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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본 살인사건

: 스코틀랜드 책방 미스터리

리뷰 총점8.5 리뷰 3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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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32g | 140*205*30mm
ISBN13 9791161570242
ISBN10 11615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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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매컬리스터 씨에게 고백했다. 도서관 구석에서 책을 쌓아 놓고 몇 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읽거나 역사적 유물이 가득한 대학 자연사 박물관 지하에서 무언가에 깊이 매혹되어 있을 때가 최고의, 그리고 가장 완벽한 순간이었다고 말이다. 그렇게 벽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편안하고 아늑했다고. 도서관과 지하에서의 시간을 경험한 후 캔자스의 농장들은 폐소공포증과 반대의 증세를 일으키는 원천이 되었다. 나는 매혹적인 물건들, 즉 책과 유물처럼 나를 매혹시키고 나에게 말을 거는 물건이 가득한 곳에 있어야 하고 그런 곳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매컬리스터 씨는 내 얘기를 좋아했고, 열심히 호응해주었다. --- p.10~11

“극도로 귀한 책이에요.”
“그래요? 무슨 책인데요?”
“윌리엄 셰익스피의 책이에요.”
“그렇군요.”
“셰익스피어의 첫 작품집 중 하나. 그러니까 그때 출판본이오.”
“무슨 말이죠?”
“2절 초판본.”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진짜일까, 아니면 그냥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걸까. 에드윈이 버크에게서 진짜 셰익스피어의 2절판 초판본을 구매했을 리 없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1600년대 초에 발간된 그 판본은 200권가량만 남아 있고, 박물관을 비롯한 소재가 모두 밝혀져 있다. 나도 워싱턴 D.C.의 폴저 셰익스피어 도서관을 방문해서 그곳에 보관된 20여 권 중에 한 권이라도 직접 보는 게 소원이었다. 만약 버크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근에 누군가의 다락방에서 그 책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던가? 그런 뉴스가 있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까?
2절 초판본은 그냥 책이 아니었다. 역사적 유산이었다. --- p.70~71

벽에는 검은색 철제 선반들이 쭉 설치되어 있었다. 한쪽 벽 선반에는 책이, 너무 많은 책이 있었다. 서점에 나가 있는 책들보다 더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다. 책들이 바로잡아달라고, 정돈해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외면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곧 해결해줄게. 다른 선반들도 꽉 차 있었지만 책은 아니었다. 우선 골동품 진공관 라디오, 금색 파라오 머리(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나온 것과 똑같은 모양이어서 좀 전의 내 느낌이 적절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식 거울, 금장 보석 상자 등이 보였다. 선반 하나는 중세 무기들로만 채워져 있었고, 유리병들에는 대부분 액체나 가루가 담겨 있었다. 너무나 많고 많은 물건들. 박물관 보관소나 저장고보다도 많아 보였다. 아니면 모든 것이 완전히 뒤죽박죽이어서 그렇게 보이는지도 몰랐다. 세심하게 정돈된 박물관 저장고 선반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 p.89~90

“사람이 살해당한 플랫에 들어가겠다고?”
일라이어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집을 보면 제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이해가 안 되는군요, 색시.”
“나도 잘 설명은 안 돼요. 그냥 잠깐만 둘러보고 싶어서 그래요.
괜찮을 거예요. 대낮이잖아요. 제니를 죽인 사람이 근처에 숨어 있을 리도 없고.”
뭐, 설령 그렇다 해도 환한 대낮이니까. --- p.132

“우리 모두 에드윈을 걱정하고 있어요. 물론 제니가 살해당한 건 슬픈 일이죠. 하지만 그런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도 우리는 항상 걱정했어요. 2절판을 동생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주었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더군요. 제니를 자기 삶에, 사업에 좀 더 끌어들이려는 그의 욕심이 우리를 걱정시켰어요. 곧 되찾아올 거라고 하긴 했지만 애초에 제니에게 맡겨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어요. 당신이 고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느비에브와 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우리와 그의 결정들을 면밀히 지켜보길 바랐어요. 지금은 이 정도로 해두겠지만 제발 눈을 떼지 말아요. 그리고 솔직히…….”
버크는 잠시 복도 쪽을 흘긋거렸다.
“우리 중 누구도 제니의 소식을 듣고 전혀 놀라지 않았어요.” --- p.168

