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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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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8.0 리뷰 8건 | 판매지수 8,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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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8g | 133*200*20mm
ISBN13 9788954651844
ISBN10 895465184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그와 함께했던 봄과 여름이
쏟아져들어왔다…
- 보편과 특수, 허위와 진정성의 경계를 지우고 독자들 앞에 선보이는 ‘그’와 ‘그’의 사랑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서사적 역동성으로 젊고 강렬한 사랑을 그려내는 신인작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출간되었다.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Auto」로 등단할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구효서, 은희경으로부터 “퀴어의 사랑과 이별, 기억, 시간, 장소, 글쓰기 등의 다양한 무늬를 점프 컷과 소격효과 등의 기법을 통해 노스탤지어라는 캔버스에 개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후 “재기가 넘친다고나 할까. 읽힐 힘을 지닌 작품”(문학평론가 김윤식, 『문학동네』 2017년 가을호), “순간의 감정과 감각에 충실하는 가벼움을 보이면서도, 결코 쉽사리 그 대상을 애도해서 떠나보내지 않는 소설 세계”(문학평론가 강지희, 『자음과모음』 2018년 여름호), “한국문학사에서 퀴어소설의 계보도를 그린다면 가장 빛나는 위치에 두어야 할 소설”(문학평론가 한설, 『문학동네』 2018년 봄호) 등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이 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 라는 수식어로부터 파생될 다양한 ‘첫’ 느낌들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작품집. 뜨겁고 아름답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컬리지 포크_007…… 『문학동네』 2017년 여름호
여름, 스피드_053…… 『악스트』 no. 013 2017. 7/8
디스코 멜랑콜리아_093…… 『실천문학』 2016년 겨울호
라스트 러브 송_123…… 『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
밝은 방_153…… 『현대문학』 2016년 4월호
Auto_181……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해설│권희철(문학평론가)
사랑의 글쓰기_251

작가의 말_276

저자 소개 (1명)

책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좋아.”
하고 그가 반말로 내게 말했을 때, 나는 그와 자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고 틀릴 거라면 예감하지 않았다. ---「컬리지 포크」중에서

그러니 이제는 말할 것이다. 도리 없이 지체 없이. 내가 가진 모든 패를 다 보여주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다. 그건 페어한 게임도 나의 방식도 아니었다. 부디 나보다 나의 글이 더 진실할 수 있기를. 그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조금 더 그럴 수 있는 기분이 되었다. ---「컬리지 포크」중에서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숨막히게 덥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속에서 오직 아는 사람이 너뿐이라는 사실이 어이없게 든든한데 그가 다시 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나는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고, 그건 반복되는 토포스거나 사실 나는 당신을 이미 마흔 번쯤은 사랑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언제나 기대했던 기시감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기시감과 패턴만을 사랑해왔던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 ---「디스코 멜랑콜리아」중에서

상경 후, 내적 갈등을 끝낸 스물네 살 겨울 이후로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 적이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과 사람과 사실과 사정과 사건이 내가 게이라는 걸 지시하거나 게이가 아님이 아님을 지시했으니까. 나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 사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건 좋았다. 정말 좋았다. 그게 내 기쁨이었다. 매분 매초, 이제껏 나를 가려왔던?내가 가려왔던 베일을 벗고 선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면을 발견하고 조명하는 것. 그건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나는 언제나 더 많이 살고 싶어했으므로 그건 내게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라스트 러브 송」중에서

기적 같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건 비단 나의 지난 연애에서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패착이기도 했다. 당신과 내가 만난 건 기적이에요. 거기에다 당신과 내가 게이일 확률을 곱해버리면 그 기적은 무한대가 되어버렸다. 그 환상이 사그라들 때쯤 혹은 그 환상이 일방적으로 폐기되었을 때 패착은 집착으로 변해버린다. 끝은 천차만별로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끔찍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확실히 좀 다르지 않은가, 아니다 우린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다른 거 하나 없이 우리 뻔하게 남들처럼 오래 하자 운운. ---「라스트 러브 송」중에서

