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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 세다리스의 뻔뻔한 동물우화집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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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60g | 122*188*20mm
ISBN13 9788956251639
ISBN10 89562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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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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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에 갈색 털보다 흰색 털이 많아지자 얼룩다람쥐는 자신과 다람쥐 사이에 이야깃거리가 없었던 일은 잊어버렸다. ‘재즈’의 정의도 잊어버렸다. 얼룩다람쥐는 ‘재즈’를 생각할 때마다 자신이 감상할 기회를 영원히 놓친 아름다운 모든 것을 떠올렸다. 따뜻한 비의 느낌, 아기 냄새, 자신이 살고 있는 나무를 지나 무한히 계속 나아가는 불어난 강물 소리. ---p.20

그래서 엄마 잃은 곰은 마을에서 마을로 여행한다. 볼은 퀭하고, 잇몸은 부러진 이빨 때문에 생긴 염증으로 퉁퉁 부었다. 얼굴 윤곽이 뒤틀리고 재갈이 채워져 곰의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도 늘, 음악에 맞춰 몸을 세우고 비틀거리면서도 곰은 관객을 바라보며 엄마 이야기를 떠든다. 사람들은 대부분 웃으며 곰에게 치마를 들라고 소리치지만, 눈물을 흘리며 곰의 말을 빠짐없이 알아들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어쩌다 가끔씩 만나곤 한다. ---p.48

쥐는 친구들의 반응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특이한 기분이 아니라 이국적인 기분이었다. 특이하려면, 늘 터번을 두르고 우스꽝스럽게 큰 목걸이나 보랏빛 옷을 즐겨 입으면 된다. 이국적이려면, 어떤 일의 다른 면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 전체를 달리 보아야 한다. ---p.52

암양은 까마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암양이 축축한 풀밭에 대고 중얼거리는 동안, 까마귀는 옆으로 가서 새끼 양의 눈알을 부리로 쪼았다. 눈알 하나는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다른 하나는 부리 사이에 끼웠다. 까마귀는 그 눈알을 아이들에게 가져가려고 날아올랐다.
암양은 아직도 명상에 깊이 빠져 있었다. 눈을 꽉 감고 도둑과 사기꾼, 협잡꾼이 좋아하는 주문을 되뇌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p.99

병아리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으므로 언니 닭의 생각은 아주 헛되고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부화되지 않은 병아리는 껍질 안에서 혼자 살았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사교적이었다고 비난할 수도, 적당한 양보다 적게 먹었다고 비난할 수도 없었다. 언니 닭이 생각할 수 있는 달걀의 죄는 갈색이고 둥근 것이었다. 언니 닭이 생각했다. ‘꼭 나 같군.’ 바로 그때, 농부 아내가 뒤에서 다가와 언니 닭의 목을 잡았다. ---p.140

“알았어요. 나는 고양이입니다. 그리고……. 이런 젠장, 지옥에나 떨어져.”
쥐가 ‘너 때문에 짜증이 나서 죽겠다’고 말하는 양 작은 손을 가슴에 댔다. 고양이는 탁자를 탕 쳤다.
“제길, 나는 고양이입니다. 나는 고양이고, 또…… 나는…… 나는 빌어먹을 알코올 중독입니다. 자, 이제 만족해요?”
그러자 모두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p.165

나는 죽은 내 짝이랑 내가 수리부엉이다운 수리부엉이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나랑 내 짝을 뺀 나머지 우리 가족을 수리부엉이답지 않다고 내려다봤어. 그러나 그때, 내려다보인 것은 나였어. 우리 가족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나를, 아들이자 동생이자 사촌이자 조카인 나를. 윤활유로 몸이 검게 변한 채 하마 항문을 들여다보는 게르빌루스쥐 옆에 선 설익은 헛똑똑이인 나를.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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