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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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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8.4 리뷰 14건 | 판매지수 13,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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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8g | 133*200*20mm
ISBN13 9788954651844
ISBN10 895465184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그와 함께했던 봄과 여름이
쏟아져들어왔다…
- 보편과 특수, 허위와 진정성의 경계를 지우고 독자들 앞에 선보이는 ‘그’와 ‘그’의 사랑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서사적 역동성으로 젊고 강렬한 사랑을 그려내는 신인작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출간되었다.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Auto」로 등단할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구효서, 은희경으로부터 “퀴어의 사랑과 이별, 기억, 시간, 장소, 글쓰기 등의 다양한 무늬를 점프 컷과 소격효과 등의 기법을 통해 노스탤지어라는 캔버스에 개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후 “재기가 넘친다고나 할까. 읽힐 힘을 지닌 작품”(문학평론가 김윤식, 『문학동네』 2017년 가을호), “순간의 감정과 감각에 충실하는 가벼움을 보이면서도, 결코 쉽사리 그 대상을 애도해서 떠나보내지 않는 소설 세계”(문학평론가 강지희, 『자음과모음』 2018년 여름호), “한국문학사에서 퀴어소설의 계보도를 그린다면 가장 빛나는 위치에 두어야 할 소설”(문학평론가 한설, 『문학동네』 2018년 봄호) 등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이 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 라는 수식어로부터 파생될 다양한 ‘첫’ 느낌들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작품집. 뜨겁고 아름답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여름, 스피드

컬리지 포크_007…… 『문학동네』 2017년 여름호
여름, 스피드_053…… 『악스트』 no. 013 2017. 7/8
디스코 멜랑콜리아_093…… 『실천문학』 2016년 겨울호
라스트 러브 송_123…… 『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
밝은 방_153…… 『현대문학』 2016년 4월호
Auto_181……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해설│권희철(문학평론가)
사랑의 글쓰기_251

작가의 말_276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름, 스피드

“좋아.”
하고 그가 반말로 내게 말했을 때, 나는 그와 자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고 틀릴 거라면 예감하지 않았다. ---「컬리지 포크」중에서

그러니 이제는 말할 것이다. 도리 없이 지체 없이. 내가 가진 모든 패를 다 보여주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다. 그건 페어한 게임도 나의 방식도 아니었다. 부디 나보다 나의 글이 더 진실할 수 있기를. 그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조금 더 그럴 수 있는 기분이 되었다. ---「컬리지 포크」중에서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숨막히게 덥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속에서 오직 아는 사람이 너뿐이라는 사실이 어이없게 든든한데 그가 다시 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나는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고, 그건 반복되는 토포스거나 사실 나는 당신을 이미 마흔 번쯤은 사랑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언제나 기대했던 기시감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기시감과 패턴만을 사랑해왔던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 ---「디스코 멜랑콜리아」중에서

상경 후, 내적 갈등을 끝낸 스물네 살 겨울 이후로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 적이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과 사람과 사실과 사정과 사건이 내가 게이라는 걸 지시하거나 게이가 아님이 아님을 지시했으니까. 나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 사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건 좋았다. 정말 좋았다. 그게 내 기쁨이었다. 매분 매초, 이제껏 나를 가려왔던?내가 가려왔던 베일을 벗고 선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면을 발견하고 조명하는 것. 그건 다시 한번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나는 언제나 더 많이 살고 싶어했으므로 그건 내게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라스트 러브 송」중에서

기적 같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건 비단 나의 지난 연애에서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패착이기도 했다. 당신과 내가 만난 건 기적이에요. 거기에다 당신과 내가 게이일 확률을 곱해버리면 그 기적은 무한대가 되어버렸다. 그 환상이 사그라들 때쯤 혹은 그 환상이 일방적으로 폐기되었을 때 패착은 집착으로 변해버린다. 끝은 천차만별로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끔찍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확실히 좀 다르지 않은가, 아니다 우린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다른 거 하나 없이 우리 뻔하게 남들처럼 오래 하자 운운. ---「라스트 러브 송」중에서

굳이 국립국어원에서 ‘이성 간의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사랑’으로 정의하더라도 우리의 사랑은 존재한다. 나 역시 도저히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그것을 하고 있으며, 나와 나의 남자친구는 이 세계에서 여전히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군색한 상태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사랑처럼 사랑을,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 어떤 속박에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시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 언제나 재발명되어야 하듯, 사랑에 대한 정의도 재발명,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햄버거가 되었듯, 더 이상 ‘Films=영화’는 아니듯, 그리하여 언젠가는 퀴어가 퀴어가 아니게끔.
---「Auto」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여름, 스피드

