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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508이동
리뷰 총점8.8 리뷰 11건 | 판매지수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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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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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4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34쪽 | 206g | 128*205*20mm
ISBN13 9788932030920
ISBN10 89320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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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세계의 일면을 적확하게 포착한 시어
“나는 말한다, 당신이 있다”


유희경의 새로운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 2018)이 출간되었다.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 2011),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아침달, 2017) 이후 쓰고 고친 66편의 시가 오롯이 담겼다. 이전 시집에서 탄생과 죽음의 시간을 넘나들며 형용 불가능한 감정을 정제해 보였던 유희경은 이번 시집에서 그 불가능성을 고스란히 수용한다.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과 관계의 불능성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것이다. 시인은 한순간 분명하게 나타나 감미로운 전율을 주지만, 그다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허무하게 사라져버리고 마는 감각적 체험을 예민하게 포착, 적확하게 묘사해낸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은 우리가 놓쳐버리기 십상인 세계의 일면들을 시인 고유의 감각으로 섬세하게 풀어낸 결과이다. 일상적인 풍경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가능성과 그 장면들에 깃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인의 말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좋은 것 커다란 것 잊고 있던 어떤 것/봄밤, 참담/脫喪/합정동/지난날의 우주와 사다리와/사월/빈집/사월/조금 더 따뜻한 쪽으로/옷을 갈아입는 시간/사랑/얼룩/잠든 사이/새장/섬/조항/질문/어깨가 넓은 사람/무사/농담/가벼운 돌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폭우/主人/한낮/지옥/작은 일들/시를 읽는 시간/단어/음악을 가둔 방/MILK/안과 밖/여름 팔월/늦고 흔한 오후/장마/놀라운 지시/너의 사물/나의 처음에/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붉고 흐리고 빠른/가벼운 풍경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들/겹겹, 겹겹의/작가/긴 밤/아무 일도/남아 있다/축복/상자/볕이 많은 골목/한겨울/그늘/잊어버린 이야기/직선의 소리/社員/새처럼 용수철처럼 일요일처럼/생활/벌목/공포/마음/內裏/到着/소식/아침/봄

해설
잠시 당신이 있던 풍경이 말해주는 것 ? 김나영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같이 앉아서 양손을 감추고
참 오래된 것 같네, 하고는
어둑해지는 두 사람의 시간이
한 사람의 사물로 변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을 만지고 또 만져본다
---「직선의 소리」중에서

계절은 밑동만 남긴 채 쓰러져버리고 잠마다 꿈마다 구멍이 뚫린 그것을 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소리를 내며 쓰러졌지만, 아직 아무 때도 아니었다 너의 이름을 썼다가 지운 자리마다 나무가 자라고 빽빽한 울음들이 가득했으나 아직 아무 때도 아니었다 지난 염소들은 말뚝으로 남았다 별만이 별을 삼킨다 그래도
---「벌목」중에서

수십 겹 덧대진 것들의 운명처럼 이런 아침은 반복된다 투명의 속으로 누가 손을 밀어 넣고 있다
---「아침」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의 의미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은 3부로 구성된다. 각 부의 첫 시 제목은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Ⅰ,Ⅱ),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것들”(Ⅲ)이다. 이 중에서 시집 제목이자 맨 앞에 놓인 시편을 살펴봄으로써 ‘신’의 정체를 가늠해볼 수 있다. 여기서 신은 ‘당신’이라는 이인칭으로 호명된다.

어떤 인칭이 나타날 때 그 순간을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어둠을 모래에 비유할 수 있다면 어떤 인칭은 눈빛부터 얼굴 손 무릎의 순서로 작은 것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내며 드러나 내 앞에 서는 것인데 [……] 인칭이 성별과 이름을 갖게 될 때에 나는 또 어둠이 어떻게 얼마나 밀려났는지를 계산해보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그 인칭의 무게로 생각한다 당신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당신을 듣는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부분

