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1년 10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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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쪽 | 415g | 288*232*15mm |
ISBN13 | 9788958285786 |
ISBN10 | 8958285788 |
KC인증 | ![]() 인증번호 : - |
출간일 | 2011년 10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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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쪽 | 415g | 288*232*15mm |
ISBN13 | 9788958285786 |
ISBN10 | 8958285788 |
KC인증 | ![]() 인증번호 : - |
집은 온 가족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쉬는 보금자리 입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집을 하나의 작은 세상으로 여겼습니다. 집안이 편안해서 모든 것이 편안했기 때문에 정성껏 집을 짓고 가꾸었지요. 이렇게 집을 살뜰이 보살펴도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가뭄이 들어 농사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옛사람들은 다시 일어날 힘을 집에서 얻었습니다. 집안에 살고 있는 여러 신과 함께 노력한다는 마음으로요. 『우리는 집지킴이야!』는 막둥이의 돌잔치에 나타난 잡귀들을 물리치는 여러 집지킴 신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대문 지킴이 문전신, 가축 지킴이 우마신, 부엌 지킴이 조왕신, 아이 지킴이 삼신을 만나보세요. |
세상은 물 불 땅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 가지 요소가 그대로 있거나 더해지거나 변하면서 세상을 이룬다. 사람은 그 자체로 작은 세상이지만 더 큰 세상을 이루는 작은 세상이다. 사람 또한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바람이다. 우리는 바람을 들이쉬고 내쉬며 목숨을 이어간다. 목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살아가는 목숨이다. 3분만 바람이 통하지 않아도 숨이 끊어진다. 몸의 대부분인 물은 몇 일 먹지 않아도 죽지 않지만 바람은 그렇지 않다. 몸의 대부분인 물에 불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 36℃가 넘는 온도의 몸으로 땅을 딛고 살아간다. 몸의 온도가 높을수록 에너지가 넘친다. 바람 물 불 땅이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집도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사람이 짓고 살아가는 집은 사람에게는 작은 세상이자 우주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야 그렇지 않지만 옛날 우리가 살던 집은 네 가지가 온전히 구현되었다. 가장 먼지 들 수 있는 것은 땅이다. 땅에 땅의 변형인 나무로 집을 지었다. 헐겁지만 단단하게 지은 집은 바람이 흘러다녔다. 문을 열면 바람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날아다녔다. 집에는 보통 우물이 있었다. 쌀을 씻고 마당에 물을 뿌리며 더운 날에는 등목을 할 수 있는 우물이 있어 물이 풍성했다. 먹을거리는 부엌에서 만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아궁이는 집 식구들을 먹여살렸다. 이렇듯 집은 바람 물 불의 네 요소로 이루어진 작은 세상이었다.
집에 가장 큰 경사는 새로운 목숨의 탄생이다. 바람을 들이쉬고 내뱉는 생명이 새로 태어나면서 집안 바람의 흐름은 달라진다. 훨씬 신선하고 활발한 기운이 흘러다닌다. 집에 깃든 모든 존재가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옛날에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도 목숨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병에 쉽게 노출되어 백일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땅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첫 돌을 넘기면 큰 잔치를 열 만했다. 식구들이 마당을 쓸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축하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손님 중에는 반갑지 않은 잡귀도 있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집을 집일 수 있게 하는 집지킴이가 집 곳곳을 지키고 있다.
내가 지키는 대문에 어떤 놈이
합부로 발을 들이는 게냐?
나는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이다.
이 대문으로 귀한 손님과 좋은 복만 들어올 수 있다고.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있는 한,
잡귀는 한 발짝도 집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다!
헛헛, 잔치 준비도 얼~추 되었네. 어서어서 대청마루로 모이세.
난 지킴이 가운데 가장 큰 어른, 성주신이다.
넓고 탁 트인 대청마루에 앉아 집 안을 훤히 둘러보지.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함께 헤쳐 나가면서 말이야.
막둥이네 집 안 구석구석 내가 모르는 일은 없어.
최미란 작가의 그림은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책 역시 처음 제목이 나오기 전까지 세 장면에 걸쳐 이야기가 펼쳐진 다음 비로소 제목을 만날 수 있다. 대개 겉표지를 넘기면 속지가 나오고 바로 제목이 나오는데 그곳에 이야기를 넣기도 하고 그냥 본문과 연관된 무늬의 간지를 넣는데 이 책은 그 사이에 이야기가 꽤 많이 있기 때문에 거길 읽지 않으면 갑자기 이게 뭔 소린가 할 만하다. 처음엔 제목이 없다는 것도 잊은 채 무심코 읽다가 제목을 마주치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잡귀 세 마리(딱히 동물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람은 아니니 마리라고 하자.)가 하얀 종이에 덩그마니 놓여 있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뛰어오며 막둥이네 집에 잔치가 열렸다며 신나게 그 집으로 가려고 한다. 자신들은 잡귀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며.
아직도 초가집이 대부분인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 멀리 보인다. 뒷동산은 낮아 보여도 꽤 깊은지 검은빛을 띠고 있다. 쓸고 닦고 하는 집을 찾아 보니 오른쪽 마지막 집이 눈에 들어온다. 옳지, 이 집이구나. 다음 장을 넘기니 그 집이 줌인 되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길에는 막둥이네 집에 오는 듯한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니까 오늘은 막둥이 첫번째 생일, 즉 돌이다. 지금이야 집에서 하지 않고 뷔페에서 하지만 예전에는 모두 이렇게 집에서 잔치를 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잡귀들을 어떡하나. 원래 잡귀가 집에 들어오면 식구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집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데.
그럼 이제부터 잡귀를 쫓는 지킴이들을 만나볼 차례다. 먼저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이 막아 보지만 약삭빠른 잡귀들은 용케 피해서 집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잡귀가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곳마다 그곳을 지키는 신들이 나와서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지금이야 외양간이 있는 것도 아니요, 장독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이 따로 떨어져 있지도 않으니 이 책의 모습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것은 오직 책에서만 본 모습인 아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이처럼 살고 있는 집도 꽤 있을 텐데 말이다.
요즘 아이들 중 우리나라에 어떤 신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껏해봐야 삼신 할미나 <똥떡>이라는 책 덕분에 알게 된 측간신 정도가 아닐까 싶다. 거기서 조금 더 아는 이라면 조왕신이나 성주신을 알 수 있을 테고.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신들이 많은데 주거 형태가 바뀌고 갑자기 삶의 방식이 현대화 되는 바람에 그동안 이어져 오던 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사라졌다. 거기에는 그것을 이어주지 못한 지금 3,40대 부모인 우리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때는 미신이라고 치부하던 것들인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것이 바로 전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신이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자,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래야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전통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로 전해질 것이다. 그렇게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이 책을 보면 재미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귀신이 아닐까싶다.
그것도 홀로 집을 지키고 있을 때 나타나는 귀신~ 이는 자극적인 장면이 판을 치는 헐리우드 영화탓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네 도깨비나 귀신들은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나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동화책에 나오는 집지킴이들은 어쩐 일인지 듬직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가신'들이 귀신과는 또 다른 존재겠지만~ 향토적인 분위기가 물씬나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하는 집안 구석구석 집지킴이들을 만나다보면 그 이름도 재미있고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파트와 빈집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정겨운 고향집과 함께 집을 지키는 수호신의 이야기는 틀림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재미있는 소재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