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루는 어쩌자고 다시 나를 유혹했던 걸까요. 거짓말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유혹한 것은 내 쪽입니다. 내가 거미처럼 교묘한 덫을 놓아 유인했던 겁니다. 그 끈질기고 말썽 많은 손님은 사실, 책임자가 없으면 내일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담당자가 휴가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늘, 그것도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바로 나오라고 하겠다며 손님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미노루 씨가 다음 날 휴일인 건 사실이지만 손님이 고집을 부리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내가 전화로 한 말은, 그건 거짓말입니다.
--- p.65 ('가와바타 치에코의 이야기' 중에서)
사실을 이야기하겠다. 내 동생이 나의 무죄를 믿고 있지 않다는 것, 이게 사실이다. 그 다리 위에서 동생이 나를 힘껏 껴안아 주었을 때 난 알았다. '아, 이 아이는 살인자의 동생이 되고 싶지 않은 거구나'하고. 단지 그것뿐이다.
"믿을 수 없어!"하고 다케루는 외쳤다. 왜 내가 형을 의심해야 하느냐며. 너잖아 하며 내가 웃었다. 지금까지 줄곧 나를 의심해온 게 너 아니냐고. 처음부터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잖아. 하지만 믿으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것이 다케루라는 내 동생이지. 나의 자랑이고 나의 보물. 오래 전부터 네가 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 pp.217~218 ('하야카와 미노루의 이야기' 중에서)
하지만 넌 모른다. 우리는 이미 인연이 끊어졌다. 회복할 수가 없다. 그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내린 벌이다. 법이 내린 형량은 7년이면 만료되지만 우리가 내린 그것은 영원한 무기형이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케루 씨는 자기 입으로 형님을 되찾기 위해서라고 그때 말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감옥에 보냈고..." 요헤이의 왼쪽 볼이 실룩실룩 떨고 있었다.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동생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합니다. 난 당신이 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그 사람을 아버님과 제게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빼앗기만 할 겁니까? 그렇게 해서 도대체 당신은 뭘 손에 넣은 겁니까?"
--- p.233 ('하야카와 다케루의 이야기' 중에서)
형제는 즐겁게 웃으며 뛰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면을 보고 있는 나는 불안해졌다. 전혀 기억에 없는 장면이다. 어린 시절의 그리움보다는 기억의 공백이 두려웠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내 마음이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기억의 단추를 잘못 눌러왔던 거라면. 혹시...
--- p.237 ('하야카와 다케루의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