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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80g | 120*188*30mm
ISBN13 9791195449293
ISBN10 119544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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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으로 돌아온 메구미는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하고 사이트 몇 곳을 검색해본다. 업무상 가끔 들여다보는 사이트다.
부자연스러운 병사, 미지의 바이러스로 의심되는 병사에 관한 정보가 모여 있다. 공적인 사이트도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신기하게도 세계 곳곳에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국제기관보다 개인이 꾸준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는 사이트가 1차 정보에 빠르기도 하고 정확할 때도 있다. 조직이 커지고 관료적인 색채가 강해지면 대량의 정보를 수렴할 수 있지만 놓치는 정보도 많아지는 듯하다. 정보는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다 보면 입맛에 맞게 더욱 그럴듯하게 가공되기 때문에, 정리되지 않는 애매한 정보는 자연적으로 버려지게 된다.
미쓰루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T공화국의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이야기.
온몸이 검은 이끼 같은 것으로 뒤덮인 채 사망한다……. 상당히 충격이고 눈에 띄는 특이한 죽음의 형태다. 만약 그런 사망자가 나왔다면 소문이 날 만한데.
메구미는 빠른 속도로 화면을 스크롤 해간다.
처음에는 최근 반년으로 좁혀봤지만, 그럴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아서 결국에는 오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보았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검어지는 병.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는 흑사병이 유명하지만 그것은 패혈증이 함께 온 탓으로, 온몸에 울혈鬱血이 생긴 것처럼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흑사’라고 불렀던 듯하다. 신체의 면역기능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면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검은 이끼라니, 대체 뭘까.
갑자기 아키코 스턴버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자 단발머리. 정면으로 이쪽을 응시하는 시선.
사진을 보고 머릿속에 새겨두었던 이미지다.
처음에 봤던 사진의 진지한 얼굴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메구미의 머릿속에서 아키코 박사는 육체를 갖고 입체적으로 일어섰으며,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다.
잠깐, 당신이 지금 왜 나오는 거야.
메구미는 아키코의 환영에 항의했다.
아키코는 후훗 하고 웃는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 아주 아주 재미있는걸.
그게 뭔데?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했을 거고, 더구나 당신의 명석한 두뇌에는 일본이 너무 답답했겠지. 그래서 이국적인 이 거리에서 이국적이고 젊은 제비라도 만난 거야?
제비? 아아 옛날에 우리 집 처마 끝에도 자주 왔었어.
아키코는 허리 뒤로 양손을 깍지 낀 채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본다.
메구미는 냉정하게 손을 흔든다.
어이 어이, 농담은 그만하지. 내숭 떨 나이는 아니잖아. 설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로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키코는 상대하지 않고 작은 원을 그리듯 걷고 있다.
제비가 그리는 선은 독특하지? 난 어렸을 때 검객의 쓰바메가에시燕返し(제비가 재빠르게 몸을 뒤집으며 나는 모습처럼, 어떤 방향으로 휘두른 칼끝을 재빠르게 반전시켜 베는 검술)라는 검술이 어떤 것인지 몇 시간이나 생각했었어. 정말로 칼을 뒤집듯이 제비는 갑자기 휙 하고 몸을 뒤집어. 그러면 마치 칼끝처럼 제비의 배가 반짝하고 빛나.
아아아, 진짜 제비 얘기인 거야? 맙소사.
메구미는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키코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잇는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는 대대로 먹을 만드는 직공이 살고 있었어. 난 누군가가 전통적인 기술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아주 좋아해. 일본 직공의 기술 중에는 ‘뒤집기’라는 말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난 ‘뒤집기’라는 것은 모든 기술에서 무언가 같은 의미나 같은 섭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거기에는 뭔가 세계의 비밀이 있어.
아키코는 메구미를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돈 많은 중년 여자에게 용돈이나 조르는 제비 따위 흥미 없어. 하늘을 나는 그 아이들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비하면 해변 카페에 서식하는 제비들의 세 번째 다리에는 아무런 비밀도 전통도 없거든. 세상에는 훨씬 더 재미있는 것이 있어.
그게 뭔데?
메구미는 미심쩍은 목소리로 묻는다.
아키코는 흥 하고 콧방귀를 끼고는 등을 홱 돌렸다.
안 가르쳐줘~~~.
아이 짜증 나. 재수 없어. 왜 내 주변에는 늘 이렇게 성격 나쁜 여자만 있는 걸까.
메구미는 진심으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 p.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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