굳이 국립국어원에서 ‘이성 간의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사랑’으로 정의하더라도 우리의 사랑은 존재한다. 나 역시 도저히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그것을 하고 있으며, 나와 나의 남자친구는 이 세계에서 여전히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군색한 상태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사랑처럼 사랑을,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 어떤 속박에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시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언제나 재발명되어야 하듯, 사랑에 대한 정의도 재발명,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햄버거가 되었듯, 더 이상 ‘Films=영화’는 아니듯, 그리하여 언젠가는 퀴어가 퀴어가 아니게끔.
---「Auto」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내’가 쓰기에 Auto,
내가 ‘쓰기’에 Fiction
―이별의 시간을 채우는 사랑의 글쓰기


교토조형예술대학 문예표현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온 ‘나’.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도 이 년 넘게 한집에서 살다가 그에게 새 애인이 생긴 뒤 교토로 건너왔다. 그런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사람이 있었으니, 창작 수업을 맡은 ‘에하라 교수’. 에하라 교수와 나는 일대일로 만나 문학작품을 함께 읽는다. 그러고는 학기말에 교수에게 창작품을 제출하면 되는 수업.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에하라 교수의 교수실 문에 붙은 음란한 낙서들과 게이들이 이용하는 데이팅 앱에서 캡처된 에하라 교수의 사진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도 너무나 손쉬웠다. 손쉬운 만큼 너무 위험했다. 그리고 그도 나도 터무니없이 나약했다.”(30쪽) 하지만 사진과 낙서를 모두 없앤 나는 에하라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강렬하게 빠져든다. 에하라 교수가 나에게 단순히 ‘fuckable’한 존재에서 ‘바르트의 텍스트’가 된 것이다. 나는 에하라 교수의 “은유의 막을 찢고 싶”어한다(34쪽). 두 사람의 관계는 ‘여름의 끝’까지, 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에서 오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그런 자신과 같은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은유의 막’을 찢는 과정, 요컨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의 글쓰기’는 어떤 창작품으로 에하라 교수에게 제출될 것인가. 이 소설집의 문을 여는 단편 「컬리지 포크」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표현처럼 ‘읽힐 힘을 지닌 작품’으로 독자를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작가의 등단작 「Auto」는 「컬리지 포크」의 전사로 읽힌다. 후자가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의 일들을 담고 있다면, 전자는 그 남자친구가 이별을 고하고 ‘나’가 이별의 시간, 남겨진 시간, 기다리는 시간을 응시하고 견디는 시간을 그린다. “시간을 견딜 수 없어.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다”(190쪽)에서 “기다리는 시간, 그가 돌아올 시간, 그가 노력을 해보겠다는 시간, 그러니까 모든 시간, 시간, 시간”(198쪽)에 이르기까지, 중편 「Auto」는 강렬했던 사랑이 뜻하지 않은 순간 종말을 맞이한 뒤 그 이별의 시간을 사랑과 사랑의 대상에 대해 곱씹고 다시 말하고 쓰는 행위로 채우는 과정에 대한 일종의 메타픽션으로 읽힌다.

이 글을 쓰며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고, 떠올리고 그것을 잇는 것이 거의 다였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진짜였다. (217쪽, 「Auto」)

이렇듯 『여름, 스피드』는 “‘사랑의 글쓰기’의 실천이다. 강렬했던 사랑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랑의 대상에 대해 쓰기, 허무하고 진부한 연애사건으로 (잘못) 기억될 뻔했던 것을 사랑으로 다시 쓰기로 요약될 만한 이 소설집은.”(256쪽, 문학평론가 권희철 해설에서)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이 계절을 주고 싶다. 날씨를 주고 싶어.
그건 내가 아는 최고의 선물.
―누더기가 되어가는 시간과 기억/ 새로운 시간과 기억의 탄생


