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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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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 EPUB ]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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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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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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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3.1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7.2만자, 약 2.4만 단어, A4 약 46쪽?
ISBN13 978895605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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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글을 시작하며 / 12
1.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시작이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다) / 17
2.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충격 (청소기, 전자레인지……) / 47
3. 겨울의 맛 (그리고 여름의 맛) / 73
4. 냉장고의 크기 ≠ 나의 크기 (인생을 명랑하게 헤쳐 나갈 결정적 힌트) / 103
생활의 달인 1 무한한 ‘건조’의 세계
생활의 달인 2 냉장고 없는 식사
5. 소유 말고 공유 (세상이 달라 보인다) / 163
6.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생각) / 207

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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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평가할까, 그런 것에만 신경 쓰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p.9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쓸쓸함은 사라지지 않겠지. 그런데, 작고 쓸쓸한 생활, 어쩌면 이게 가장 나다운 삶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p.11

“있으면 편리한 것들이 어느새 꼭 있어야 하는 것들로 변한 게 아닐까.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없어지는 게 두려운 것은 아닐까. 불안한 게 아닐까.”--- p.68

“인간 고뇌의 대부분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거니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p.127

“내가 과거에 아무리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모욕과 배신과 불합리한 대우 속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썼더라도, 나의 미래가 아무리 어둡고 험난할 것이라는 예감에 휩싸여도, ‘지금 이 순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한 순간, 한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p.127

“나는 지금, 미래(앞으로 쓰게 될 식재료)도 과거(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도 없는 날을 살고 있다. 사실 따분하기는 하다. 두근거리는 꿈이 없기 때문이다. 당근과 튀긴 두부밖에 살 수 없는 밋밋하고 ‘소소한 지금’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소한 지금이 뭐가 어때서!--- p.129

“지금까지 냉장고 깊숙이 가득 채워넣으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상하게 만들었나! 어쩌면 내 인생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런 꿈 저런 꿈을 그러모아 한자리에 방치한 다음, 조금씩 상하게 만들어온 건 아닐까?--- p.131

“뭔가를 손에 넣더라도, 주위를 둘러보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있다. 겨우 손에 넣은 만족은, 곧바로 불만과 비참의 원천이 된다.” --- p.194

“그래서 우리는 풍요로워졌는가? 다들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왜일까?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사야 한다. 그것도 끊임없이 사야 한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해야 하니까. 끝없는 경쟁이 이어진다. 돈은 없어지고, 집은 좁아지고, 월세는 늘어간다. 어디가 끝인지 아무도 모른다.”--- p.195

“아무도 ‘필요하다’고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점점 필요한 것이 되어갔다.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세상에 넘쳐났고, ‘왠지 필요한 것 같은’ 생각에 사람들은 사도 사도 멈출 줄을 몰랐다. 이게 바로 ‘경제 성장’의 실체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졌을까.
--- p.23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나 자신의 욕망을 비우면서 완성하는 이나가키식 ‘생활 철학!’

막강 내공 그녀의 이유 있는 심플 라이프!


이 책의 원제는 ‘쓸쓸한 생활’이다. 왠지 쓸쓸한 이유는 “있어야 할 게 없는 듯한” 기분 때문이다. 있어야 할 것 같은 회사도 없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냉장고도, 넓은 집도 없는 삶을 저자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이라곤 ‘소소한 나’뿐이다. 쓸쓸함은, 숨기려고 하는 순간 애잔함이 된다. 저자는 쓸쓸한 것을 숨기거나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랬더니 쓸쓸함은 ‘자유’와 ‘성취’의 감정을 안겨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아사히신문 기자 시절,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생활’을 시작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있었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지켜보면서, 전기를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전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것들은 정말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을까? 우리의 삶은 전기 제품의 사용으로 정말 풍요로워졌을까? 지금 우리가 불평하고 불만을 토로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편리해져야 하기 때문일까? 더 편리해지기 위해 더 많은 물건을 만들고 더 많이 소유해야 하는 것일까?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나아가, 이제껏 ‘필요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한 회사는 물론이고, 산더미 같은 옷과 신발, 이사 때가 되어야 빛을 보는 냉장고 속의 음식들, 꺼내 읽지 않는 무거운 책들과 먼지 쌓인 음반들. 몇 년 농성이라도 벌일 것처럼 ‘언젠가 쓸 것들’이 집 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퇴사를 하고, 그녀는 ‘회사’처럼, ‘없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물건들을 차례로 처분하고, 낡고 오래된 집으로 이사했다. 편리한 것들에 기대 묻어놓았던 자신의 잠재력을 ‘채굴하고’, 겨울의 맛과 여름의 맛을 마음껏 음미하며 자유롭게 충만하게 살아간다. 이 책에는, 어쩌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격렬했던 그 모든 ‘그만두기’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말한다. “정신없이 사 모았던 가전제품을 모두 처분한 내가 이렇게 편안해진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가전제품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가전제품과 함께 부풀려온 ‘욕망’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욕망이다. 폭주하는, 더 이상 스스로 제어할 수 없게 된 ‘막연한’ 욕망.”

