트 끝자락이 나부낀다. 흔들. 펄럭펄럭. 흔들. 펄럭펄럭. 문득 공포심이 고개를 쳐들었지만 커져 버린 호기심이 이를 눌렀다. 머리 한편에서 그만두라는 신호가 들리는데도 시로는 비닐 시트 끝자락을 젖혔다. 그러자 비닐 시트는 그 한 부분만 고정돼 있었는지 너무나 쉽게 바람에 날아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것은…….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여자였다. 쇠갈고리에 입이 걸려 있었다. 흔들. 흔들. 자세히 보자 그 입술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아직 숨을 쉬나? 아니다. 떨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구더기가 입 밖으로 빠져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 p.11~12
“교수님은 이 사건의 범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여러분도 짐작하셨겠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유아성이죠.” “아하, 유아성요.” “이 쪽지를 보세요. 한자도 없이 히라가나로만 서투르게 쓴 글씨. 완전히 초등학교 저학년이 쓴 것 같은데, 문제는 내용이죠. 남자아이라면 대부분 유아기에 개구리나 뱀을 잡아서 논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쪽지 주인도 마찬가지로 개구리를 도롱이벌레라고 하면서 기뻐하고 있어요. 원래 이렇게 한 사물을 다른 사물로 보는 것은 아이들 특유의 발상인데 이 인물은 그걸 사람에게까지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체를 매단 행위 자체가 한 사물을 다른 사물로 보는 아이 같은 발상이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범인은 외모는 어떻든 간에 정신적으로는 유아성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람을 살해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유아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그대로 범인의 인간성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p.46~47
사람의 목소리는 생활 폐수와 같아서 탁하고 듣기만 해도 역겹다. 대화하는 근처에만 있어도 몸이 진흙탕에 빠진 듯한 불쾌감에 휩싸인다. 주변 사람들도 텔레비전 소음도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들린다. 누가 말을 건네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도 인사와 같은최소한의 말 이외에는 절대 하지 않았다. 오직 그 사람의 목소리만 달랐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잡음으로 흘려 넘긴다. 그런데 오늘 들은 잡음 중에 흥미를 끄는 말이 있었다. ‘개구리 남자.’ 사람들이 목소리를 낮춰 그 이름을 속삭이고 있었다. 마치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일이 불길한 행위라도 되듯이. 남자와 여자, 그리고 텔레비전조차 개구리 남자란 이름에 떨고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이 유쾌해 견딜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바로 자신이 개구리 남자니까.
맨션 13층 쇠갈고리에 매달린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 그 옆에는 마치 아이가 쓴 듯한 쪽지가 남겨져 있다. 전대미문의 엽기적 범행에 경찰이 허둥거리는 사이, 이번에는 차 트렁크에서 으깨진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마치 개구리를 잡듯 사람을 사냥하는 범인에게 불안에 떠는 언론과 대중은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어린아이는 싫증 나거나 혼나지 않는 한 한번 마음에 든 놀이를 절대 그만두려 하지 않죠.”
날카로운 한기가 코를 찌르는 어느 겨울 아침, 쇠갈고리에 얼굴이 꿰뚫린 알몸의 여자 시체가 발견돼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그런데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 옆에 남겨진 쪽지였다. 쪽지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벌레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피해자의 신원은 곧바로 밝혀지지만 수사본부는 목격자도, 현장 감식 증거도, 그럴듯한 용의자도 찾아내지 못해 난감할 뿐이다. 게다가 시민들 반응이 여느 엽기 살인 사건과 전혀 다르다. 잔혹하게 훼손된 시체에서 꿈틀거리는 무엇, 그것은 마치 아이가 장난감 대신 시체를 가지고 논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유아성에 기인하는 순수한 잔인함은 유아만이 이해할 수 있다. 시민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에 불안해한다.
정신 의학계 중진의 의견까지 참고하며 열정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을 비웃듯 살인마는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언론은 폐차 압축기에 짓눌린 시체 사진을 신문 1면에 싣고,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까지 붙여 준다. 사람들 사이에 떠돌던 막연한 불안감은 이제 이름이란 윤곽을 얻고 극심한 공포로 변모한다.
도시 전체를 패닉으로 빠뜨린 개구리 남자의 정체는 과연 모두의 짐작처럼 정신 이상자일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 무차별 살인을 막을 수 있을까? 경찰의 고민은 깊어져 가지만, 개구리 남자의 살인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대담한 전개, 거친 파도와 같은 반전 공세 그 이면에 숨겨진 깊이 있는 테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묘미는 후반 들어 휘몰아치는 대담한 전개와 복선을 기가 막히게 회수하는 충격적인 반전 공세, 그리고 흥미로운 캐릭터들에 있다. 참혹한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배를 단칼에 찌르고서 그대로 허둥거리며 도주해 버리는 그런 깔끔한 시체’가 그립다고 말하는가 하면 과학 수사가 대세인 시대에 일선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직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파하기도 하는 와타세 반장도 눈길을 끌지만,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는 바로 어설픈 신입 형사 고테가와다.
고테가와는 유난히 모자란 인물을 잘 등장시키는 작가가 특히 사랑하는 캐릭터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루빨리 공을 세워 승진하고 싶어 하고, 나설 자리 빠질 자리 구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형사.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고난에 빠지고, 고민하고, 그러면서 점점 성숙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작가가 왜 이 캐릭터를 사랑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고테가와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심신 미약자의 법적 책임 능력’을 비롯한 여러 묵직한 테마를 독자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조금 더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고테가와를 따라 ‘대반전의 제왕’의 대표작답게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에 몸을 맡기고 작품에 푹 빠져 보면 어떨까.
구매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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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평점5점늘*얀|2020.08.24|추천0|댓글0리뷰제목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편이라 주변지인이 추천해준 책이다. 인터넷검색해보니 상당히 많은 후기가 올라와 있었는데 솔직히 망설여졌던 이유는 잔인하다는 것이었다장바구니에 담아둔지 몇개월만에 읽기로 결심하게 읽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잔인하지 않았던것 같다보는내내 가슴졸이며 봤던 기억이 난다 한사람 한사람 시체가 발견 될 때마다 고테가와와 함께 범인을 찾기 위해 추리 했던;
구매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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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평점5점YES마니아 : 골드l*****5|2020.03.07|추천0|댓글0리뷰제목
연 쇄 살 인 마 개 구 리 남 자스토리콜렉터 63장르소설 순위에 오래도록 봐서 구매했다.신문배달원 시로는 유령맨션이라 별명이 붙은 단지를 배달하던중 13층에서 쇠갈고리가 입에걸린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오늘 개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실증이 났다.좋은생각이 났다. 도롱이벌레 모양으로 만들어보자.입에 바늘을 궤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
구매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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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평점5점YES마니아 : 로얄w****9|2019.11.17|추천0|댓글0리뷰제목
조현병 및 정신이상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추리소설.생각보다 내용이 잔인하고 자극적이어서 읽으면서조금 불편함이 있었다.요즘 추리소설은 예전에 읽던 작품들보다훨씬 강렬한 느낌이 든다.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함인지갈수록 실제 범행들도 잔인해져서인지 모르겠으나 조금씩 읽는게 버거울 정도다.이 소설은 끝까지 진범을 알 수 없었던 반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