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세상에 책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의 배경이 되는 미래는 책과 종이가 금지된 세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바이오로봇’이라는 회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로봇인 ‘이야기 로봇’을 만들어 판다. 하지만 이야기 로봇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 로봇은 무척 비쌌기 때문에, 부잣집 아이가 아닌 시오는 이야기 로봇을 가질 수 없었고 학교 수업 시간에 쓰는 이야기 로봇으로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이는 시오의 유일한 친구인 ‘박주나’도 마찬가지였다.
시오와 주나가 놓인 상황은 최신 기기나 스마트폰, 권위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집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습득하는 정보의 속도와 양,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요즘과 무척이나 비슷하다. 오늘날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이 급변하는 시대에 최신 정보와 지식의 습득 속도, 양과 질은 곧 힘과 능력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값비싼 이야기 로봇을 살 수 있는 잘사는 집 아이는 좋은 정보와 지식을 빠르게 많이 얻어 충분한 힘을 가질 수 있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은 최신 정보나 지식의 습득 속도도 늦고 양과 질적으로도 부족한 정보를 얻게 되어 소외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빈부의 차가 어린아이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쳐서 지식과 정보력을 좌우하고, 결국 힘과 권력 관계까지 좌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매체가 오직 이야기 로봇밖에 없는 작품 속 세상에서 바이오로봇 회사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독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갖는다. 이는 바이오로봇 회사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왜곡하거나 이야기 속에 잘못된 사상과 이념들을 심어 쉽게 전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공유하고 즐기는 정보와 이야기, 혹은 지식이 어느 한 기업의 의도에 따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과연 좋은 세상일까?
과연 이러한 세상이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터무니없는 세상일까? 만약 정말 이러한 세상이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이 사라진 세상은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이 책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는 분명 이러한 여러 생각거리와 고민거리들을 안겨 주는 작품이다.
지식 정보를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매체인 ‘종이책’의 소중함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
“겨우 종이책 하나 없어진다고,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겠어?”
그렇다. 종이책이 사라진다 해도 인터넷이 있고, 전자책도 있으니 정보 독점이나 왜곡, 빈부의 차가 가져오는 힘과 권력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집에 컴퓨터가 없는 가정은 거의 없을 것이며 컴퓨터가 없다 해도 PC방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수도 있다.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이 1865년에 쓴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등장인물 ‘아르당’이 포탄을 타고 달로 가겠다고 했을 때, 당시 그 누구도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1969년 실제로 인류의 달 착륙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주인공 아이 시오를 통해 “그래서 종이책이다.” 라고 외치는 게 아닐까.
책을 갖게 된 시오의 심리 변화를 살펴보면 더욱 고개가 끄덕여진다. 값비싼 최신 이야기 로봇을 가지고 있는 부잣집 친구 ‘철우’를 늘 부러워하던 시오는 우연히 길에 떨어진 책을 줍는다. 책은 금지된 물건이지만, 시오는 꼬질꼬질하고 낡은 책 속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야기를 읽고 홀딱 빠진다. 한정된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인 교실에서만 즐길 수 있었던 시오에게,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종이책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또 종이를 한 장 한 장 만지고, 넘기고, 책 두께도 확인해 가며 읽으니 새롭기도 하고, 이야기 로봇과는 달리 배터리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며 이야기 로봇이 들려주는 목소리 톤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맞추지 않아도 되니 자유롭고, 책을 읽으면 혼자 책에 쓰인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실컷 그려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장 주목할 점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었던 외톨이 시오 곁에서 책은 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이 책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는 종이책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뿐 아니라 평범한 어린이들의 시선으로만 발견할 수 있는 책의 매력과 장점을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종이책의 장점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시오의 평범한 일상을 SF적인 상상력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방과 후에 책가방을 메고 친구와 함께 손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로봇들이 일을 하고 스스로 운전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마주치는 세상은 이제 결코 불가능한 미래도, 또 먼 미래도 아닌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미래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시오가 겪는 상황을 잘 공감하고,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는 동안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몰입할 것이다. 이러한 독서 경험은 어린이들에게 ‘있을 법한 가상의 이야기’가 주는 짜릿함과 쾌감을 마음껏 느끼게 하여, 진정한 책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동시에 이야기 후반부에 드러나는 새로운 반전과 화가 윤지회의 뛰어난 색감과 구성, 상상 속 미래 세계를 훌륭하게 구현한 그림이 만나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과 매력, 장점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것이다.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책을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인간 대신 로봇이 일하는 가게가 즐비한 미래.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초등학생 아이 윤시오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책 한 권을 줍는다. 태어나 처음으로 책을 보게 된 시오는 너무나 두려워서 몸을 부들부들 떤다. 책은 읽어서는 안 되는,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되는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책 읽기가 금지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부카 바이러스’가 생기기 전까지는 책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부카 바이러스는 종이에 사는 벌레가 퍼뜨리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까무러치는 무시무시한 병에 걸리는데, 사람들한테 무척 빠르게 전염되었다. 부카 바이러스가 퍼지자, ‘바이오로봇’ 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이야기 로봇’이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시오는 비싼 이야기 로봇을 가질 수 없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쓰는 이야기 로봇을 통해서만 겨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오는 책을 버리려고 했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읽어 보고 싶었다. 시오는 가방 속에 책을 넣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 하나를 마음속에 감췄다.
그런데 이튿날, 학교 담임 선생님이 지금 어딘가에 마지막 책이 떠돌아다니는데, 그 책을 발견하면 바로 북킬러한테 신고하라고 알려 준다. 시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시오 가방 속에 들어있는 책이, 바로 선생님이 말한 마지막 책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 윤시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