‘내’가 쓰기에 Auto,
내가 ‘쓰기’에 Fiction
―이별의 시간을 채우는 사랑의 글쓰기


교토조형예술대학 문예표현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온 ‘나’.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도 이 년 넘게 한집에서 살다가 그에게 새 애인이 생긴 뒤 교토로 건너왔다. 그런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사람이 있었으니, 창작 수업을 맡은 ‘에하라 교수’. 에하라 교수와 나는 일대일로 만나 문학작품을 함께 읽는다. 그러고는 학기말에 교수에게 창작품을 제출하면 되는 수업.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에하라 교수의 교수실 문에 붙은 음란한 낙서들과 게이들이 이용하는 데이팅 앱에서 캡처된 에하라 교수의 사진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도 너무나 손쉬웠다. 손쉬운 만큼 너무 위험했다. 그리고 그도 나도 터무니없이 나약했다.”(30쪽) 하지만 사진과 낙서를 모두 없앤 나는 에하라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강렬하게 빠져든다. 에하라 교수가 나에게 단순히 ‘fuckable’한 존재에서 ‘바르트의 텍스트’가 된 것이다. 나는 에하라 교수의 “은유의 막을 찢고 싶”어한다(34쪽). 두 사람의 관계는 ‘여름의 끝’까지, 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에서 오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그런 자신과 같은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은유의 막’을 찢는 과정, 요컨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의 글쓰기’는 어떤 창작품으로 에하라 교수에게 제출될 것인가. 이 소설집의 문을 여는 단편 「컬리지 포크」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표현처럼 ‘읽힐 힘을 지닌 작품’으로 독자를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작가의 등단작 「Auto」는 「컬리지 포크」의 전사로 읽힌다. 후자가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의 일들을 담고 있다면, 전자는 그 남자친구가 이별을 고하고 ‘나’가 이별의 시간, 남겨진 시간, 기다리는 시간을 응시하고 견디는 시간을 그린다. “시간을 견딜 수 없어.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다”(190쪽)에서 “기다리는 시간, 그가 돌아올 시간, 그가 노력을 해보겠다는 시간, 그러니까 모든 시간, 시간, 시간”(198쪽)에 이르기까지, 중편 「Auto」는 강렬했던 사랑이 뜻하지 않은 순간 종말을 맞이한 뒤 그 이별의 시간을 사랑과 사랑의 대상에 대해 곱씹고 다시 말하고 쓰는 행위로 채우는 과정에 대한 일종의 메타픽션으로 읽힌다.

이 글을 쓰며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고, 떠올리고 그것을 잇는 것이 거의 다였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진짜였다. (217쪽, 「Auto」)

이렇듯 『여름, 스피드』는 “‘사랑의 글쓰기’의 실천이다. 강렬했던 사랑이 지나간 뒤에 그 사랑의 대상에 대해 쓰기, 허무하고 진부한 연애사건으로 (잘못) 기억될 뻔했던 것을 사랑으로 다시 쓰기로 요약될 만한 이 소설집은.”(256쪽, 문학평론가 권희철 해설에서)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이 계절을 주고 싶다. 날씨를 주고 싶어.
그건 내가 아는 최고의 선물.
―누더기가 되어가는 시간과 기억/ 새로운 시간과 기억의 탄생


남겨진 사람, 기다리는 이가 느끼는 감정은 표제작 「여름, 스피드」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할당되어 있다면 그 총량의 구십 퍼센트를 나는 영우에게 써버렸다. 그 시간은 절대로 돌이키고 싶지 않으며 그건 돌이킬 가치도 없는 죽은 시간이었다”(66쪽)고 고개를 젓는 ‘나’에게 어느 날 문득, 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뜬금없는, ‘영우’의 페이스북 친구 신청. 영우는 내가 난생처음 적극적으로 대시했던 상대이자, 어떤 언질도 없이 잠수를 타버린 사람이다. 그런 영우가 6년 만에 친구 신청을 해온 것이다. 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간신히 추스른 뒤 ‘밥 한번 대접하고 싶다’는 영우의 메시지를 수락한다.
나는 영우와의 재회가 자연스러웠다고,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나는 그때의 나와 달리 여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일방적인 이별을 당하고 6년이 지나서까지도, 그러니까 영우가 친구 신청을 하기 바로 전날까지도 나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영우와의 재회에서도 나는 계속 성적으로 어필하려 애쓰며, 조금만 더 있자고 붙잡는 영우의 말에 중요한 미팅까지 포기한다. “형, 사실은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87쪽)라는 영우의 말을 듣고도, 자리를 박차고 떠나려다가도, 결국 다시 되돌아오는 나이다.