“야.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밤 제니 매컬리스터가 집안의 영지에서 온갖 보물을 차에 가득 싣고 나왔다고 해요. 금 촛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실제로는 자질구레한 장신구나 돈만 가지고 나왔던 게 아닐까 싶지만, 커다란 가방에 솔기가 터지도록 귀중한 보물들을 담아서 나왔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어쨌든 그렇게 도망쳐서 물건들을 전부 팔아 마약을 샀대요. 그렇게 중독자가 되었죠.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극적으로 부풀려진 일화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전설이요? 에드윈과 제니의 집안이 잘 알려져 있고, 전설도 있다고요? 소문도요? 사람들이 얘기를 많이 해요?”
“야. 그러니까 당신은 유명인과 일하게 된 거예요. 몰랐어요?”
“캔자스에서는 전혀 유명인이 아니라서…….” --- p.202~203

“딜레이니가 우리 중 몇 명에 대해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사실들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구린 구석이 없는 사람은 로지뿐이에요. 지루하게 살아온 건 아니지만 분명 나무랄 데 없는 삶을 살았어요. 우리 중 누군가의 추한 개인사를 발견했다고 해도 너무 성급히 단죄하지는 말아줘요.”
“그럼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저는 함부로 비판하지 않을 거예요.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사람은 두 가지만 보고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한답니다. 친절한가, 그리고 책을 읽는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빛을 보여줄 독서 안내자가 필요해요.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남들에게 추천할 목록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고요. 나는 그 목록도 수집합니다.”
“그거 괜찮은데요?”
--- p.318~31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환상적이지만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땅, 에든버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딜레이니는 미국 캔자스 주 시골 농장 출신으로 캔자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위치타의 박물관에서 일해왔다. 눈에 띄는 빨간 머리가 늘 신경 쓰이고, 책 속의 인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통에 잠깐씩 멍해지기도 하지만 도서관과 박물관처럼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과 유물에 빠져 있을 때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책벌레이자 애서가다. 그런 그녀가 박물관의 인원 감축으로 갑자기 해고되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바로 그때, 에든버러의 책방 구인 광고가 딱 맞게 날아와 꽂힌다.

구인: 왕과 왕비, 그리고 왕자와 거지 같은 이들이 사용해온 책상 앞, 편안하고 안전한 자리에 앉아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 대담한 모험가를 찾습니다. 책과 희귀 원고를 취급하는 소박한 서점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찾아내고, 갈 곳 잃은 물건들을 올바른 주인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도와줄 예리하고 지적인 조사관을 구합니다. 이 다중 직책은 당신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가줄 겁니다.

책 속에서 떠나는 여행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모험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그녀는 이참에 에든버러로 취업 이주를 결심한다. 생활 터전이 바뀌는 엄청난 변화를 감당해야 하지만 그곳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일자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초반에는 딜레이니가 이국의 낯선 도시에 도착해 겪는 문화적 충격과 흥분, 새로운 직장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여행 책자로만 보았던 에든버러의 고성들, 어느 하나 예술 아닌 것이 없는 건축물, 특색 있는 골목과 상점,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신비로우면서 무시무시한 이야기. 달라진 자동차의 통행방향과 종종 알아들을 수 없는 스코틀랜드 방언도 그녀가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다.

딜레이니가 일하게 된 책방 ‘갈라진 책’은 상상했던 대로 수많은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더 놀라운 건 책방 옆에 딸린 창고다. 그곳에는 책방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고, 책 이외에도 온갖 오래된 물건들과 유물들이 세심한 관리자의 손길을 기다리며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다. 모으는 취미는 있으나 정리에는 소질이 없는 주인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딜레이니가 고용된 이유를 말해주는 광경이기도 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독특하다. 서점 주인 에드윈은 예상대로 지적이면서도 수수께끼로 가득 찬 인물이고, 늘 조그만 개 헥터를 데리고 다니는 로지 아줌마는 기운차고 다정다감하며,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열아홉 살의 대학생 햄릿은 어른스러우면서 위트 있는 매력적인 청년이다.

귀족 재력가들의 비밀 경매는 딜레이니를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에드윈은 ‘살코기 시장 묶음’(설립자 중 한 명이 예전에 도살장과 푸줏간이 모여 있던 골목에 살았던 데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회합에 속해 있는데, 선대 때부터 대대로 친분을 유지해온 이들은 정기적으로 성이나 저택 등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모여 희귀본과 고미술품을 거래한다. 그녀는 서점 일을 시작한 바로 그날 에드윈과 경매장에 동행해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갈라진 책’의 직원 자격으로 모임의 일원이 된다.