냉장고에 가득 찬 ‘언젠가’의 꿈
냉장고 혼자 배부르고 행복하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대출을 갚기 위해 밤낮없이 일한다.

내 집은 하루 종일 비어 있다.
냉장고 혼자 남아 꿀꺽꿀꺽 전기를 먹는다.”


이 책은 단숨에 읽어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크게 뒤흔드는 책이다. “냉장고 안에는 사고 싶은 욕구와 먹고 싶은 욕구가 터질 듯이 가득 차 있다”는 저자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얼마든지’ 먹을거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머릿속으로 미래의 식탁을 상상하며 ‘언젠가’ 먹을 것들을 열심히 장바구니에 담는다. 오늘 다 먹지 않아도 되니까. 사람들은 이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사게 되었다. 언젠가 먹을 테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냉장고의 용량이 커져가는 모습은 사람들의 욕망이 확대되어가는 모습 그 자체이다. 제발 좀 큰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나에게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물건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분명 풍요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도 덩달아 커지고 복잡해졌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새 모두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방에 ‘당신에겐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넘쳐난다. ‘그것만 손에 넣으면 행복해진다’고 외쳐댄다. 우리는 지금 ‘만들어진 혼란’ 속에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는 단순히 미니멀리즘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다 버리고 숲속에 들어가 도를 닦으라고 말하는 책도 아니다. 다만 심플하게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분명히 있다.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 ‘능력’이고, 그런 능력이 있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우리의 욕망에 대한, 미세 먼지 가득한 우리의 ‘풍요로운’ 현주소에 대한 신랄한 반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신의 ‘생활’을 통해, 정체 모를 불안감을 없애고 살아갈 수 있는 슬기로운 힌트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eBook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10.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미니멀 맛보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홍*원 | 2023.01.2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일가닥 접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현재에 와선 여러 미니멀 유행 관련 영상/글을 접하고 나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 싶어요 지금 읽어도 충분히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에요. 미니멀리즘 실천 방법에 대한걸 얻을 수 있다기 보단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 들이면 좋;
리뷰제목

미니멀리즘 관련 책을 일가닥 접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현재에 와선 여러 미니멀 유행 관련 영상/글을 접하고 나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 싶어요

지금 읽어도 충분히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에요.

미니멀리즘 실천 방법에 대한걸 얻을 수 있다기 보단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건

저렇게 사는게 가능하니? 다 연기 아니야? 라는 식으로 

평가하듯 읽게 되면 읽을 만한 책은 하나도 없을 거에요

그냥 영화 보듯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받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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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이나가키 에미코 씨처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a****i | 2018.03.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재미있게 읽었다. '없어도 괜찮아'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전기가 없이 에도시대처럼, 아니 전기 없던 에도시대에도 사람들은 잘 살았으므로. 언젠가 나도 이런 생활을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조금씩 계획하고 꿈꾸고 진행해 보자는 생각이다. 복잡하고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편리함이라는 얇은 이익과 맞바꾸지 않고 기꺼이 귀찮고 번거롭고 인간적인 생활방식으로;
리뷰제목
재미있게 읽었다. '없어도 괜찮아'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전기가 없이 에도시대처럼, 아니 전기 없던 에도시대에도 사람들은 잘 살았으므로. 언젠가 나도 이런 생활을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조금씩 계획하고 꿈꾸고 진행해 보자는 생각이다. 복잡하고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편리함이라는 얇은 이익과 맞바꾸지 않고 기꺼이 귀찮고 번거롭고 인간적인 생활방식으로 자유와 여유를 얻어 보고 싶다. 전기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전자제품 사용을 포기하는 발상의 전환이 삶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혼자이기에 결단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좀더 쉬웠던 것 같다. 집 가전들의 기능을 마을 곳곳에서 찾고 생활의 지경을 넓어진다는 생각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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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이나가키 에미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18.02.28 | 추천2 | 댓글2 리뷰제목
 <퇴사하겠습니다>에서 발랄한 퇴사기를 보여준 이나가키 에미코는 신작 산문집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서 전기 없이 생활하는 삶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시작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일본 내에서 전력난이 일어난 것이다. 이나가키 에미코는 그 사건 이후에 원전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절전을 시작한다. 절전. 전;
리뷰제목


 <퇴사하겠습니다>에서 발랄한 퇴사기를 보여준 이나가키 에미코는 신작 산문집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서 전기 없이 생활하는 삶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시작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일본 내에서 전력난이 일어난 것이다. 이나가키 에미코는 그 사건 이후에 원전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절전을 시작한다. 절전. 전기를 아끼는 것. 원전이 폭발하는 영상을 보고 값싼 전기는 그만큼 위험이 동반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된 그녀는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계획'을 시행한다. 그때까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전제품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푸드 프로세서, 드라이어, 에어컨, 다리미, 전등, 미니 컴포넌트, 고타츠, 전기카펫, 전기담요였다. 