남겨진 사람, 기다리는 이가 느끼는 감정은 표제작 「여름, 스피드」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할당되어 있다면 그 총량의 구십 퍼센트를 나는 영우에게 써버렸다. 그 시간은 절대로 돌이키고 싶지 않으며 그건 돌이킬 가치도 없는 죽은 시간이었다”(66쪽)고 고개를 젓는 ‘나’에게 어느 날 문득, 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뜬금없는, ‘영우’의 페이스북 친구 신청. 영우는 내가 난생처음 적극적으로 대시했던 상대이자, 어떤 언질도 없이 잠수를 타버린 사람이다. 그런 영우가 6년 만에 친구 신청을 해온 것이다. 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간신히 추스른 뒤 ‘밥 한번 대접하고 싶다’는 영우의 메시지를 수락한다.
나는 영우와의 재회가 자연스러웠다고,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나는 그때의 나와 달리 여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일방적인 이별을 당하고 6년이 지나서까지도, 그러니까 영우가 친구 신청을 하기 바로 전날까지도 나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영우와의 재회에서도 나는 계속 성적으로 어필하려 애쓰며, 조금만 더 있자고 붙잡는 영우의 말에 중요한 미팅까지 포기한다. “형, 사실은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87쪽)라는 영우의 말을 듣고도,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다가도, 결국 다시 되돌아오는 나이다.

영우는 천천히 팔을 저으며, 동시에 조금은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네가 그 표정까지 짓는 걸까. 그 표정까지 가지려는 걸까. (88쪽, 「여름, 스피드」)

이것이 단순히 그때나 지금이나 두 사람 사이에서 갑이 영우이며 을이 나이기 때문일까. 세상에 대해서나 사랑에 대해서나 턱없이 기대가 낮은 게이라는 정체성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건 아닐까.

오직 한 사람이 날 거부한 것이었지만 나는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건 잘 구별이 되지 않을까. 그 마음이 나를 괴물로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애써 구별하지 않았을까. 비슷하게 생긴 사람 둘이 붙어먹는 것도 참 못 볼 꼴이죠, 라고도 언젠가 내게 말했을 때, 그건 나를 떼어놓기 위해 돌려 했던 말이라고 생각했지 자기부정이었다는 생각은 왜 못해봤을까. (…) 너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여정餘情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고. 아이러니도 슬픔도 그애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그애에게 줄 수 없다고. 나는 이게 내 배역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거 착각이냐고, 혹시 이런 내가 미친 거냐고. (90~91쪽, 「여름, 스피드」)

갑작스러운 연락은 ‘부고訃告’로도 온다.(「라스트 러브 송」) 보름간 만났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던 형. 형이 죽었다고. 나에게 있어 형은, 내가 사랑하는 데 지쳐 있을 때, “내가 사랑만 하지 않으면 얻을 것은 너무 많다”(133쪽)고 생각할 때 나타나 나를 사랑해주었던 사람. 형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고 다시 “어쩜 이렇게 매번 똑같냐”(133쪽)의 상태로 돌아간 내가 느끼는 열패감은 이전의 것보다 골이 더 깊었으니, 형을 보름간 만나며 “그 어떤 하나로 결정짓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이. 그것을 보며 나는 여지없이 나와 나 비슷한 사람들에게 투영하기도 했었기”(143쪽) 때문이다. 장례식장을 향하는 내 안의 복잡한 감정과 더불어 혼란스럽게 쏟아지는 독백체 문장들은, 형의 죽음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내가 모르는 형을 그녀는 알고 그녀가 모르는 형을 내가 안다는 사실에 나는 달려가 말하고 싶지만, 먼저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아야 했다.
여전히 붙박인 채로 질문해. 순간일 뿐인 감정과 어쩌면 영원해질지도 모를 마음을 나는 여기에 오지 않고는 분별할 수 없었던 것일까? 어쩌면 나는 기다릴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을까? 그렇다면 당신의 죽음은 기다림의 시작일까 소멸일까? 나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151쪽, 「라스트 러브 송」)

