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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너의 존재감

열여덟 너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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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355g | 148*210*20mm
ISBN13 9788990828545
ISBN10 8990828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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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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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애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정답이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머릿수 채워 주는 게 내 역할이니까. 있을 때는 있는 줄 모르고, 있어야 할 때 없어야 비로소 존재가 드러나는 인간, 그게 바로 나다.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존재감이 생기는 이 서글픈 아이러니.

하마터먼 그 애들 이름이 다 존재감인 줄 알 뻔했다. 존재감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대체 존재감이 뭔데? 나는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다.

“마음이란 건 그래. 변덕스럽기 짝이 없지. 그런데 그게 안전장치이기도 해. 어떤 마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말이야. 슬픔도 기쁨도 단지 그 순간일 뿐이야. 어제 화났던 일도 오늘 생각하면 별일 아닐 때 있잖아. 그런 거야. 아무것도 영원한 건 없어. 너무 슬퍼도 렛 잇 비, 너무 힘들어도 렛 잇 비…… 흘러가게 가만히 내버려 둬. 당장은 괴로워서 죽어 버릴 것 같은 마음도 다 지나갈 거야.”

“그리고 어떤 마음이 들어도 괜찮아. 마음이 원래 그래. 미친년 같아. 예의도 없고 도덕도 없어. 누굴 죽이고 싶은 마음? 괜찮아. 죽고 싶은 마음? 괜찮아. 자책할 필요 없어. 그건 그냥 마음일 뿐이니까. 지켜보면 지나가고 흘러갈 마음이니까. 그 마음에 휘둘리지만 않으면 돼. 그럼 저절로 사라져. 제발…… 제발 잊지 마라. 너무너무 힘들면 주문처럼 외워. 지나간다, 이 마음도 지나간다, 지나간다…….”

푸짐한 제사상 두고 병풍한테 관심 가지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난 병풍이다. 그것도 아주 조악한. 그 정도 눈치는 있다. 그쪽에서 원하는 만큼만 해 주면 되는 거다. 오버는 주책이다.

누군가 갑자기 내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면 나는 꼼짝을 못 하고 만다. 이 기묘한 ‘얼음땡’ 놀이에서 풀려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땡!’을 외쳐 주는 대신, 고함을 멈춰 주는 것. 소리가 멈추고도 한참 뒤에야 나는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다.

어쩌면 내 힘으로 나를 비롯한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신선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불합리한 제도든, 폭력이든, 상처든 상관없다. 아무리 사소한 어떤 것이라도 내가 지킬 수 있다는 걸, 나한테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만 있으면 되는 거다. 참으로 오랫동안 내가 그걸 갈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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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존재한다(가제)]는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슬픈 소설이다. 10대는 발랄함과 슬픔이 공존하는 역설의 시기이다. 풍족함 속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라난 ‘생각 없는 10대’라고들 하지만, 오늘날에도 10대는 분명 슬픔의 시기요, 아픔의 시기이다.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미래는 어떨까…… 수많은 의문이 떠오르지만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는 나이가 10대이다. 아는 것도 적고, 가진 것도 없으며, 뚜렷한 소신도 주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따스한 사랑의 보금자리라고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소원할 때가 많고, 친구들조차도 피곤한 경쟁 상대일 경우가 허다하다. 대체 어디에다 내 슬픔과 아픔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을까. 가정도 학교도 진정한 소통의 공간이 되지 못할 때, 오늘의 10대들은 핸드폰과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기에 습관적으로 매달린다. 마치 거기에 자신들을 위로해 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듯.
이런 아이들 앞에 발칙한 언어를 구사하는, 그러나 아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선생님이 온다. 쿨 선생! 입은 좀 걸지만,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밑줄을 그어 주는 것,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자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 치유는 스스로의,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쿨 선생은 우리에게 가르친다. 대한민국 교실에 쿨 선생이 가진 사랑의 힘과 치유의 힘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않는다.
아, 놀랍다! 상큼 발랄한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눈이 조금 아리긴 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무척 따뜻해진 느낌이다. 성장 소설을 읽으면서 두 가지 경험을 하면 나름 최고로 여기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다. 하나는 단번에 읽어 버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뭉클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일었다는 것이다.
특히 쿨샘의 대사는 그 별명 그대로 쿨하게 다가왔다.
“좋은 마음이든, 싫은 마음이든. 억누르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숨어 있는 것뿐이야. 억눌린 건 언젠가는 터지지. 근데 이 마음을 없애는 방법이 있어. ……마음을 알아주는 거야. 싫은지 좋은지, 슬픈지 기쁜지, 그때그때 알아주는 거.”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해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지금 본인이 처해 있는 현실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은 청소년에게 시쳇말로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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