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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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76쪽 | 302g | 128*188*20mm |
ISBN13 | 9791188451203 |
ISBN10 | 1188451200 |
발행일 | 2018년 0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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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76쪽 | 302g | 128*188*20mm |
ISBN13 | 9791188451203 |
ISBN10 | 1188451200 |
어릴적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두 여인의 무용담을 들려준다. 자칫 고루한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음에도 흥미롭게 읽혀 신기했다. 오래 전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설핏 났으나, 나는 이 책이 무척 두꺼운 책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와 원주민의 생존기란 주제가 그렇게 착각하게 만든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지인의 이야기에,나도 모르게 두꺼운 책을 읽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아주 짧은 책이라는 설명과 함께,도입부분의 이야기는 심지어 흥미롭게 느껴진탓에 읽게 되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낙오되는 1순위는 약자일터. 춥고 이동해야 하는 원주민 사회에서 그렇게 버려져야 될 1순위는 아마도 늙은 사람들일수 밖에 없을터.그렇게 두 여자는 부족으로부터 버려지게 된다. 실제로도 늙었지만..사람들에게 그들은 언제나 늙음을 불평하고 있는 노인들로 보였기 때문이다.나약함이 용서될수 없는 사회에서 나약함의 상징인 그들은 부족사회에서 짐일뿐이였다.그리고 소설은 아니 두 여자의 생존기는 비로소 시작된다"그래 사람들은 우리게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친구야,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29쪽 버려지게 된 순간 절망이 아닌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이미 두 여자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젊은 남자들도, 부족장도 살아 남기 버거워 두 여자를 버렸는데, 두 여인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었을까, 우선 정신을 새롭게 무장한 것이 원동력이였을 거라 생각된다. 노인이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걸 의지하려던 습관을 벗어내는 과정은 힘겨웠지만, 그 자리를 채워준 건 수많은 시간이 만들어낸 경험이란 자산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사냥을 하고,이동을 하며, 두 여자는 살아남았다. 그러는 사이 자신들이 늙음에 대해 얼마나 불평만 쏟아냈는지,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신성한지를 새삼 알게 된다. "몸이 음식을 필요로 한다면 마음은 친구를 필요로 하지"/84쪽 죽고 싶다는 생각 앞에 생리적 현상이 먼저 신호를 보내오는 순간에는 피식 웃음도 났다."그녀는 지금 누워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터였다.그러면 머잖아 죽음이 그녀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리라. 하지만 그녀의 몸은 아직 굴복할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행복한 망각 속으로 빠져드는 대신 칙디야크는 문득 급하게 소변이 보고 싶었다"/68쪽 버려졌다는 절망감으로 부족만을 탓했다면, 어릴적 자신들도 보았던 죽음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대로 죽을수 없다는 건강한 정신은(오기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그녀들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들어 주었다. 부딪히고 또 부딪히면서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왜냐하면 늙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있었으니까....) 독립심이란 에너지가 자라게 된 거다.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해줌으로써 연륜이란 말 속에 담겨 있을 시간의 지혜의 가치를 새삼 알게 해 주었다고 해야 할까... 더이상 가치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버려지는 이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세대간의 갈등 역시 자칫 꼰대로 비춰질수 있다는 벽이 늘 조심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무용담이 내게 흥미로웠던 지점은 노인들의 지혜를 알아보지 못한 족장사회 문화가 아니었다. 버려진 순간 원망하기 보다,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거다."부족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은 나약했다.그리고 무리 가운데 가장 대책 없고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두 늙은 여인이 실제로는 상한 존재라는 사실이 증명 된 것이다.(...)두 여인이 그렇게 오래 살아온 덕택에 자신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알았다"/153쪽
칙디야르와 사는 전혀 예상도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선고받은 듯 멍했지만 족장에게 한마디 말이나 행동도, 자신을 방어할 그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없었다. 무리 중 칙디야르의 딸 오즈히 넬리와 손자 슈러 주 역시 족장의 결정에 순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죽끈과 손도끼만을 남겨둔 채 무리와 함께 떠나버렸다. 굶주림에 지친 부족 사람들이 조금씩 멀어져가고 남겨진 두 늙은 여자는 모욕감과 수치심, 애통함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여든 개의 여름을 본 칙디야르와 일흔 다섯개의 여름을 본 사. 그들은 여전히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도 버림을 받았다.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면 말이야."
<두 늙은 여자> p.29
사는 칙디야르에게 말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면 말이야." 두 여인은 오즈히 넬리가 남긴 가죽끈으로 올가미를 만들고 토끼덫을 만들었고, 슈러 주가 남긴 손도끼로 나무다람쥐를 사냥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수많은 계절들 전에 사용했던 기술과 지식을 기억해냈다. 둘은 자신들이 약점을 보이는 순간 자신들을 움켜쥘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존재인 죽음이 두렵지만 생존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둘은 아주 오래전 물고기가 풍부하게 잡혔던 곳을 기억해냈고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뻣뻣한 관절과 온몸의 통증을 무릅쓰고 무시무시한 추위를 뚫고서 오래도록 걷고 또 걸었다.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두 늙은 여자> p.69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p.69)" 칙디야르와 사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몸이 좋지 않지만, 몸을 이길 힘을 마음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 결국 찾고자 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한 두 늙은 여자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땔감를 모았고, 먹을 거리를 사냥해 저장고에 모아 두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고, 아마 그 다음의 겨울도 그랬을 것이다.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p.69)" 라고 했던 사의 말처럼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원한다면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제 서른아홉 개의 겨울을 보았다. 내가 막 통과하고 있는 서른아홉 개째의 겨울과 곧 마주할 마흔 개째의 겨울은 분명 다를 것이다. <두 늙은 여자>를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같지 않을 것이다. 칙디야르와 사가 불가능에 도전해 무엇을, 어떻게 쟁취해냈는지 이제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내가 보낸 시간들은 분명 내가 나아가려는 길의 변곡점마다 잊고 있었던 가치로운 무언가를 꺼내놓을 것이다. 내가 보낸 시간들의 의미와 가치는 언제고 유효할 거란 걸 두 늙은 여자를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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