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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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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60쪽 | 466g | 125*188*30mm
ISBN13 9791185093703
ISBN10 11850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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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마가 꿈을 꾼 지 몇 시간이 지난 그 날 아침, 사람들은 모든 길에 살얼음이 언 듯, 아니 바깥뿐 아니라 집안과 주방과 거실에도 살얼음이 언 듯 조심조심 움직였다. 자기 몸이 아주 낯선 듯, 관절 마디마디에 염증이 생긴 듯, 자신이 만지는 모든 물건이 위험한 인화물질인 듯 행동했다. 하루 종일 자신의 인생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가능한 한 타인의 인생도 그렇게 바라보았다. --- p.27

내면의 목소리들은 몇 년 전부터 젤마에 대한 사랑을 숨기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젤마에게 가는 지금도 당연히 사랑의 진실을 무조건 숨기라고 강력하게 소리쳤다. 이제 은폐의 달인이 되지 않았느냐고, 수십 년 동안 잘 참지 않았느냐고 했다. 사랑을 고백하지 않아서 특별히 좋은 일도 없겠지만 특별히 나쁜 일도 없을 거라고 했다. 결국 그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p.44

“루이제, 사랑하는 아가. 네가 잠에서 다시 깨어나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기쁠지, 너는 모를 게다.”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아주 빨리 말했다. 울음이 나오고 그래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기 전에 재빨리 할 말을 마치는 사람 같았다. --- p.173

이별은 피할 수 있다. 죽지 않으면, 모든 이별과는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열려버린 지역기차의 문과는 협상할 수 없지만 철 이른 가을 나뭇잎으로 장식된 문이 닫히는 것은 다르다. --- p.194

나는 햇빛 속에 나온 그들의 진실이 상상하던 것만큼 끔찍하지도 두렵지도 않아서 그들이 진심으로 포옹하는 것이길 바랐다. 하지만 가슴에 묻은 진실이 나오지 못하도록, 마지막 몇 미터 앞에서 악취와 소란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그들은 있는 힘껏 포옹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 p.304

잡화점 주인은 커피 자동판매기를 마련해 ‘들고 갈 수 있는 커피’라고 적힌 종이를 가게 문에 걸었지만 곧 떼어냈다. 아무도 그런 커피를 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 미망인이 물었다. “커피를 들고 대체 어디를 가라는 거야?” --- p.364

“이제 우리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네요.” 안경사는 나를 감싸안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아무도 혼자가 아니란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 p.411

나는 생각했다. 당연하지. 언제나 슬픈 마를리스라면 언젠가 끝을 내야지. 언제나 아무도 방문하지 못하도록 온 힘을 기울여 애쓴다면 언젠가 끝을 내야지. 주위에서 그 어떤 것도 찾아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책 추천도 냉동식품도 선물가게의 어떤 품목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늘 색이 바라 흐릿하면 언젠가 끝을 내야지.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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