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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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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1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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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14g | 130*215*30mm
ISBN13 9791188835027
ISBN10 118883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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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책은 내 몸, 내 허기에 관한 책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고 싶고 다 놓아버리고 싶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것을 원하는, 간절히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 관한 책이다. 비록 그 과정이 한없이 느려터지긴 했으나, 마침내 자신을 보여주고 이해받는 것이 가능함을 배우게 된 한 사람에 관한 책이다.

3
어떤 소년들이 나를 파괴했고 나는 파괴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그와 같은 폭력을 또다시 겪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았고 나의 몸이 역겨워지면 남자들을 멀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어린 나이에도 뚱뚱하면 남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이해했고, 그들이 경멸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가 된다는 걸 이해했고, 나는 그들의 경멸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5
미리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있는데 내 인생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별로 깔끔하지 않지만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비포’가 있고 ‘애프터’가 있다. 몸무게가 늘기 전. 몸무게가 늘어난 후. 강간을 당하기 이전. 강간을 당한 이후.


7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가치는 내 옷의 사이즈나 외모에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믿고 싶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악의적인 문화,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통제하려 하는 문화 안에서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내 몸이나 내 몸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비합리적인 기준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8
세월이 흐르며 나는 살아남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고 ‘생존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게 되었으나 누가 날 여전히 ‘피해자’라 해도 신경 쓰지는 않는다. 나는 성폭행을 당한 순간 피해자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여러 이름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피해자이고 그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1
여기서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비슷한 과거를 공유하는 여성과 남성의 합창에 나 또한 합류함으로써, 성폭력에 따른 고통이 한 사람의 일생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파장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이 똑똑히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12
집에서는 우리 부모님이 생각하는 그 착한 딸이 되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지만 지치는 일이었다. 여러 차례, 엄마 아빠에게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뭐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나는 안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놓고 싶었지만 내 상태를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했다. 부모님이 하게 될 말과 하게 될 행동이 두려웠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고 그 두려움을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26
대학 3학년이 시작되기 몇 주 전에 나는 실종되었다. 아무에게도 어디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 불규칙한 생활과 이상 행동에 지쳐가던 내 룸메이트에게도, 지인들에게도,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한마디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나는 그때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만났던 한 40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우리에게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다.

29
그는 어떤 식으로든 부드러움을 담아 나를 만졌던 첫 번째 남자였고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했다. 그사이 시간이 흘렀고 그가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사이는 나쁜 날보다 좋은 날이 훨씬 많았던 좋은 관계였다.

30
20대 내내 나의 사생활은 끝없는 진창 속이었다. 어떤 식으로건 배려나 존중을 갖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나는 무관심, 경멸, 노골적인 적대감을 끌어당기는 피뢰침과도 같았고 그 모든 푸대접을 다 참았다. 왜냐하면 나는 과거에 한 번 망가져버렸고, 그 이후로도 스스로 내 몸을 망가뜨려버려서 대접받을 자격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
음식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나 혼자, 내 아파트에서 음식으로 나를 달랬다. 음식은 나를 판단하지도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먹을 때는 오로지 나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45킬로그램이 늘고, 45킬로그램이 더 늘고, 또 한 번 45킬로그램이 늘었다.

59
나 같은 몸에 맞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팔걸이가 있는 의자는 대체로 견딜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팔걸이 있는 의자가 무척이나 많다. 그런 의자에 앉았다가 생긴 멍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그 멍든 자리는 보통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을 가고 건드리면 아프다. 허벅지는 상당히 잦은 기간, 지난 24년 동안 멍이 들어 있었다.

67
우리 가족은 모두 잘생기고 예쁘다. 날씬하고, 스타일 좋고, 매력적이다. 가족들과 같이 있으면 나는 그들 속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사이에 있을 자격이 안 되는 것 같다. 기를 쓰고 피하려 하는 가족사진을 가끔 보면서 생각한다. 이 중에 딱 한 인간만 나머지하고 안 닮았네. 당신을 가장 진실하고 깊이 아는 바로 그 사람들에게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아프고 외로운 감정이다.

74
나에게 연애와 우정이 이다지도 어려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사랑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고 상대가 원하는 행동을 해야만 누군가가 날 좋아해주고 사랑해줄 거라 믿었다. 스트레스였다. 언제나 최고의 친구나 여자 친구가 되기 위한 갖가지 시도를 공들여 했고 그러면서 진정한 나 자신, 즉 따뜻한 심장을 가지긴 했으나 언제나 착하고 좋을 수만은 없는 그 사람과는 점점 더 멀어졌다. 미안해하지 않아야 할 일을 미안해했고 내 잘못이 아닌 일에도 사과했다. 그저 내가 나라는 사실이 죄스러웠다.