그런데 이날 오기로 했다는 에드윈의 동생 제니가 끝내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날 저녁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에드윈이었다. 그리고 에드윈이 제니에게 맡긴 책, 셰익스피어 2절 초판본(First Folio)도 사라지고 없었다. 맙소사, 2절 초판본이라니! 셰익스피어(1564~1616) 사후인 1623년에 두 명의 친구에 의해 2절판으로 간행된 최초의 셰익스피어 전집, 현재 200여 권만이 남아 있고 모든 판본의 소재가 밝혀져 있는 희귀본이 아닌가. 에드윈은 어떻게 이토록 귀한 판본을 손에 넣은 것일까. 뭔가 불법적인 방법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그런 책을 서점의 수장고에 고이 보관하지 않고 어째서 제니에게 맡긴 것일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어쨌거나 제니가 죽은 것은 명백히 2절 초판본과 관련이 있었다. 누군가 제니를 살해하고 셰익스피어를 가져간 것이 틀림없었다.

마약중독자였던 제니는 가족의 골칫덩이로 불안정하게 살아오다 최근에 에드윈과 관계가 호전되어 그의 사업에도 참여한 터였다. 에드윈이 동생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일을 맡기려 했으며 신뢰의 증거로 2절판을 보관하게 한 것이다. 그러다 남매 사이가 다시 나빠졌고 제니가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자 얼마 전에는 두 사람이 크게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경매가 있던 날 제니는 살해되었다.

미국에서 온 애서가 탐정의 지적이고 위트 넘치는 모험

“당신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가 줄” 거라는 서점의 광고 문구는 빈말이 아니었다. 새로운 나라와 새 직장에 적응하기도 전에 맞닥뜨린 살인사건. 물론 경찰이 조사를 하지만 딜레이니는 에드윈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고 싶어서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경찰은 2절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고 당분간은 몰라야 한다. 경찰이 2절판이 사라진 걸 알게 되면 책의 입수 경위와 경매에 얽힌 이야기까지 밝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살코기 시장 멤버 모두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에드윈이 절대로 원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딜레이니는 특유의 대범함과 솔직함으로 제니의 친구들과 이웃들, 특히 살코기 시장 멤버들을 만나 영리하고 재치 있게, 때로는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다. 2절판을 입수해 에드윈에게 판매한 버크, 눈에 멍이 든 채 경매에 왔던 제니의 전 연인 먼로, 제니보다 먼저 먼로를 사랑했던 주느비에브. 한 사람씩 따져보면 모두가 의심을 살 만한 점이 있었다. 누군가는 2절판을 노리고 친구를 배신했을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옛 감정의 앙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제니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으로 늘 민망한 가운 차림으로 딜레이니를 놀래키는 그레고리는 사건 전날 제니를 방문한 사람이 있었고 그와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났다며 방문자의 인상착의를 말해주는데, 놀랍게도 그는 햄릿을 연상시킨다. 햄릿은 본인이 제니를 찾아갔었다고 진작에 밝혔고 로지나 에드윈은 그가 제니를 죽였을 리 없다고 굳게 믿지만 경찰은 햄릿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들 가운데 진짜 범인이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의외의 인물이 진범인지, 그리고 사라진 2절판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를 추론해내는 극적 재미와 긴장감은 마지막 장까지 이어진다.

『희귀본 살인사건』은 책방 직원 딜레이니가 살인사건 이후 스스로 탐정이 되어 낯선 도시를 누비며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이웃을 탐문하며 혐의가 있을 법한 인물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거치면서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의 골격을 갖추게 된다. 딜레이니가 직업적인 탐정이나 전문 수사관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 살인사건을 다루더라도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사건의 스케일이 크지 않으며 소박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희귀본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 소설이다. 더욱이 문학과 역사 속 일화들이 촘촘히 얽혀 있고, 이방인의 눈으로 오래된 도시의 여러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사이에 유쾌하고 다정한 교감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더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딜레이니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이유는 살인자를 알아내고 잃어버린 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새 직장을 지키고 새로 생긴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에든버러가 새로운 고향이 되고, 그녀가 새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독자로서 흐뭇한 일일 터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져들 이야기. _커커스 리뷰

에든버러와 스코틀랜드가 사랑스러운 배경이 되어준 이야기에 문학과 역사 속 일화들이 촘촘히 엮인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_북리스트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재미 가득한 이야기가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반전을 거쳐 만족스러운 결말로 나아간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애서가 탐정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새로운 코지 미스터리를 환영할 것이다. 의욕 넘치는 주인공과 주변 조역들 모두가 매력적이다. _라이브러리 저널