시인은 “어떤 인칭이 나타날 때 그 순간”을 “어둠”이라고 명명한다. 빛이 부재하는 순간, 즉 가시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순간에만 대상이 나타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듯 유희경에게 당신은 부재라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역설적 대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존재는 인칭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당신이 궁금하다
창틀의 형식을 데리고 온
당신의 이름을 묻는다
혹시, 이름을 벗었는가
그게 처음이었는가
[……]
당신이 젖었는지 웃었는지
그런 질문은 쓸모가 없다
당신은 생겨나는 물건이다
―「질문」 부분

이름을 벗은 당신은 호명 가능한 대상을 넘어선다. 나의 질문과 무관하게 생겨나는 당신은 (당)신으로 확장된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로서 (당)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대상의 비가시성과 불분명성으로 인해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이 ‘나타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대상이 바로 시적 발화를 가능케 하는 결핍이자, 결코 메워지지 않는 세계의 균열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당신에게 건넨다 이것이 그것으로 되길 바란다”(「가벼운 돌」). 유희경은 무구하며 무한한 마음으로 (당)신을 향한 시를 쓴다.

모름과 앎의 경계에서

유희경의 시는 대부분 일인칭 화자의 독백 형식을 띤다. 발견되는 화자의 특징으로는 ‘알 수 없음’을 꼽을 수 있다. 다수의 시편에서 시인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제”(「지난날의 우주와 사다리와」), “그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단어」), “어디가 아프냐고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어요”(「생활」)라고 쓴다.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이렇듯 시인은 머뭇거리는 방식으로, 즉 자신의 이야기에서 거듭 자신을 지우는 방식으로 발화한다. 요컨대 유희경의 시는 ‘모름에 대한 앎의 기록’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아이에 대해 쓰는 시는 앞을 보지 못한다 우묵한 저물녘 아이가 길을 배워가는 그런 시를 나는 쓰고 있다 [……] 그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라고 적은 문장은 지우기로 하지만 여전히 나는 조마조마하다 [……]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적지 않기로 한다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하였다
―「무사」 부분

모름에 대한 앎은 (당)신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이 품는 불확실에 관한 확신은 맹목의 순간에만 가시성을 띠는 (당)신에 대한 인식과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유희경은 이 알 수 없음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순간들을 발굴하고, 그에 맞는 언어를 찾기 위해 고투한다. 끝내 도달할 수 없겠지만 그 불가능성을 향해 부단한 열망으로 시를 쓴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은 바로 그러한 시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풀어쓴 기록이다. 우리가 분명하게 느꼈으나 곱씹어보지 않았을 뿐인 감정에 관한, 보이진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가능성의 세계에 관한 탐구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유희경의 시는 이 세계의 다른 면을 그리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발견해낸다. 이것은 현실과는 무관한 세계에 대한 상상이 아니다. 시가 현실의 한 풍경을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낼 때, 그 일은 이 세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작업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표정, 지나가는 말투, 그 순간 불어온 바람의 방향 같은 것이 만들어내는 사소한 장면까지 심혈을 기울여 되새겨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일을 거듭 적확한 말로 들려주기란 더욱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려는 자의 고투가 거듭될 때, 결코 맺어지지 않고 시작되기만 하는 이야기가 씌어질 때 우리는 이 세계에 시가 필요한 이유를 계속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김나영(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1건) 리뷰 총점8.8

혜택 및 유의사항?
포토리뷰 빨리 보려 했는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20.04.27 | 추천1 | 댓글2 리뷰제목
         처음 시인 이름 알았을 때는 여자인가 했어요. 언제 남자라는 걸 알았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 책방에서 책소개에 나온 시인 사진을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밤에 10시가 넘어서도 라디오를 켜두었어요. 그날 마침 유희경이 나왔어요. 딱 하루 나오는 게 아니고 한주에 한번 나오는 거였는데 그 뒤에 챙겨 듣지는 않;
리뷰제목

    

 

 

 

