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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주의보

침묵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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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380g | 127*188*30mm
ISBN13 9788983926920
ISBN10 898392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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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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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자로 밥벌이를 시작했을 때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동료 선후배 기자들의 출신교가 서울 소재 상위 몇 개 대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몇몇 매체는 특정 대학 이하 출신자는 기자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이 바닥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돌고 있을 정도다. 기사로 학벌 타파를 외치면서 취재원을 학벌로 판단하고, 고고하게 권위주위를 비판하지만 철저한 상명하복 구조에 따라 움직이며, 열정페이를 고발하지만 인턴들에게 당연히 열정페이를 지급하는 곳이 이 바닥이다. 언론계는 내가 아는 가장 심각한 모순투성이 집단이다.---「부장인턴」중에서

“이번에 뽑힌 인턴들은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잖아. 열심히 일하고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으면 우리 식구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녀석들이라고. 최악의 취업 빙하기가 계속되는 데다 다른 곳에 취업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 어느 정도 보장된 자리를 걸고 감히 회사에 불리한 행동을 나서서 할 수 있을까?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게 인간사야.”
---「방관자들」중에서

“작은 개 한 마리가 광장에서 짖어대면 어떤 모습일 것 같아?”
“뭐 그냥 겁 많은 작은 개가 주인을 찾고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겠지.”
“그런데 작은 개 100마리, 아니 1000마리가 광장에서 한꺼번에 짖어대면 어떨 것 같아?”
“그건 좀 많이 무서울 것 같다.”
정인은 벽에 손으로 개 모양 그림자를 그려 보였다.
“개는 절대로 쓸데없이 짖지 않아. 개가 짖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주인이 그 원인을 찾아내 짖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야. 주인이 개의 습성을 미리 잘 파악해 알아서 챙겨주면 다행이지만, 개가 짖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주인은 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지? 짖는 개가 건강한 거야. 나는 떠드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 나는 겁이 많아서 뒤에서 드라마로 떠들어보려고. 세상이 움찔이라도 할진 모르겠지만.”
---「추론」중에서

“대혁 씨, 아까 내가 시킨 거 했어? 찌라시방 반응은 어때?”
“아직…………”
최 팀장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비웃음을 흘렸다.
“손에 더러운 건 묻히긴 싫다는 말인가?”
최 팀장의 조소를 들은 나는 깨달았다. 그는 일부러 이 일을 나에게 시켰다. 나는 고개를 돌려 기획조정실의 출입문을 바라봤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 일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 저 문 밖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나가는 순간, 나는 이 조직에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전세 대출금 이자, 자동차 할부금, 보험료, 집에서 드라마 극본을 쓰고 있을 정인………… 평소에 일상으로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무겁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전송버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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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익숙한 탓에 건너뛰고, 반복되는 바람에 틀에 갇힌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쓸 이야기 같지만, 마음을 제대로 먹기까지 오래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묵주의보』를 지은 이가 기자이면서 소설가인 것은 득일까 독일까. 기자라는 업(業)의 속사정을 풍부하게 아는 것은 득일 테지만, 그 틀의 안락함과 비정함을 뼛속까지 접한 것은 독에 가깝다. 『침묵주의보』는 밥벌이의 일상을 부수고 내부 고발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힘겹고 지난한가를 보여준다. 폭발음의 속 시원한 낭만 대신, 틀 앞에서 주저하고 선을 넘고자 버둥거리는 신음(呻吟)이 담겼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침묵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흘러나오는 이 잡음이야말로, 정진영 작가가 공들여 만든 소설의 육체이자 기자들의 세계를 정면으로 다룬 윤리 감각일 것이다.
- 김탁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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