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 경은 돼지가 '소위 불결하다고 열거된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신성한 동물이었다. 돼지를 먹지 말라는 이유는 대부분의 동물이 원래는 신성한 동물들이기 때문이었다.' 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돼지 혐오의 이유를 밝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양,소,염소도 역시 중동지방에서 숭배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지만 그런 동물의 고기는 그 지역의 모든 민족들과 종교 집단들에 의해 즐겨 식용되고 있다. 특히 시나이산 기슭에서는 황금 송아지가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던 까닭에 프레이저의 논리에 따르면 히브리인들에게는 돼지보다 소가 훨씬 더 불결한 동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 논리적인지 모른다.
--- p.47
원래 포트래취의 어의(語意)에는 가진 자들이 주고, 못 가진 자들이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갖지 못한 자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는 이웃부락의 추장이 위대한 인물이라고 인정만 하면 된다. 모든 사회가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회가 경쟁적 축제에서의 성공을 항상 명성과 연결시켜 주지는 않는다. 명성을 얻어내는 원천으로서 경쟁적 축제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콰키우틀족의 추장들은 재분배라는 일종의 경제행위를 한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많은 개개인들의 노동력에 의해 모은 생산품을, 여러 집단의 개인들에게 각기 다른 양으로 재분배한다.
--- p.62
우리는 거의 대부분이 전쟁을 생태학적 안전장치라고 보기보다는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에 의해 안정된 인간의 생태적 관계들을 파괴하려는 위협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죄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원시 전쟁을 생태학적 적응으로 보는 나의 견해가 요새 유행되는 공격적 본능 이론들보다는 현대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여러 전망들에 대해 보다 낙관론적 근거들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인간의 선천적인 살해본능 때문이라면, 전쟁방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전쟁이 인간의 삶의 실제적 조건들과 이해관계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런 생존조건들과 이해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전쟁의 위협을 줄일 수 있을것이다.
--- p.70-71
아주 기이하게 보이는 신앙들이나 관행들이라 해도 면밀히 검토해보면, 평범하고 진부하며 '통속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상황,욕구,활동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에서 밝히고 싶다. 진부하고 통속적인 원인들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그것들이 성,에너지,바람,비 등등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현상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현상들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 p.17 ---서론 중에서
병들고 상한 수소를 건강한 수소로 대체할 수 없는 인도의 농부는 마치 고장난 트랙터를 대체하거나 수선할 능력이 없는 미국의 농부와 흡사한 처지가 된다. 그러나 인도의 상황과 미국의 상황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즉 트랙터는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수소는 암소가 낳는다. 암소를 소유한 농부는 소소를 생산해낼 공장을 갖는 셈이 된다.
--- p.25
그들은 그녀의 두 손을 밧줄로 묶어 공중에 매달았다.-이 고문은 스트라페이도라 한다.-그녀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고백을 할테니 내려놔 달라고 애걸했다.땅에 내려지자 그녀는 '아버지,그들을 용서하옵서소.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옵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중에서. 어딘가 예수그리스도의 말과 흡사하지 않은가?
--- p.197
15세기에서 17세기 사이, 유럽에서는 50만 명이 마녀 혹은 마법사라는 죄목으로 화형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악마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중을 날아다닌, 단 한 가지 죄만으로도 수많은 마녀들이 화형당했다. 나는 마법의 수수께끼를 독립된 두 개로 분류하고 싶다. 하나는 사람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있다고 믿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또 하나는 이와는 전혀 다른 문제로 16세기와 17세기에 이런 마녀 사상이 그토록 널리 일반화된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이 두 가지 수수께끼가 모두 그 나름대로의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해답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마녀들은 무엇 때문에, 무슨 수로 하늘을 날아 악마의 연회에 참석했는가.
---pp.195-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