 처음 시인 이름 알았을 때는 여자인가 했어요. 언제 남자라는 걸 알았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 책방에서 책소개에 나온 시인 사진을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밤에 10시가 넘어서도 라디오를 켜두었어요. 그날 마침 유희경이 나왔어요. 딱 하루 나오는 게 아니고 한주에 한번 나오는 거였는데 그 뒤에 챙겨 듣지는 않았습니다. 밤이어서. 예전에는 늦은 밤에 라디오 방송 듣고는 했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쓰는군요. 요즘은 라디오 방송에서 시인 목소리 가끔 들을 수 있어요. 그렇게 목소리 듣기 전에는 시인한테 환상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시인뿐 아니라 글 쓰는 사람 모두한테. 이제는 글 쓰는 사람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해요. 다른 건 세상을 더 잘 보려 한다는 거겠지요. 글 쓰는 사람도 친구 만나면 사는 이야기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도 하겠습니다. 글 쓰는 건 일이어서 더 마음 써서 하겠지요.

 

 라디오 방송에 나온 시인이나 소설가는 말도 잘해요. 지금은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하더군요. 저는 말 잘 못해요. 할 말도 별로 없고. 그래도 쓰다 보면 할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바로 해야 하는 말이 아니어서 그렇군요. 유희경 시집 사고 바로 보고 싶었는데 미루다가 이제야 만났습니다. 제가 좀 알아들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시가 어떤 풍경 같기도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라 해도 제가 알기 쉽게 쓰는 것과는 다릅니다. 시작과 끝은 없고 한 장면이 있는 듯해요. 다른 건 상상할 수밖에. 그런 걸 바로 상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네요. 시를 오래 바라보게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빨리 보기보다 어떤 풍경이고 어떤 이야긴지 천천히 봐야 그걸 조금이라도 그릴 텐데.

 

 

 

 아이가 돌을 던진다. 잔디 위를 굴러 비석에 부딪혔을 때 어떤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가족 중 몇몇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아무도 아이를 말리지 않는다

 

 아이는 재차 돌을 던진다 잔디 위를 굴러 비석에 닿는 돌은 또 다른 소리를 만든다 여전히 아이를 말리는 사람은 없다

 

 옆에서, 상복에 묻은 잔디를 떼어내던 여자가 한숨을 쉰다 한숨에도 어떤 소리가 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죽어버린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그는 이제 이 자리에 없다 이 자리에 없는 그도 어떤 소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듣지 못했고 어쩌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겨울 볕은 아래로 아래로 굴러 내려가고 오늘은 뜨끈한 데가 있다 운다 울음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脫喪>, 14쪽

 

 

 

 조용한 가운데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이가 돌을 굴려 비석을 치는 소리 여자의 한숨 소리. 아이가 돌을 굴려 비석을 치는 건 조금 슬프게도 보입니다. 죽은 사람이 아이 아버지 같아서. 아이는 아버지가 죽은 걸 알지만 사람이 죽는 게 어떤 건지 몰라서 돌을 굴리는 건 아닐지. 심심해서. 제목인 탈상(脫喪)은 어버이 삼년상을 마친다는 뜻이군요.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아이 아버지가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이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여전히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나온 ‘나’는 누굴까 잠깐 생각해 봤는데, 시인일까요. 그렇겠네요.

 

 

 

꿈을 꾸었다

편지를 쓰다 마는

쓸 말이 없었는지

쓸 수가 없었는지

어지러워 펜을 내려놓고

바짓단을 걷어올린 강이

첨벙대는 소리를 듣다가

잠에서 깨어버렸다

커튼 틈으로 볕이 들고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음악을 가둔 방──빛과 그림자>, 55쪽

 

 

 

 시에서 편지를 쓰는 꿈을 꾸어서. 저는 가끔 편지를 받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별로 안 꾸지만. 꿈속에서는 늘 편지를 못 봐요. 편지를 봤는데 봤다는 걸 잊어버린 걸지도. 이 시가 실린 곳을 폈다가 손에 묻은 볼펜 잉크를 책에 묻혔습니다. 조심해야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안 좋아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겠지요. 나중에 펴 보고 아쉽게 여길지도.