영우는 천천히 팔을 저으며, 동시에 조금은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네가 그 표정까지 짓는 걸까. 그 표정까지 가지려는 걸까. (88쪽, 「여름, 스피드」)

이것이 단순히 그때나 지금이나 두 사람 사이에서 갑이 영우이며 을이 나이기 때문일까. 세상에 대해서나 사랑에 대해서나 턱없이 기대가 낮은 게이라는 정체성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건 아닐까.

오직 한 사람이 날 거부한 것이었지만 나는 세상 모든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건 잘 구별이 되지 않을까. 그 마음이 나를 괴물로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애써 구별하지 않았을까. 비슷하게 생긴 사람 둘이 붙어먹는 것도 참 못 볼 꼴이죠, 라고도 언젠가 내게 말했을 때, 그건 나를 떼어놓기 위해 돌려 했던 말이라고 생각했지 자기부정이었다는 생각은 왜 못해봤을까. (…) 너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여정餘情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고. 아이러니도 슬픔도 그애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그애에게 줄 수 없다고. 나는 이게 내 배역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거 착각이냐고, 혹시 이런 내가 미친 거냐고. (90~91쪽, 「여름, 스피드」)

갑작스러운 연락은 ‘부고訃告’로도 온다.(「라스트 러브 송」) 보름간 만났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던 형. 형이 죽었다고. 나에게 있어 형은, 내가 사랑하는 데 지쳐 있을 때, “내가 사랑만 하지 않으면 얻을 것은 너무 많다”(133쪽)고 생각할 때 나타나 나를 사랑해주었던 사람. 형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고 다시 “어쩜 이렇게 매번 똑같냐”(133쪽)의 상태로 돌아간 내가 느끼는 열패감은 이전의 것보다 골이 더 깊었으니, 형을 보름간 만나며 “그 어떤 하나로 결정짓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경이. 그것을 보며 나는 여지없이 나와 나 비슷한 사람들에게 투영하기도 했었기”(143쪽) 때문이다. 장례식장을 향하는 내 안의 복잡한 감정과 더불어 혼란스럽게 쏟아지는 독백체 문장들은, 형의 죽음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내가 모르는 형을 그녀는 알고 그녀가 모르는 형을 내가 안다는 사실에 나는 달려가 말하고 싶지만, 먼저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아야 했다.
여전히 붙박인 채로 질문해. 순간일 뿐인 감정과 어쩌면 영원해질지도 모를 마음을 나는 여기에 오지 않고는 분별할 수 없었던 것일까? 어쩌면 나는 기다릴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을까? 그렇다면 당신의 죽음은 기다림의 시작일까 소멸일까? 나는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151쪽, 「라스트 러브 송」)

사랑은, 사랑의 대상은, 사랑의 기억은 아무리 많이 말해도 언제나 아직 덜 말한 것이 남게 된다. 「디스코 멜랑콜리아」의 ‘그’와 ‘나’에게도 그러하다. “아는 척과 모르는 척. 둘 중에 무엇이 날 망쳐왔는지 모르겠다”(100쪽)고 말하는 나는, 그러나 또 한번 ‘모르는 척’을 고수한다. 처음 만난 남자와 그리 낯설지 않은 과정으로 진행되는 데이트에서.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야 재미있으니까. 불현듯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언제나, 이렇게,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마다 하게 되는 망상 속에서(여태까진 망상이었지만!), 특히나 이 차 안에서라면 나는 그에게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죽겠구나, 하면서도 그를 따라간다. 그것 역시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스릴이야?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폭력의 두려움보다 거절의 두려움이 더 크고, 그걸 변명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 (99쪽, 「디스코 멜랑콜리아」)

다 알지만 넘어가는 척하는 ‘나’는 사실 이전 관계들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애도 불능의 상태’다. 누군가에게 작업을 걸고, 쉽게 빠지고,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관계일지 생각하는 대신, 함께 있는 그 찰나에 완전히 집중한다. 그러므로 불안은 늘 따라다니고, 스스로에 대한 비하, 상대에 대한 불신, 그로 인한 우울감이 노출될 수밖에. 설렘과 초조 사이에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이런 문장들은 그리하여 더욱더 아찔하게 느껴질 수밖에. “정신을 잃을 만큼 습하고 더운 올여름을, 소월길의 안개와 승강장의 바람을,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이 계절을 주고 싶다, 날씨를 주고 싶어, 그건 내가 아는 최고의 선물이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120쪽)와 같은 문장들.

