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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식물 산책

: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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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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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88g | 148*200*20mm
ISBN13 9788967355159
ISBN10 896735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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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올려다볼 때, 나무에 달라붙어 루페로 수피를 들여다볼 때, 팔을 뻗어 내 키보다 더 긴 가위로 가지 하나를 자를 때,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잘린 나뭇가지를 발견하고는 달려가 그것을 소중히 채집 봉투에 넣을 때, 나는 이 나무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먹고 살아가는 버섯 혹은 꽃가루를 수분하는 곤충과 다를 바 없었다.
---「숲속의 세밀화가」중에서

온종일 식물원을 거닐며 곳곳의 원예가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땅을 고르고, 거기에 어떤 식물을 기를지 설계하고, 씨앗이나 모종을 구하고, 식물을 심은 후엔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때맞춰 물을 주며, 시든 잎이 다른 잎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잘라내고 다듬는다. 식물의 생장에 방해가 되는 잡초를 뽑아내기도, 열매를 맺으면 채종하여 씨앗을 수집하거나 잎과 줄기, 뿌리를 잘라 다시 심어 번식시키기도 한다.
---「원예가의 손길」중에서

개체 하나로 식물 한 종을 그릴 수 있을까? 식물 한 종을 그리려면 식물이 생육하는 전 과정에 걸쳐 뿌리와 줄기, 가지, 잎, 꽃, 열매 등 모든 부위가 필요하고, 나무의 경우엔 수피, 겨울눈 등도 모두 기록되어야 한다. 그런데 식물은 이 부위를 한번에 보여주는 법이 없다. 초봄이면 뿌리에서 줄기가 자라기 시작해 잎이 나고, 여름이면 꽃이 피고, 겨울이면 겨울눈을 드러낸다. 한 장의 그림에는 식물의 이 긴 삶이 담긴다.
---「살아 있는 식물도감」중에서

맨가지만 남은 나무는 겨울에야 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다양한 수피의 색과 무늬, 두 갈래로 갈라지는 가지 사이의 각도, 곧은 선과 굽은 선. 맨가지를 드러낸 나무의 형태는 미적 차원을 넘어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네가 아무리 선을 그어봤자, 내 가지처럼 자연스러운 곡선은 못 그을걸?’ 하고.
---「겨울 정원에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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