회원리뷰 (31건) 리뷰 총점8.5

혜택 및 유의사항?
갈라진 책등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21.06.27 | 추천9 | 댓글0 리뷰제목
책에 관한 이야기, 게다가 스코틀랜드가 무대라는 이유로 고른 책입니다. ‘뜯어진 책등’ 정도의 의미가 담긴 <The cracked spine>보다는 <희귀본 살인사건>이라는 우리말 제목이 이야기 줄거리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심지어는 직종을 바꾸는 일도 수월하게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생전 가보지 못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새로 일을 시작한;
리뷰제목

책에 관한 이야기, 게다가 스코틀랜드가 무대라는 이유로 고른 책입니다. ‘뜯어진 책등정도의 의미가 담긴 <The cracked spine>보다는 희귀본 살인사건이라는 우리말 제목이 이야기 줄거리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직장을 옮기거나 심지어는 직종을 바꾸는 일도 수월하게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생전 가보지 못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새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과연 쉬울까 싶습니다. 제목을 보면 셜록 홈즈나 포아르 탐정이 등장해서 범인을 추적하는 그런 줄거리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희귀본 살인사건은 탐정 근처에도 못 가본 젊은 여성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그런 이야기라서 약간 무모하다싶기도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딜레이니는 미국 캔자스 주 시골농장 출신입니다. 캔자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는데,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위치타의 박물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재정문제로 감원해야 하는 박물관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누리망을 뒤지다가 에든버리에 있는 ‘The cracked spine’이라는 서점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취했다가 갑자기 취직이 결정되어 근무를 시작합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책방 주인의 여동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것도 셰익스피어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셰익스피어 초판 2절본의 행방과도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강력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역할이 너무 드러나지 않아서 강력사건을 다룬 다른 소설들과는 맥이 다른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책벌레 딜레이니가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몸에 밴 특별한 능력치가 사건 해결에 기여한다는 설정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보다는 딜레이니가 근무하게 된 ‘The cracked spine’이라는 서점을 중심으로 에든버러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점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년 전에 여행을 할 때는 늦게 도착해서 야간관광을 하고, 다음날 버스를 타고 로열마일을 거쳐 에든버러 성을 구경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 에든버러의 속살을 제대로 엿볼 틈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희귀본 살인사건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읽기였던 것입니다.

 

우선 로열마일을 따라 나 있는 에든버러의 구시가가 도시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구시가 아래는 지하에 골과 굴들이 미로처럼 엉켜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골은 일종의 골목인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아주 좁은 골목을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옮긴이가 우리말을 아주 적절하게 끌어다가 에든버러의 분위기를 잘 맞춘 것 같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The cracked spine’이 있는 grassmarket은 로열마일의 바로 남쪽에 있는 거리였습니다. 에든버러는 책들의 수도 같은 곳이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시내에만 서점이 50군데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The cracked spine’이란 서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딜레이니를 고용한 ‘The cracked spine’의 주인 애드윈 매컬리스터는 에든버러의 유서깊은 가문의 일원이고 다양한 유물을 거래하는 모임, ‘살코기 시장 묶음의 일원입니다. 일종의 희귀한 물건을 거래하는 비밀결사와 같은 모임 같습니다. 살인사건의 원인이 된 셰익스피어 2절 초판본은 셰익스피어의 첫 작품집으로 1600년대 초반에 발간된 것으로 약 200부가 남아있는데, 대부분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희귀본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2절 초판본은 세상에 나오는 과정도 음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령이 많다는 스코틀랜드라서 가능한 일일까요? 어떻든 스코틀랜드와 에든버러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읽기였습니다.

댓글 0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사라진 셰익스피어 초판본과 의문의 죽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수*니 | 2020.05.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딜레이니는 미국 캔자스 주 시골 농장 출신으로 캔자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위치타의 박물관에서 일해왔다 눈에 띄는 빨간 머리가 늘 신경쓰이고 책 속의 인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통에 잠깐씩 멍해지기도 하지만 도서관과 박물관처럼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서 책과 유물에 빠져 있을 때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책벌레이자 애서가다 그런 그녀가 박물관의 인원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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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이니는 미국 캔자스 주 시골 농장 출신으로 캔자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하고 위치타의 박물관에서 일해왔다 눈에 띄는 빨간 머리가 늘 신경쓰이고 책 속의 인물들이 말을 걸어오는 통에 잠깐씩 멍해지기도 하지만 도서관과 박물관처럼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서 책과 유물에 빠져 있을 때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책벌레이자 애서가다 그런 그녀가 박물관의 인원 감축으로 갑자기 해고되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던 바로 그때 에든버러의 책방 구인 광고가 딱 맞게 날아와 꽂힌다

