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 정진호의 최신작!”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인 정진호의 신작 《3초 다이빙》이 스콜라에서 출간되었다. 정진호 작가는 2015년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책상으로 꼽히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했고, 《부엉이》로 한국 안데르센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으면서 한국 대표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201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한 양성평등문화상에서 청강문화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통찰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반영된 그림책으로 한국 그림책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며 출판문화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3초 다이빙》을 들고 왔다. 《3초 다이빙》 역시 다양한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이며 작품으로 표현했던 작가의 주제 의식이 그대로 담긴 작품이다. 특유의 간결한 선과 절제된 색감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즐거우면 돼!”
《3초 다이빙》은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보통의 평범한 아이 이야기이다. 스스로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수학도, 달리기도 잘하지 못한다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남들보다 행동도 느리고, 심지어 급식 먹는 속도마저 느린 아이다.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가려나 짐짓 걱정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은 성숙한 통찰력과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건,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이치를 이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꼭 이기고 싶지 않다고 당당히 고백하는 아이다. 최고가 되기를 원하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자칫 나약하고,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기는 것 말고도,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들이 많은가! 이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야 뒤늦게 깨달을 법한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치의 소중함을 알고, 어린 시절 충분히 뛰놀고, 친구와 우정을 쌓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라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최고만을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이기고 지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자칫 하찮게 여기질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과
교육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 시작된 이야기!”
정진호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각종 학교와 도서관 등의 강연으로 수십 차례씩 어린이들을 만나면서, 작가 스스로의 어린 시절 경험과 교육현장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느낀 바가 이 작품 《3초 다이빙》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면 달리기 대회는 빠지는 않는다. 어김없이 ‘탕’ 소리에 달리기를 시작하고 1등부터 조르륵 손등에 도장을 찍어 준다. 운동에 특별한 소질도, 재미도 못 느꼈던 작가는 1등을 향해 달려야 하는 ‘운동회 달리기’가 참 부담스러웠고, 경쟁을 부추기듯 등수별로 도장을 찍어 주던 것도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림책 작가가 되어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들과 만나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모든 일에 경쟁하듯 임하는 데서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상상력이 마음껏 발현될 수 있는 그리기 수업에서마저 서로 경쟁하듯 자신이 일등으로 그렸음을 과시하고, 빨리 그리고 빨리 만들기에 급급한 아이들에게 “꼭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뚱뚱하든 말랐든, 키가 크든 작든 다이빙대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낙하 가속도는 같다는 데 착안하여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고, 이기고 지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작품에 담았다.
작가는 어린 시절 병원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화상으로 오른쪽 손가락을 다친 뒤, 십대 시절까지 수차례의 수술과 입원을 반복한 탓이다. 그의 이런 경험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고,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3초 다이빙》에서도 작가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흔히들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평범한 아이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가의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파란 색감마저 따뜻하게 느껴지게 하며, 보통의 많은 아이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