 

 

 

 겨울이었다 언 것들 흰 제 몸 그만두지 못해 보채듯 뒤척이던 바다 앞이었다 의자를 놓고 앉아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 熱을 세니 봄이었다 메말랐던 자리마다 소식들 닿아, 푸릇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제야 당신에게서 꽃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오는 것만은 아니고, 오다 오다가 주춤대기도 하는 것이어서 나는 그것이 이상토록 좋았다 가만할 수 없어 좋아서 의자가 삐걱대었다 하나 둘 셋, 하고 다시 열을 세면 꽃 지고 더운 바람이 불 것 같아, 수를 세는 것도 잠시 잊고 나는 그저 좋았다

 

-<봄>, 112쪽

 

 

 

 기다리던 봄이 와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나 둘 셋 하고, 다시 열을 세면 여름이 올 것 같아 수를 세지 않는 건 귀엽게 보이는군요. 수를 세지 않아도 시간은 흐를 텐데, 이 시에서 말하는 사람은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보다 따듯하고 꽃 피는 봄을 좋아하는가 봐요. 봄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겠네요. 봄은 올듯 말듯 하다가 어느 순간 곁에 와 있지요. 어느 철이든 그렇던가요. 먼저 왔던 철이 떠나기 아쉬워서거나 다음 철을 만나려고 주춤 거리는 걸지도.

 

 앞부분까지 쓰고도 볼펜 잉크 묻힌 거 생각했습니다. 저는 책을 깨끗하게 보는 걸 좋아해요. 책이 닳도록 여러 번 보는 사람도 있고 책에 무언가 적거나 밑줄 긋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책을 더 깊이 볼 수 있을까요. 책은 누군가 한번이라도 보면 헌 책이겠지요. 새 책 같은 헌 책, 이젠 헌 책이다, 하면 좀 나을지. 책 보기 전에 엄마가 시킨 거 안 해서 벌 받았나 봅니다. 앞으로는 귀찮아도 엄마 말 잘 듣도록 해야겠습니다.



희선



댓글 2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내게 잠시 머물 [시집-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책****벤 | 2019.02.0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쉽게 읽히는데 쉽지 않은 시가 있고, 쉽게 읽히는 게 아닌데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시가 있다. 이 시집은, 내게 앞쪽이다. 끝에 이를 때까지 뒤쪽이었으면 했는데. 월간 채널예스(2019.1월)에서 이 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책방에 대한 기사를 보았고 관심이 생겼다. 봄이 되면 가 보고 싶은 곳들을 모으고 있는 중에 이 서점이 잡힌 셈이다.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에 가려면 당연히;
리뷰제목

쉽게 읽히는데 쉽지 않은 시가 있고, 쉽게 읽히는 게 아닌데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시가 있다. 이 시집은, 내게 앞쪽이다. 끝에 이를 때까지 뒤쪽이었으면 했는데. 


월간 채널예스(2019.1월)에서 이 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책방에 대한 기사를 보았고 관심이 생겼다. 봄이 되면 가 보고 싶은 곳들을 모으고 있는 중에 이 서점이 잡힌 셈이다.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에 가려면 당연히 주인 시인의 시를 읽어 보고 가는 게 예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읽었는데 이 한 권으로는 아직 시인의 마음결에 가 닿지 못하고 말았다. 한 권을 더 봐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는 중이다. 


한 편 한 편의 시는 긴 편이다. 거침이 없고 줄줄이 시어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적보다는 수다 쪽에 가까운 모양새인데, 내가 또 이런 형태의 수다를 좋아하는 편인데,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말았다. 내 쪽에서 나아가지지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내가 너무 평온한 상태여서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어느 정도 읽는 이의 마음이 일렁이고 있을 때 그 일렁이는 사이로 스며들기 좋은 것인데 내가 이렇게 잔잔하니 스며들 틈이 없는 것일 수도. 일상의 평온함은 시를 읽기에 좋은 긴장감을 갖지 못하게 하나 보다. 