사랑은, 사랑의 대상은, 사랑의 기억은 아무리 많이 말해도 언제나 아직 덜 말한 것이 남게 된다. 「디스코 멜랑콜리아」의 ‘그’와 ‘나’에게도 그러하다. “아는 척과 모르는 척. 둘 중에 무엇이 날 망쳐왔는지 모르겠다”(100쪽)고 말하는 나는, 그러나 또 한번 ‘모르는 척’을 고수한다. 처음 만난 남자와 그리 낯설지 않은 과정으로 진행되는 데이트에서.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야 재미있으니까. 불현듯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언제나, 이렇게,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마다 하게 되는 망상 속에서(여태까진 망상이었지만!), 특히나 이 차 안에서라면 나는 그에게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죽겠구나, 하면서도 그를 따라간다. 그것 역시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스릴이야?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폭력의 두려움보다 거절의 두려움이 더 크고, 그걸 변명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 (99쪽, 「디스코 멜랑콜리아」)

다 알지만 넘어가는 척하는 ‘나’는 사실 이전 관계들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애도 불능의 상태’다. 누군가에게 작업을 걸고, 쉽게 빠지고,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관계일지 생각하는 대신, 함께 있는 그 찰나에 완전히 집중한다. 그러므로 불안은 늘 따라다니고, 스스로에 대한 비하, 상대에 대한 불신, 그로 인한 우울감이 노출될 수밖에. 설렘과 초조 사이에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이런 문장들은 그리하여 더욱더 아찔하게 느껴질 수밖에. “정신을 잃을 만큼 습하고 더운 올여름을, 소월길의 안개와 승강장의 바람을,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이 계절을 주고 싶다, 날씨를 주고 싶어, 그건 내가 아는 최고의 선물이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120쪽)와 같은 문장들.

“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_‘작가의 말’에서

이 아름다운 연애 소설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종종 글을 쓰는 ‘나’의 자의식을 드러낸다. “글을 쓴다. 그를 쓴다.”(212쪽, 「Auto」) “너에 대한 글은 쓰고 싶지 않다고, 제발 너에 대한 글을 쓰게 하지 말아달라고”(120쪽, 「디스코 멜랑콜리아」)”, “오늘밤은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 밤, 나는 쓸 수 있다. 나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50쪽, 「컬리지 포크」)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부모와의 갈등, 사회적 편견과 억압적 시선에 옴쭉달싹 못하거나 자조적 태도로 웅크리는 것이 아닌, 사랑을 하고, 그 끝을 글로 담아내고, 그러면서 사랑을 재확인 혹은 새로이 기억에 갈음하는 일인칭의 ‘나’들. 그리고 그 글을 쓰고 있는 작가 김봉곤. 작가와 작품 속 화자들의 거리감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지는 데서 오는 묘한 신비감까지 더하여 이 소설집을 이제 세상에 선보인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토록 생각 많은 화자가, 이토록 관계를 예민하게 분석하는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풍덩 들어갔다 나온 곳에 남긴 흔적을, 바닥을 적신 물기를 바라봅니다. 어쩌면 프루스트가 말한 종이꽃, 수중화水中花가 피어나는 곳의 성질도 이와 같았을까요. 그럼 작가의 문장이, 문장 속 과거가 현재의 독자를 만나 천천히 부풀 때, 그 문장은 예전 것일까요, 지금 혹은 미래의 것일까요. 정확히 답할 순 없지만 ‘타인의 몸’이라는 아주 먼 장소에서 온 문장이 이렇게 또 당신을 만납니다. 삶을 두 번 사는 방식으로, 수중화가 됩니다. _김애란(소설가)

그는 사랑의 글쓰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러니까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것이 제어불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 이런 통로를 만들어두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죽음이라는 굴욕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감각적이고 감정적으로 우리를 전율케 하는 삶의 풍요로움이 없다면, 저 지혜롭고 찬란한 사회적 의미며 가치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_권희철(문학평론가)