“소설은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소설을 닮았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
나에겐 아직 더 많은 사랑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_‘작가의 말’에서

이 아름다운 연애 소설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종종 글을 쓰는 ‘나’의 자의식을 드러낸다. “글을 쓴다. 그를 쓴다.”(212쪽, 「Auto」) “너에 대한 글은 쓰고 싶지 않다고, 제발 너에 대한 글을 쓰게 하지 말아달라고”(120쪽, 「디스코 멜랑콜리아」)”, “오늘밤은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 밤, 나는 쓸 수 있다. 나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50쪽, 「컬리지 포크」)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부모와의 갈등, 사회적 편견과 억압적 시선에 옴쭉달싹 못하거나 자조적 태도로 웅크리는 것이 아닌, 사랑을 하고, 그 끝을 글로 담아내고, 그러면서 사랑을 재확인 혹은 새로이 기억에 갈음하는 일인칭의 ‘나’들. 그리고 그 글을 쓰고 있는 작가 김봉곤. 작가와 작품 속 화자들의 거리감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지는 데서 오는 묘한 신비감까지 더하여 이 소설집을 이제 세상에 선보인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토록 생각 많은 화자가, 이토록 관계를 예민하게 분석하는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풍덩 들어갔다 나온 곳에 남긴 흔적을, 바닥을 적신 물기를 바라봅니다. 어쩌면 프루스트가 말한 종이꽃, 수중화水中花가 피어나는 곳의 성질도 이와 같았을까요. 그럼 작가의 문장이, 문장 속 과거가 현재의 독자를 만나 천천히 부풀 때, 그 문장은 예전 것일까요, 지금 혹은 미래의 것일까요. 정확히 답할 순 없지만 ‘타인의 몸’이라는 아주 먼 장소에서 온 문장이 이렇게 또 당신을 만납니다. 삶을 두 번 사는 방식으로, 수중화가 됩니다. _김애란(소설가)

그는 사랑의 글쓰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러니까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것이 제어불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 이런 통로를 만들어두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죽음이라는 굴욕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감각적이고 감정적으로 우리를 전율케 하는 삶의 풍요로움이 없다면, 저 지혜롭고 찬란한 사회적 의미며 가치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_권희철(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8.4

혜택 및 유의사항?
여름, 스피드 내용 평점1점   편집/디자인 평점1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 2019.03.14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이 책을 정확하게 읽었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다.  '퀴어소설'이라는, 요즘은 이것도 장르인가보다. 단편소설이고 어느 정도 이슈가 있고 상을 받은 작품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라 생각했다. 컬리지 포크는 정성을 들여 읽었다. 좀 리얼했고 노골적이었고 대담했기에 반감이 더 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이성'이냐 아니냐? 만
리뷰제목

 이 책을 정확하게 읽었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다.  '퀴어소설'이라는, 요즘은 이것도 장르인가보다.

단편소설이고 어느 정도 이슈가 있고 상을 받은 작품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라 생각했다.

컬리지 포크는 정성을 들여 읽었다.

좀 리얼했고 노골적이었고 대담했기에 반감이 더 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이성'이냐 아니냐? 만의 문제일지는 모르겠다.

 

"나는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사실은 나를 자격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힘이 없다. 그 사실에 더 피로하고 울적해졌다. 나는 더 가라앉기 전 읽고 있던 나가이 가후의 책을 덮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을 하고 그 사랑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절절함이 담겨 있다. 그런데 남자다.

나에겐 문화적, 문학적 충격이 전해 졌는데 몇몇 서평을 보니 안그런가보다.

 

그리고 두번째 책제목과 같은 [여름, 스피드]도 읽었다.

중간에 단편들은 건너 뛰고 동아일보 신춘문예당선작인 [Auto]를 읽어봤다.

오토픽션이란 장르가 있었는지, 오토픽션에 점프컷에 암튼 잘쓰여진 글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설에서의 공감은 정말 중요하고 결정적인 읽기 요소였나보다.

