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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는 한 여자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는 한 여자

: 예술, 성 그리고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

리뷰 총점7.0 리뷰 1건 | 판매지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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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04g | 140*210*30mm
ISBN13 9791161110196
ISBN10 116111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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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피카소에 대한 글과 연구논문에서 이 여인들은 언제나 성姓이 아닌 이름으로 불린다. 페르낭드?올가?마리 테레즈?도라… 미술사가와 전기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화가와 이 여인들의 내밀한 관계를 훔쳐서 그들의 연구에 편입시켰다. 반면 화가는 유년기를 제외하면 파블로라고 이름으로 불린 일이 아예, 아니, 거의 없다. 이것은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작업을 미술사적 프레임으로 구획하는 데 내재하는 은근한 차별을 보여주는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징표이다. (…) 지금까지 내가 읽은 한에서는 피카소를 다룬 글들이 성인 여자를 꾸준히 소녀로 바꾼다는 사실을 눈치 챈 평론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에 나는 매혹을 느낀다. --- p.21

여성성과 그 무수한 은유적 연상은 시각예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에 영향을 끼친다. 작고 부드럽고 약하고 감정적이고 민감하고 가정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여성적 특질은 크고 단단하고 강인하고 지적이며 터프하고 공적이고 공격적이라는 남성적 특질과 대치된다. 전자의 특질을 지닌 남자들도 많고 후자의 특질을 지닌 여자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두 가지 특질이 섞여 있다. --- p.47

나는 예전부터 예술에 대한 경험은 오로지 관람자와 미술 오브제의 조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예술의 지각 경험은 말 그대로 관람자에 의해, 관람자 안에서 체현된다. 우리는 사실에 입각한 외부의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정립된 패턴들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는 것을 능동적으로 창출한다. 이런 학습된 패턴은 자동적이다 못해 무의식에 가깝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동반해 미술작품에 접근한다. --- p.54

여자는 차라리 늙은 것이 훨씬 나을 때가 많다. 늙고 주름진 얼굴은 어쩌다 보니 여자로 태어난 예술가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늙은 얼굴은 에로틱한 욕망으로 사람을 위협하지 않는다. 늙은 얼굴은 더이상 귀엽지 않다. 앨리스 닐?리 크래스너?루이즈 부르주아, 이들은 노년에 인정을 받았다. 조안 미첼은 죽고 나서 예술의 천국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 사실을 기억하라. 위대한 여성 예술가의 작품은 모두 위대한 남성 예술가의 작품보다 값이 싸다. 훨씬 더 싼 가격에 나온다. --- p.69

키퍼의 예술은 해석학적 예술이며, 해석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관객이 전달받는 불편하고 양가적이고 가끔은 괴롭게 뒤틀린 의미들을 은폐하는 동시에 폭로한다. 키퍼의 작품을 영웅주의든 속죄든 하나의 서사로 환원하는 것은 실수다. 그런 안이한 흑백의 양극성이야말로 키퍼의 예술이 도전하고 저항하는 대상이다. 회색의 영역에서는 정의가 허물어지고 평범한 언어가 부적절해져서 순전한 무의미의 음절들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또 다른 표현의 양식이 필요해진다. 고통스러운 모순과 고뇌의 모호성을 품을 수 있는 표현의 양식 말이다. --- p.84

나이가 들수록 위대한 책들은 어김없이 다급하고 절박한 입장에서 집필되었다는 믿음이 굳어진다. 그리고 손택과 달리, 나는 그런 책들에 틀림없이 정서적 힘이 있다고 믿는다. 정서적 단조로움은 오랜 세월을 버텨내지 못한다. 어떤 책이 체조처럼 난이도 높은 기교를 부리거나 시의적절한 지혜를 내놓아서 우리가 아무리 감탄한다 해도, 기억을 강화하고 소설을 우리 안에 살아 있게 하는 건 바로 감동이기 때문이다. --- p.163

읽기와 쓰기가 여성성에 의해 ‘오염’되었다는 관념은 서구의 집단 심리에 깊이 박혀 있다. 그리고 크나우스고르의 말은 옳다. 이런 생각에는 정신 나간 구석이 있다. 읽고 쓰는 능력이, 근대 인간사의 위대한 발전이 계집애 같은 짓으로 비하되고(크나우스고르는 자기가 이런 뜻으로 말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성의 일로 치부되다니? 수백 년에 걸쳐 특정 계급만 읽고 쓸 수 있는 특권을 가졌고, 그 특권층에서도 소녀들이 아니라 오로지 소년들만 최상급의 교육을 받았고, 버지니아 울프조차도 《자기만의 방》에서 쓰라린 억하심정으로 이 문제를 토로한 마당에, 어쩌다 우리는 그런 괴상한 문화적 함의에 다다른 걸까? 그리고 나아가 문학 자체가 어떤 식으로든 여성적이라면 어째서 여성들은 문학적 경쟁에서 쫓겨나는 걸까? --- p.183

최소한 모든 감정은, 그것이 광기든 절망이든, 품격 있는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 p.235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과정이다. --- p.237

이것은 특별하고 흔치 않은 사례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개인이 상상해온 비전이 꽃을 피우는 것. 다른 곳으로 가고자 하는 비전, 자아를 다른 각도로 보는 비전은 치료의 일부가 될 수 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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