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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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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2g | 138*197*20mm
ISBN13 9788991931855
ISBN10 899193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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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란.”
부교는 커다란 손으로 원을 그리며 말했다.
“하나로 통일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한 세공품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단다. 그리고 평소에는 누구나 그 겉면만 쓰고 있지. 내 말뜻을 알겠느냐?”
“네.”
오하쓰는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 복잡한 안쪽으로도 사물을 보게 된단다. 그건 혹독한 수행을 쌓은 결과일 수도 있지만, 순전히 우연일 수도 있지. 그런 자들은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돼.”---pp. 65~66, 「길 잃은 비둘기」 중

“음…… 살인 음락淫?일지도 모르겠다.”
“살인 음락이요?”
“그래. 화란(네덜란드) 의서에 나오는 마음의 병인데, 사람을 해치며 쾌락을 느끼는 병을 말한다더구나.”
“병이에요?”
“그래.”
“하지만 그런 사람은,”
오요는 조심스레 물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죠?”
“그렇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지.”
오요는 입을 다물었다. ---p. 123

이 검은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혹은 잊어버린 나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네. 그래서 함부로 세상에 나오면 안 되지. 나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말게. 나쁜 마음은 누구든 가지고 있는 법이니. 그저 우리는 항상 그런 마음을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 두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살아갈 따름이지. 이 검은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네……. 우리 어르신께서는 그 사실을 간파하시고 세상에 해가 되는 이 검을 봉인하라 명하셨지. 이 일을 절대로 발설해선 안 되네. 이 검에는 한 번 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해괴한 힘이 있으니…….
---p.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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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미 지로는 ‘미야베 미유키는 현재까지의 소설이 끝난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했다. 즉, 미스터리의 명제인 ‘수수께끼’가 해결되고 난 후 그대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미야베 미유키가 사건의 진상을 ‘아는’ 것이 아니라 ‘알게 되고 마는’ 것의 안타까움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종종, 수수께끼가 먼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알게 됨으로써 수수께끼, 그리고 그것을 낳는 악의의 존재에 눈뜨는 구성이 보인다. 주인공이 인간의 악의를 알게 되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구도는, 미스터리라는 문자 형식이 일상의 그림자에 은폐되어 있는 악의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고 고발하는 존재인 이상,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야베의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본래 그러한 악의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소년소녀-심지어 가정에 어떤 형태로든 결원이 있는 모습으로 설정하는 일이 잦다.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잃고 그 때문에 ‘악의’를 알게 되어 버린 주인공이 어른에게 이끌려, 혹은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인간의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의 안에도 있는 악의와 대결한다-미야베 미유키가 말하는 것은 이런 이야기이다. 사건이 주인공에게 방관자가 되려는 것을 용서하지 않으며 선택을 강요하듯이, 독자인 우리들도 또한 거기에 딸린 문제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서 마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야베 미유키는 아무리 잔혹한 이야기라 해도 그것을 내팽개치지 않고, 최후에 구원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무른 심성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 애잔함을 일부러 받아들인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믿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기원하는 절실한 ‘소망’이라 할 수 있다.
사사가와 요시하루 (문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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