적어도 나에겐 읽기 힘든 소설이었다.

 

그 중 공감된 문장을 끝으로 잠깐 구경해본 책의 리뷰를 마쳐야 할것 같다.

 

" 우리가 모든 기회비용을 내팽개치고 몰두한 비생산적인 공부와 창작활동이 무엇보다 좋은 것이라는 걸, 그것을 세상에 내어놓지도 못하고, 내어놓은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고 만들고, 글을 쓰는 행위가 이제는 삶을 살아가는 한 수행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아주 저렴한 비용에 행복해질 방법을 아는 사람일지도"

 

 

댓글 2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구매 여름,스피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99105210 | 2019.02.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품을 보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이처럼 작가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처음이다. 작가가 곧 작품이다. 퀴어는 소설 속에서 숨겨야 하거나 반전의 하나인 장치의 역할을 했다. 김봉곤처럼 나는 남자가 너무나도 좋다고 대 놓고(?)말하는 작가는 보지 못했다(2018 젊은작가상의 박상영의 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김봉곤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김봉곤의 소설은 인칭을 달리한다면 평
리뷰제목

작품을 보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이처럼 작가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처음이다. 작가가 곧 작품이다. 퀴어는 소설 속에서 숨겨야 하거나 반전의 하나인 장치의 역할을 했다. 김봉곤처럼 나는 남자가 너무나도 좋다고 대 놓고(?)말하는 작가는 보지 못했다(2018 젊은작가상의 박상영의 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김봉곤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김봉곤의 소설은 인칭을 달리한다면 평범한 소설이다. 그와 그의 사랑에서 하나의 그를 그녀로 바꾼다면. 그의 대표작 ‘여름,스피드’는 그의 작법을 나타낸다. 김봉곤의 소설은 여름철 비릿하지만 코끝을 맴도는 땀 냄새가 나는 사랑 이야기이며, 그런 사랑을 스피드 있게 찾고 대담하게 유혹한다. 아직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그들이기에 더욱 더 사랑에 목마른 것일 수도 있겠다. 어렵게 읽힌다고 좋은 글이 아니듯 쉽게 읽힌다고 가벼운 글은 아니다. 김봉곤의 소설이 의미 있는 것은 그 자신에 솔직하다는 것이다. 일면 가볍게 보이는 자기 고백의 글들은 사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어찌보면 김봉곤의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그가 스스로 퀴어임을 자각한 이후에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직한 너무나 솔직한. 그것이 김봉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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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문학과 영화와 진해와 대화와 의식과 사소설과 오토 픽션이 발가벗고... 김봉곤, 여름, 스피드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osinski | 2019.01.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컬리지 포크」 “나는 소설을 쓸 것이다. 소설을 쓰던 중 그와 그에 대하 기억을 떠올리다. 여전히 형섭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에하라 선생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도 깨달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끝내 말하지 못한 것을 나는 아쉬워한다. 글을 쓰던 어느 날, 형섭이 쿠마를 내게 안겨주고 떠났을 때 눈물을 쏟게 될 것이다. 한동안 나는
리뷰제목

  「컬리지 포크」

“나는 소설을 쓸 것이다. 소설을 쓰던 중 그와 그에 대하 기억을 떠올리다. 여전히 형섭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에하라 선생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도 깨달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끝내 말하지 못한 것을 나는 아쉬워한다. 글을 쓰던 어느 날, 형섭이 쿠마를 내게 안겨주고 떠났을 때 눈물을 쏟게 될 것이다. 한동안 나는 쓰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쓰기 시작했을 때, 당신의 사진을 보았던 날 내가 느낀 감정은 분노를 가장한 흥분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p.49) 에하라 선생과 나 사이의 한 여름의 혼곤한 관계도 관계이지만, 문장 사이를 휘청휘청 건너다니는 시간의 널뛰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쓴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사이로만 흐르는 강의 이름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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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스피드」