  혼자 살기 때문에 다른 가정보다 가전제품은 적은 편이었다. 한 달 전기 요금은 2,000엔가량이었다. 목표는 전기세 1,000엔 이하로 줄이기.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심정으로 전기를 아꼈다. 그녀는 집안의 플러그를 하나씩 뽑는다. 안 쓰는 대기전력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욕실 환기팬을 돌리지 않으려고 목욕 후에 수건으로 구석구석 물기를 닦았다. 결과는? 전기 요금이 줄기는커녕 미묘하게 요금이 올라 있었다. 그녀는 좌절하지 않는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고노스케 씨의 경비 절감 요령을 찾아낸다. 10퍼센트를 줄일 수 없다는 간부들의 말에 그는 50퍼센트 절감을 요구한다. 쪼잔한 발상의 지혜를 뒤집는 것이다. 10퍼센트와 50퍼센트는 큰 차이이다. 50퍼센트를 아끼기 위해서라면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녀는 전기를 아끼는 것이 아닌 '전기가 없는 것처럼' 생활하는 전략을 짜낸다.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다. 전기가 없는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가전의 플러그를 뽑았다.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 전기가 없으니 엘리베이터가 가동될리 없지 않은가. 그녀는 집에 들어오면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다. 어둠이 눈에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가로등과 달빛의 도움을 받아 집안을 조심히 돌아다닌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텔레비전은 보지 않는다. '전기가 없'으니 당연히 볼 수 없다. 집에 들어와 리모컨 버튼을 누르는 대신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바람의 흐름인 풍류를 느끼는 것이다. 


  청소기를 버리고 전자레인지를 버린다. 청소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청소기를 꺼내고 돌리는 일이 힘들었던 것이다. 무거운 청소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자신이 즐겁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없어도 된다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자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대신 찜기에 넣어 데운다. 에도 시대 사람들의 식생활을 유심히 보고 실천한다. 편리함 대신에 가벼움과 고요함을 얻는다. 


  전기 없이 살아가는 것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 그녀의 전기세는 150엔이다. 겨울의 맛과 여름의 정취를 느끼면서 그녀는 난방도 냉방도 하지 않고 계절을 보낸다. 최후의 가전제품인 냉장고까지 처분한 뒤 그녀의 삶은 한층 더 가볍고 여유로워졌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면 전기 없는 생활은 지금, 여기에 사는 삶이라는 것이다. 냉장고가 없으니 많은 식료품을 사지 못한다. 오늘 한 끼를 위한 재료만을 사서 먹어야 한다. 남은 야채가 있다면 베란다에 있는 소쿠리 위에 말린다. 말려서 절임 음식을 해 먹는다. 쓸모없는 식재료를 사지 않으니 부엌은 깨끗하고 요리 시간은 단축된다. 내일이 없는 삶이다.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던 그녀는 시간을 쓸모없는 시간과 쓸모 있는 시간으로 나누었다. 집안일은 쓸모없는 시간으로 분류해 귀찮아하고 힘들어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쓸모없는 시간으로 구분해 자신의 시간을 차별해 왔던 것을 반성한다. 주변을 정리하고 빈 벽이 있는 집을 가꾸는 일들이 쓸모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자 놀랍게도 사는 것이 즐거워진 것이다. 


  믹서기를 사용해 과일을 갈아먹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를 읽으며 전기가 없는 시간을 상상해 보았다. 그녀의 말처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과일을 갈아먹는 대신 잘게 잘라서 두유에 넣어 먹는 것. 위 속에 들어가면 과일들은 어차피 잘게 쪼개질 것이므로. 발전기가 돌아가는 대신 쓰지 않던 나의 뇌의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방이 좁아서 의자를 움직 일 수 없다고 불평했다. 이불을 개고 전기장판을 반으로 걷었더니 의자를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전기 없이도 생활은 계속될 수 있다. 물건이 많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무거운 등 쿠션을 거실로 옮겼다. 그랬더니 거실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거실이라는 공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건 하나를 움직였을 뿐인데 실로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소파를 사려고 했던 자신을 꾸짖었다. 


  이나가키 에미코 씨, 한국에 사는 저는 아직 냉장고는 못 버렸어요. 그 대신 믹서기를 쓰지 않기로 했어요. 올 한해 옷을 사지 않고 있는 옷으로 사계절을 지내려고 해요. 옷 냄새를 맡고 괜찮다면 하루 더 입기로 했어요, 당신처럼. 조리 시간이 긴 음식은 밖에서 가끔 먹기로 했고 바닥에 누워 있는 대신 책상에 앉아 의자를 힘차게 굴릴게요. 당신과 나의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랄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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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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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단순히 '버리라'가 아닌 치열한 인내를 통한 삶의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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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d*******e | 2021.09.04
구매 평점5점
궁금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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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 | 2021.06.03
구매 평점5점
당연한 듯 쓰고 있는 여러 물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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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사*넛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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