79
내가 성공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자주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속에 있는 생각, 즉 내가 내 몸 이외에는 어떤 것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을 주지시키려 한다. 내가 아무리 눈부신 성취를 하더라도 나는 뚱뚱할 것이고 그것이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사실인 것이다.

86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생각이 깊다는 찬사를 받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몸이라는 현실이 일깨워준 예민함이 발휘된 순간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의 몸의 현실을 좀 더 배려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나는 그런 순간이 내게 찾아온다는 사실에 계속 감사해왔고 지금도 감사한다. 그래서 아무리 다루기 힘들다 해도 나에게 그 배움의 순간을 허락한 이 몸에 감사한다.

88
나는 그 전의 나, 두려움에 가득한 과거의 그 소녀가 아니다. 좋은 사람들이 내 인생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고 내 목소리를 찾았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덜 신경 쓰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 행복의 기준은 내 몸무게가 아니라 내 몸에 더 편안해하는 감정임을 배우는 중이다. 여성이 삶을 사는 방식과 몸을 다루는 방식을 너무나 독단적으로 규정하려는 이 악독한 문화적 관습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나 자신만이 아니라 더욱 알려져야 할 사람들의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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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타인을 억압하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헝거》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심리적 허기가 골격을 이루면서, 자아 개념과 어떤 형태의 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여성에게는 더욱 절실한, 고통스러운 질문이다. 페미니스트는 이중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 반대의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늘 협상과 자기 검열의 긴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페미니스트에게 몸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 책을 읽고 직면했다. 내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수용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여자라는 사실을. 내가 록산 게이의 키와 몸무게라면… 내 삶이 상상되지 않는다.

‘예쁨’, ‘스타일’, ‘정상성’에 온 신경을 쓰면서 자신과 타인을 억압하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그리고 인생이 힘든 모든 이에게 권한다. 용기란, 인생이란, 페미니즘이란, 글쓰기의 모범이란 이런 것이다. 삶은 완성될 수 없는 영원한 과정이라는 진실을, 《헝거》보다 더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은 드물 것이다. 책을 읽고 글쓴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 있는데, 나는 록산 게이를 새롭게 발견했다. 특히 그녀의 ‘능력’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책을 읽으면 그 ‘능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혜와 용기로 맞섰을 때 연민과 깨달음이라는 보물을 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와 비슷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뿐만 아니라 상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들도 같은 경험을 한다. 록산 게이는 나 자신에게 어떻게 진실할 수 있는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솔직할 수 있는지를 담담히 보여준다. 《헝거》는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었던 방법 이상으로 위대한 성취를 이뤘다.
- 소설가 앤 패칫, 《벨칸토》의 작가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한 작품. 가슴에 사무치는 이야기.”
- 더 뉴 리퍼블릭

“잊을 수 없다. 숨이 막힌다. 우리는 모두 게이가 이 책에서 해야만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 게이는 자신의 이야기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우리 문화가 요구하는 다이어트 성공기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지켜온 침묵을 깬 것, 수치와 자기혐오를 딛고 자신을 존중하고 용서하고 아끼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그것 자체로 숭고한 승리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광채를 발하는 책. 지적이고 열의에 넘치고 깊은 감동을 준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이 책의 짧고 예리한 챕터들은 생생한 개인적인 일화들로 생명력을 얻는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게이는 솔직하고 강렬한 문장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그녀가 잃지 않았어야 할 몸을 되찾아오고 수십 년 동안 끌고 왔던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내려놓기로 한다.”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그녀의 함축적인, 거칠고도 우아한 이 문장들은 감정적인 공감을 최고조로 이끌어내고 각각의 관찰을 더 예리하게 하고 그녀의 모든 고백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 책은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다.”
- USA 투데이

“탁월하게 생생하다. 놀랍다. 파괴되지 않고, 지배되지 않고, 해방된 게이. 당신은 당신 최고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렇게 강렬하고 정직한 책을 썼던 당신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된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거칠면서도 품격이 있는 이 고백록은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게이는 자신의 이야기가 ‘승리’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독자들은 승리보다 더 훌륭한 단어를 찾을 수밖에 없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보다 더 개인적이고 솔직한 고백은 상상하기 힘들다. 88개의 짧고 명징한 챕터에서 게이는 독자들을, 자신을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게 했던 그 현실, 자신을 가이드하고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게 했던 그 현실로 끌고 가서 같이 돌파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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