회원리뷰 (8건) 리뷰 총점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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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여름, 스피드 - 김봉곤 소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시골아낙 | 2018.09.19 | 추천17 | 댓글26 리뷰제목
우리나라에도 자기의 삶을 반영하고 드러내놓는 글을 쓰는 게이소설가가 등장했다. 이름은 약간은 촌스러운 김봉곤이건만(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본명이 김봉남인 앙드레 김 선생이 생각났다) 그의 소설은 정말 쿨하고 솔직하고 거침 없다. 가히 한국 소설가의 재발견이라고 이름붙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심찮게 블친님들의 글에서 그를 발견했었지만 큰 관심을 두지
리뷰제목

우리나라에도 자기의 삶을 반영하고 드러내놓는 글을 쓰는 게이소설가가 등장했다. 이름은 약간은 촌스러운 김봉곤이건만(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본명이 김봉남인 앙드레 김 선생이 생각났다) 그의 소설은 정말 쿨하고 솔직하고 거침 없다. 가히 한국 소설가의 재발견이라고 이름붙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심찮게 블친님들의 글에서 그를 발견했었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예스24 문학학교 당첨으로 결국은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 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책은 Auto와 그 후 발표한 중.단편을 묶어놓은 소설집이다. 문학학교에 가기 위해 부랴부랴 '여름, 스피드'만 읽었다. 유일하게 읽은 '여름, 스피드'의 느낌 때문인 지, 직접 들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때문인 지, 속지에 적어준 구구절절한 글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다정을 타고난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를 만나니 상상했던 매력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조용한 목소리임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매력, 그의 몸집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골방에 틀어박혀 퀴퀴하게 글만 써대는 소설가의 모습은 없다. 밝고 경쾌하고 유쾌한 바로 바로 요즘 소설가의 등장이다.  

 

그의 소설은 게이의 삶, 자신의 정체성에 기반하고 있다. 실린 소설 모두가 게이의 사랑이야기이다.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사랑을 추억하다가 다시 만나서 또 사랑에 빠질 것을 예감하는 이야기, 사랑을 얻기 위해, 사랑에 빠졌을 때,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들, 사랑에 관한 그것들을 지치지도 않고 이야기한다.

 

'컬리지 포크'는 교환학생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그 곳의 교수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여름 스피드'는 조금 사귀다가 헤어져서 연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과거의 그가 연락을 해오고 다시 만나자 마자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을 예감하는 이야기, '디스코 멜랑콜리아'는 나이가 많은 남자를 처음 만나 나의 고향을 방문했다가 돌아온 이야기, '라스트 러브송'은 죽어버린 전 애인을 추억하는 이야기, 'Auto'는 사랑이 식어버린 연인과의 과거를 그리워하다가 결국은 붙잡지 못하는 이야기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소설은 여름, 스피드다. 표제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충분할만 큼 매력적이다. 쿨하고 사뿐한 문장때문에 마음이 살랑거린다. 독립영화 감독이고 이제 막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6년전에 만났다가(사귐이라고는 할 수 없는) 좋지 않게 헤어진 영우가 페이스북 친구신청을 해온다.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있는 나는 영우를 다시 만나고 과거의 여러 곳을 떠돌다가 한강으로 향한다. 이기적이고 영리한 영우는 나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는 말을 한다. 

 

"내가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왜 나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지 말해줄 수 있어? 왜 지난 남자들이 나한테 친구가 되어달라는지 너는 말해줄 수 있어? 헤어지자고 돌려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이었고 나는 모조리 거절했어. 그래서 나는 그 이유를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거든."

 

그에게 다시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은 풍경이 모두 제색을 찾는 환해지는 아침, 한강을 유영하는 영우를 보면서 스스로 배반해버린다.  

