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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8년 01월 25일 |
|---|---|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32g | 152*210*12mm |
| ISBN13 | 9788994449906 |
| ISBN10 | 8994449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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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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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설탕도 넣지 않은 채 마시고 있던 차를 엎었다. 그리고 부엌 유리문을 꽝 닫고 나가서는 위층으로 올라가 내 방문도 꽝 소리가 나게 닫았다. 내가 전부터 누누이 강조했던 사실을 부모님이 잊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
바로 내가 청소년이고, 이 세상에서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 p.11
나는 내 방 안에 은밀한 저장고도 마련해 두었다. 바로 책장 안쪽의 빈 공간이었다. 그곳에 둔 음식들은 워낙 빠른 속도로 사라졌기 때문에 개미가 꼬일 염려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먹는 것에 대한 나의 집착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아니, 나 자신이 점점 커져만 갔다.
나는 이것이 단지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속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마치 장기 흡연자처럼 나는 매일 결심했다. 내일부터는 그만 먹어야지. 하지만 늘 다짐으로 끝나곤 했다. --- p.14
‘사스키아 베녜’ 사건 이후로는 더 이상 안경을 쓰지 않았다. 낯선 이처럼 보이는 나를 마주하고 싶지도, 또 나를 비난하는 다른 이들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흐릿하게 세상을 본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선명한 현실의 윤곽을 거부함으로써 현실을 부정하는 한편 행동해야 할 순간을 미룰 수 있게 해 주었다. --- p.24
중학교 2학년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부모님은 나를 다른 중학교로 전학시켰다. 적어도 3학년 때는 좀 더 나은 반 친구들을 만나리란 희망을 품고 말이다. 부모님은 세상이 원래 무자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더 이상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또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살을 빼거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당해지거나.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남을 바꿀 수는 없다. --- p.32
가방 안에 손을 넣자 노트가 잡혀야 할 손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잡혔다. 그래서 나는 얼른 그것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그게 엄청난 크기의 과자 상자(빈 상자) 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반 아이들 절반이 책상을 두드리며 웃기 시작했고, 몇몇은 혐오스럽다는 듯 수군댔다. 나는 일을 되돌리려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쟤는 하루 종일 먹나 봐.”
내 뒤에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진짜 심하다. 역겨워.” --- p.80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은 기분을 우리는 성인이 되기 직전 모두 함께 느꼈다. 이 시절은 단지 한 계절이었다. 여태껏 수많은 삶의 굴곡을 지나 온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단 하룻저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우리 안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완벽한 시간이었고, 영원히 기억될 현재였다. 그러므로 남은 시간이 줄어들기 전에 이 순간을 제대로 만끽해야 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바로 내가 청소년이고, 이 세상에서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 p.11
나는 내 방 안에 은밀한 저장고도 마련해 두었다. 바로 책장 안쪽의 빈 공간이었다. 그곳에 둔 음식들은 워낙 빠른 속도로 사라졌기 때문에 개미가 꼬일 염려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먹는 것에 대한 나의 집착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아니, 나 자신이 점점 커져만 갔다.
나는 이것이 단지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속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마치 장기 흡연자처럼 나는 매일 결심했다. 내일부터는 그만 먹어야지. 하지만 늘 다짐으로 끝나곤 했다. --- p.14
‘사스키아 베녜’ 사건 이후로는 더 이상 안경을 쓰지 않았다. 낯선 이처럼 보이는 나를 마주하고 싶지도, 또 나를 비난하는 다른 이들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흐릿하게 세상을 본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선명한 현실의 윤곽을 거부함으로써 현실을 부정하는 한편 행동해야 할 순간을 미룰 수 있게 해 주었다. --- p.24
중학교 2학년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부모님은 나를 다른 중학교로 전학시켰다. 적어도 3학년 때는 좀 더 나은 반 친구들을 만나리란 희망을 품고 말이다. 부모님은 세상이 원래 무자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더 이상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또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살을 빼거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당해지거나.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남을 바꿀 수는 없다. --- p.32
가방 안에 손을 넣자 노트가 잡혀야 할 손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잡혔다. 그래서 나는 얼른 그것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그게 엄청난 크기의 과자 상자(빈 상자) 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반 아이들 절반이 책상을 두드리며 웃기 시작했고, 몇몇은 혐오스럽다는 듯 수군댔다. 나는 일을 되돌리려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쟤는 하루 종일 먹나 봐.”
내 뒤에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진짜 심하다. 역겨워.” --- p.80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은 기분을 우리는 성인이 되기 직전 모두 함께 느꼈다. 이 시절은 단지 한 계절이었다. 여태껏 수많은 삶의 굴곡을 지나 온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단 하룻저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우리 안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완벽한 시간이었고, 영원히 기억될 현재였다. 그러므로 남은 시간이 줄어들기 전에 이 순간을 제대로 만끽해야 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으니까.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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