메마른 눈빛으로 훑어 본 느낌밖에 없다. 몇 번을 다시 넘겨보는데도 여전히 아쉽다. 연달아 읽는 시집들에 이런 마음이 든다면, 내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시를 읽는 마음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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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 유희경 시집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시**낙 | 2018.10.04 | 추천11 | 댓글20 리뷰제목
유희경시인의 단정한 글을 좋아한다. 그가 선택한 단어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하고 등장인물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있다. 그 상황을 실제 현실에 대입해보면 구질구질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싹둑 잘려진 채 측은한 마음으로만  전달된다. 그의 시가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 자체가 위로의 힘을&n;
리뷰제목

유희경시인의 단정한 글을 좋아한다. 그가 선택한 단어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하고 등장인물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있다. 그 상황을 실제 현실에 대입해보면 구질구질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싹둑 잘려진 채 측은한 마음으로만  전달된다. 그의 시가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 자체가 위로의 힘을 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시집이 나오자 마자 블친님의 소개글을 읽고 바로 샀었는데 자칭 팬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제 겨우 읽었다. 고로 나는 이제 그의 팬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 '오늘 아침 단어'라는 그의 첫 시집을 아직까지 애드온에 담아놓고 있는 나인데 말이다)

 

그의 두번 째 시집은 첫번 째 시집과 많이 다르다. 여전히 그의 말들은 단정하고 온화하지만 나의 마음을 담박에 위로해줬던, 마음을 흔들었던 그런 시들은 아니다. 그는 변화했고 진화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변화가 낯설었나 보다. 봄에 내놓았던 시집을 가을에 읽으니 이런 마음이 생긴 건지 봄에 다시 꺼내 읽어보면 나의 마음이 되돌아 올 수 있는 것인 지, 어찌되었든 그가 여전하고 익숙한 것은 우리(당신)에게 끊임 없이 말을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집은 첫 시로 시 전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첫 시가 시집의 제목이 되었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의 우리는 누구이고, 신은 누구일까? 우리는 너와 나일 것이고, 너와 나에게, 나와 너에게 신이 될만한 존재는 서로의 당신이다. 어떤 인칭이 나타나기 직전 어둠이 있었고 모래알처럼 무너지면서 모습을 나타내었다. 나타난 순서에 개의치 않고 그는 여전히 헐벗고 약한 것에 끌리는 여린 사람이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다가오는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다.

 

-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

 

 어떤 인칭이 나타날 때 그 순간을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어둠을 모래에 비유할 수 있다면 어떤 인칭은

눈빛부터 얼굴 손 무릎의 순서로 작은 것이 무너져 내리

는 소리를 내며 드러나 내 앞에 서는 것인데 나는 순서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사실은 제멋대로 손 발 무릎과 같이

헐벗은 것들을 먼저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칭이

성별과 이름을 갖게 될 때에 나는 또 어둠이 어떻게 얼마

나 밀려났는 지를 계산해보며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그 인

칭의 무게로 생각한다 당신이 드러나고 있다 나는 당신

을 듣는다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았던 시는 '시를 읽는 시간'이다. 시를 읽는 시간은 누군가의 등불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시인은 부싯돌을 당기지 않고도 저절로 불을 켜는 사람이다.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불을 켜는 마법을 부리는 그들은 세상에 지친, 야윈 뺨을 가진, 나와 너를, 우리를 한 없이 기다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간판 없는 가게를 사라지기 전에 찾아야 한다. 지금이 미래가 되는 마법을 위해 이제 나를 위한 불은 끄고 그 불씨를 남겨야 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 시를 읽는 시간 -

 

 불을 켜주고 갔습니다 미간을 찌푸려 가늘게 눈을 뜨

고 방금, 

 

 읽어가던 것을 시옷의 형태로 내려놓습니다 기다립니

다 그만 내려오기를 내려오고 내려오다 더 갈 데가 없을

때까지

 

 바람이 불어옵니다 간판이 흔들리지만 가게는 없고 야

윈 손님이 찾아옵니다 이 밤은 어느 때의 것입니까 왜 아

무런 말도 없이 불을 켜주고 간 것입니까

 

 더 갈 곳 없어 지금을 빌리는 중이니, 이 불빛은 꺼두

어도 좋겠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없어지고 있습니다 견고

한 물질 위에 마른손을 올려 두고서

 

 

댓글 20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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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만족합니다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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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 | 2020.03.09
구매 평점3점
올드함 지루함 겨우 다 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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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2019.03.24
구매 평점4점
추천받은 책이에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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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 |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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