 

- 너한테 다시는 휘둘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얀 빛이 쏟아지는 출구를 통과하는 즉시 나는 그럴거라고 반드시 그럴거라고 다짐했다.....해는 더 이상 밝아지지 못할 정도로 환해졌다...실루엣으로만 보이던 풍경이 모두 제 색을 되찾았다....영우는 숨이 가쁜 지 저멀리에서 가만히 멈추었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다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조금 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그애가 보였다. 강물의 흐름을 따라, 어쩌면 유속으로 또 어쩌면 여름의 속도로 영우가 내 앞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절절한 마음을 가볍게 표현하는 톤이, 내가 더 사랑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이 마음에 든다. 이 소설은 이터널 선샤인을 생각나게 한다. 아무리 잊으려고 노력해도 사랑했던 기억을 삭제해도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똑같은 사람에게 끌리고 또 사랑에 빠진다.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웃통을 벗은 뒷 모습의 남자 그림(Henry Scott Tuke, Beach Study)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볼 수록 청량한 "여름, 스피드"와 너무 잘 어울린다. 

 

사랑을 하면 쓰고 헤어지면 또 쓰고 다시 만나기 위해 또 쓴다. 그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사랑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분들은 애시당초 이 소설들을 읽을 맘을 먹지 말아야 한다. 김봉곤을 포기해야 한다. 남성간의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도 등장하니 거북한 분들도 읽지 말아야 한다 - 그런데 고작 그 이유로 김봉곤을 포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이다. 게이소설가의 탄생, 오로지 사랑 밖에 모르는, 환하고 지긋지긋한 사랑을 쓰기 위해 사는 그의 이름은 김봉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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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김봉곤 : 여름, 스피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문학계의손흥민 | 2018.09.1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여름날 읽고 리뷰를 잊고 있었다땀 흘리는 계절과 어울리는 책이다끈적하고 씩씩함이 있다*그렇다고 귀여워서 감탄까지 할 것 까진 없다고 생각했다뭘 감탄까지 했어 그냥 좋았으면 충분하지*너무 좋아서 광대가 아플 지경인데 그렇게 한껏 좋아지는 기분 가운데 그의 뒷모습을 본다, 어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 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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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읽고 리뷰를 잊고 있었다

땀 흘리는 계절과 어울리는 책이다

끈적하고 씩씩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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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귀여워서 감탄까지 할 것 까진 없다고 생각했다

뭘 감탄까지 했어 그냥 좋았으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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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서 광대가 아플 지경인데 그렇게 한껏 좋아지는 기분 가운데 그의 뒷모습을 본다, 어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 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숨막히게 덥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속에서 오직 아는 사람이 너뿐이라는 사실이 어이없게 든든한데 그가 다시 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나는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고, 그건 반복되는 토포스거나 사실 나는 당신을 이미 마흔 번쯤은 사랑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언제나 기대했던 기시감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기시감과 패턴만을 사랑해왔던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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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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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여름, 스피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책읽냐옹 | 2018.09.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 한여름의 찐득한 습기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사이다같은 청량함으로 속이 시원하게 내려갔다가 표지를 한 번 또 보고 아, 표지 진짜 맘에든다를 연발하며 읽었던. 사랑이 사랑이지 뭐가 달라 하다가도 그래, 이런 사랑은 좀 다르긴 하네. 이런 사랑도있고 저런 사랑도 있는거지 뭐.날것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준 소설. 그는 사랑만 하다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하다. - 굳이 국립국어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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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찐득한 습기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사이다같은 청량함으로 속이 시원하게 내려갔다가 표지를 한 번 또 보고 아, 표지 진짜 맘에든다를 연발하며 읽었던.

사랑이 사랑이지 뭐가 달라 하다가도 그래, 이런 사랑은 좀 다르긴 하네. 이런 사랑도있고 저런 사랑도 있는거지 뭐.

날것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준 소설. 그는 사랑만 하다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하다.


- 굳이 국립국어원에서 '이성 간의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사랑'으로 정의하더라도 우리의 사랑은 존재한다. 나 역시 도저히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그것을 하고 있으며, 나와 남자친구는 이 세계에서 여전히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p.188)


-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p.278,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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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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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문장들이 너무 좋아요ㅜㅜ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hhjj904 | 2018.10.31
구매 평점5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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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6119 | 2018.09.29
구매 평점5점
역시. 기대했던만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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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west |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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