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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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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80g | 143*215*30mm
ISBN13 9788974793890
ISBN10 897479389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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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별빛만 흘러내리는 어두운 바다 저쪽으로 숙부의 볏짐 가득 실은 목선이 사라진 뒤로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 광막하게 펼쳐진 바다의 거칠게 출렁거리는 물너울 위에는 신도 악마도 없었다. 오직 나와 들썽거리며 출렁거리는 마녀 같은 밤바다와 별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나의 참담한 실존을 알아차렸다. 거기에서 내 목선의 노를 저어줄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노를 젓기 힘들다고 잠시도 노 젓기를 멈추고 쉴 수도 없었다. 팔이 뻐드러지더라도 계속 저어야 했다. --- p.27

‘코는 두 개의 구멍 벙긋 열어, 새까만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끔찍해라, 그대 지하 동굴, 노회(老獪)의 털 부숭부숭한 미망(迷妄). 목탁 구멍 속의 어둠 같은.’ 콧구멍은 나의 내면에 들어 있는 어둠 한 자락을 늘 나에게 보여준다. 그것은 내 악마의 모습이기도 하고, 간사한 탐욕의 모습이기도 하고, 내 죽음의 어둠 끝자락이기도 하다. 그 어둠은 나를 겸허해지라고 촉구하고, 늘 깨끗해지라고 나를 다잡곤 한다. --- p.90

차를 마시다가 천장의 서까래들을 쳐다본다. 나는 늘 기다리며 산다. 딱히 찾아올 반가운 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기다린다. 나는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화질을 하지 않는다. 만일 전화질을 하면 그들이 나를 절대고독 이기지 못하고 엄살떠는 겁쟁이라고 흉허물 할 터이다. 소월도 그랬을 터이다. 기다리며 슬픈 고독을 시로 읊었을 터이다. 나는 소월의 시를 읽으면서 고독 이기는 법을 배운다. 기다리며 사는 사람의 귀에는 빗소리가 임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차를 마시다가 발자국 소리 같은 빗소리를 듣는다. --- p.114

이 늙은이는 삼십 분쯤 책을 읽으면 글자가 기어간다. 시력이 낡아진 까닭이다. 그때는 더 읽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용히 책상 앞을 떠나 침실로 가서 눈을 붙인다. 한 시간쯤 눈을 감고 있으면 잠이 들고, 깨어나면 시력이 다시 회복된다. 새 맛, 새 시력으로 다시 책을 읽는다. 사력을 다해 책을 읽으려 하는 이 늙은이의 삶을 엿보고 있는 저승사자는 아마 비웃으리라. 그 사자가 비웃을지라도 지금 이렇게 남아 있는 시력으로 읽을 수 있는 한 책 읽기를 분투하듯 해야 한다. 이러한 책 읽기는 늘 내 운명에 또 하나의 변수를 만들어 나를 놀라게 하곤 했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 p.121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추워지고 슬픔 속에 젖어든다. 추워짐과 슬퍼짐이란 것은 온실 속 같은 다사로움과 달뜸으로 인해 물러져 있는 의식을 냉철하게 하는 오싹함이다. 그 냉철로 인한 슬픔과 오싹함은 나의 흐물흐물해져 있는 삶을 성난 얼굴로 살펴보게 한다. --- p.179

여름철에는 내 토굴에 지네가 출몰하여 나를 물곤 한다. 지네도 나에게는 위대한 경전이고 하나의 해설서이다. 어느 날 저녁, “우리 모두는 하나하나의 섬이다. 그 섬에 불을 밝히고 자기의 길을 가야 한다, 신에게도 악마에게도 의지하지 말고”라는 석가모니의 마지막 가르침을 생각하며 토굴의 거실에 누워 있는데, 바람벽 틈으로 칫솔만 한 지네가 기어들어 오더니 사방을 휘둘러 살피고 중얼거렸다. “대관절 어떻게 생긴 벌레가 이렇게 큰 굴을 파놓고 사는 것이냐, 그놈을 잡으면 평생 주리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겠구나.” 지네는 내가 한 마리 벌레임을 일깨워준 경전인 것이다. --- p.241

석가모니 부처님의 맨발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떠난 출가자의 표상이지 않는가. 평생 대중 교화를 위해 온 세상의 험난한 길을 밟고 다닌 맨발. 발가락과 발톱은 돌부리에 차이고, 삐죽거리는 자갈과 가시로 인해 찔리고 긁히는 상처를 입었다가 아물고, 또 상처를 입었다가 아물기를 거듭한 까닭으로 곳곳에 암자주색 딱정이와 암회색의 옹이들이 박혀 있고, 짐승의 낡은 가죽을 덮어씌운 것처럼 두껍고 너덜너덜 보풀이 일어나 있다. --- p.295

사랑하는 아들딸아, 늙은 아비는 건강할 때면 보이지 않던 것이 앓을 때면 문득 보이곤 한다. 슬픈 눈으로 보기 때문일 터이다. 기쁜 눈은 가슴을 달뜨게 하지만, 슬픈 눈은 냉엄하게 응시하곤 한다. ‘유식학(唯識學)’에서, 우리의 눈빛이 별빛과 햇빛과 달빛을 만든다고 했는데,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너희 자신만의 독특한 슬픈 눈빛을 지니도록 하여라. 그 눈빛으로 너희들만의 풍경을 창조하도록 하여라. --- p.295

초음파 엑스레이 시티 촬영, 피검사, 오줌 검사 할 만큼 해본 의학박사는 내 모든 기관은 깨끗하고 건강하다고 아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의사 말을 믿고 안심하고 잘 먹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점차 회복될 거라
고 확언한다. 그런데 으슬으슬 춥다가 열이 오르며 진땀이 나곤 하면서 맥이 풀리는 나의 이 증상은 무엇인가. 아파야 할 이유가 없다는데, 나의 투병은 병 없음의 병과의 싸움인가. 병 없음의 병이란 잡히지 않는 허공 아닌가, 그것은 허공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인가, 아 허공, 허공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더 아프고 진땀을 흘리게 되면 허공으로 환원되는 것일까.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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