 

책 속에서 떠나는 여행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모험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그녀는 아침에 에든버러로 취업 이주를 결심한다 생활 터전이 바뀌는 엄청난 변화를 감당해야 하지만 그곳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일자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초반에는 딜레이니가 이국의 낯선 도시에 도착해 겪는 문화적 충격과 흥분 새로운 직장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여행 책자로만 보았다너 에든버러의 고성들 어느 하나 예술 아닌 것이 없는 건축물 특색 있는 골목과 상점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신비로우면서 무시무시한 이야기 달라진 자동차의 통행방향과 종종 알아들을 수 없는 스코틀랜드 방언도 그녀가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다

 

희귀본 살인사건은 책방 직원 딜레이니가 살인사건 이후 스스로 탐정이 되어 낯선 도시를 누비며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이웃을 탐문하며 혐의가 있을 법한 인물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거치면서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의 골격을 갖추게 된다 딜레이니가 직업적인 탐정ㅇ이나 전문 수사관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 살인사건을 다루더라도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사건의 스케일이 크지 않으며 소박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희귀본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 소설이다 더욱이 문학과 역사 속 일화들이 촘촘히 얽혀 있고 이방인의 눈으로 오래된 도시의 여러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사이에 유쾌하고 다정한 교감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더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딜레이니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이유는 살인자를 알아내고 잃어버린 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새 직장을 지키고 새로 생긴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에든버러가 새로운 고향이 되고 그녀가 새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독자로서 흐뭇한 일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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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희귀본 살인사건》 스코틀랜드 고서점이 배경인 코지 미스터리 소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18.04.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는 장르가 있다. 기존의 추리 소설과 달리 형사나 탐정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건을 해결한다. 가끔 살인이나 절도, 방화 같은 묵직한 사건을 다루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소설처럼 전개가 촘촘하고 추리가 치밀하진 않다. 주인공의 연애사나 주변 사람들의 일상 등 사건 해결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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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는 장르가 있다. 기존의 추리 소설과 달리 형사나 탐정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건을 해결한다. 가끔 살인이나 절도, 방화 같은 묵직한 사건을 다루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소설처럼 전개가 촘촘하고 추리가 치밀하진 않다. 주인공의 연애사나 주변 사람들의 일상 등 사건 해결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자주 끼어드는데 그 점이 또 매력이다.


페이지 셸턴의 <희귀본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 소설이다. 미국 캔자스 출신의 딜레이니 니콜스는 우연히 본 구인 광고에 이끌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한 고서점에 취직한다. 유서 깊은 도시에서 좋아하는 책에 파묻혀 생활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고서점 주인 에드윈의 여동생 제니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니가 생전에 에드윈으로부터 셰익스피어 초판본을 받았고, 약물을 구하기 위해 셰익스피어 초판본을 팔려고 하다가 살해를 당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면서 딜레이니는 뜻하지 않은 범인 찾기에 휘말린다.


셰익스피어 초판본은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후, 셰익스피어의 친구 두 명이 2절판으로 간행한 최초의 셰익스피어 전집이다. 현재 200여 권밖에 남아 있지 않고 모든 판본의 소재가 밝혀져 있어 고서 수집가들 사이에선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취급을 받는다. 소설에서 셰익스피어 초판본에 관해 나오는 설명은 이 정도다. 소설의 나머지는 셰익스피어 초판본이 아니라 딜레이니가 에든버러에서 살 집을 구하고, 새 직장에 적응하고, 킬트가 어울리는 멋진 남자를 만나 데이트하는 과정에 더 충실하다. 살인 사건을 제외하면 미국 여성의 영국 생활을 그린 일상 소설로 봐도 무방하다.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매력이 약한 건 아쉽지만 소설 자체는 흥미롭다. 동경하던 나라에서 새 직장을 구하고, 새 집을 구하고, 새로운 동료들을 사귀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서 잔뜩 신나 있는데 때마침 일어난 살인 사건 때문에 모두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얼마나 오싹할까.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 소설답게 아주 안락하고 포근하게 결말을 맺으니 걱정 말고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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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14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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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스릴러가 요즘 끌리는데, 재밌게 읽었어요. 제목의 실마리를 꼭 발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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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2018.02.14
평점5점
간만에 재밌는 추리소설을 만났어요. 이불속에서 보니 소름돋네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숫*런 | 2018.02.14
평점5점
읽어 보고 리뷰 올리도록 할께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마*치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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