“영화를 만들기 직전 나는 B가 소개시켜준 갓 등단한 신인 소설가와 사귀고 있었다. 얼굴도 잘 생겼고 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말이 잘 통했고 동류의식이 있어 좋았다. 하지만 때론 나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섬세하고 예민한 자아를 가진 남자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아름답고 강렬한 동시에 정교했다. 반짝거리는 위악과 피해 의식과 불필요한 통찰력은 작품에서만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을, 견디다못한 나는 쓸데없는 꼬투리를 잡아 그와 헤어졌다. 하지만 내가 차놓고도 그에게서 벗어나기는 좀 어려웠다. 그리하여 나는 그 남자와의 일을 고스란히 그의 시점으로 바꾸어, 의문의 이별을 당하는 게이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그게······ 터졌다...” (p.59) 그렇게 덕분에 나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영화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 학교를 다닐 때 잠시 만나고 헤어졌던 영우를 만나게 되는데... 영우와 영화를 만드는 나와 게이 소설가인 그와 소설을 쓰는 작가까지 한 명의 인물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가, 아니지 아니지 영화를 만드는 나와 게이 소설가인 그까지는 한 명의 인물이지만 영우는 또 다른 인물이라고 봐야겠어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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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코 멜랑콜리아」

“너무 좋아서 광대가 아플 지경인데 그렇게 한껏 좋아지는 기분 가운데 그의 뒷모습을 본다. 어, 내 옷을 입은 당신이 저기 걸어간다. 내 옷을 입은 남자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하게 야릇하고, 이 숨막히게 덥고 사람으로 가득찬 광장 속에서 오직 아는 사람이 너뿐이라는 사실이 어이없게 든든한데 그가 다시 돌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나는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고, 그건 반복되는 토포스거나 사실 나는 당신을 이미 마흔 번쯤은 사랑해본 적이 있는 것이고, 어제나 기대했던 기시감으로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 그런 기시감과 패턴만을 사랑해왔던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사랑해버린다.” (pp.119~120) 테드가 모는 85년식 픽업으로 시작해서 남산과 아마도 진해라고 여겨지는 곳, 그러니까 시간과 공간을 디스코처럼 경쾌하게 넘나들다가 문득 멜랑콜리아...

  「라스트 러브 송」

“상경 후, 내적 갈등을 끝낸 스물네 살 겨울 이후로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 적이 없었다. 과장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과 사람과 사실과 사정과 사건이 내가 게이라는 걸 지시하거나 게이가 아님이 아님을 지시했으니까. 나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 사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건 좋았다. 정말 좋았다. 그게 내 기쁨이었다...” (p.132) 그리고 이제 그 기쁨이 미지의 것이 아니라 실체하는 형을 통해 구현될 수 있겠다 싶은 순간 사라지게 되는 사랑, 그것은 이제 결코 투사될 수 없는 미래의 풍경과도 같은 것이 되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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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방」

“아무도 지금, 여기, 이곳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근데 그 진짜라는 게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없는데, 있고, 근데 그게 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져서 허무해지고, 그러다 터지는 농담 속에 살짝 떠다니는 통찰력 정도에 감탄하며 웃어젖혔고, 그래도 웃음이 좋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여기가 아닌, 다른-같은 곳을 보고 있고, 다시 한번 따뜻한 비난과 웃음, 그리고 이어지는 시무룩함에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나둘, 조금씩 말을 잃어갔다.” (pp.174~175) 달과 신지와 윤느와 레너드와 내가 펼치는 대화와 설명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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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o」

작가의 등단작인 셈이데, 이 안에서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를 스스로 규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보여주기보다 말하는, 행동하기보다 의식을 좇는 나의 글’이라고 자신을 항변하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읽은 다른 소설들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전적으로 나에 기대어, 나를 재료 삼아 쓰는 글쓰기’라는 발표는 일종의 커밍아웃 같은 것일 게다. “오토픽션의 곤란함은 부끄러움과 그리 멀지 않다. 더 좋은 질료로 더 나은 가공을 할 수 있음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야 하는 피로함, 혹은 질료를 가공할 수 없다면 더 좋은 질료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 그러니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간 속의 무언가가, 내가, 기억될/할 만한 글의 질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의 곤란함이다. 다시 말해 쓰일 수 있을 ‘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한편, 소설에서 Auto와 Fiction은 정도의 차이일 뿐, 때로는 모든 글이 나에겐 오토픽션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나’가 쓰기에 Auto, 내가 ‘쓰기’에 Fiction.” (p.226) 다만 그의 소설을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과 같은 류의 오토 픽션으로 분류하기엔 아직 이르고 일본 사소설의 자장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 낫겠다. 여기까지, 가 될 것인지 이제부터, 가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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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 여름, 스피드 / 문학동네 / 278쪽 / 20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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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7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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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점
아무 내용도 없음. 문학성도 없고 철학도 없고 아무것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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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inganny | 2019.04.17
구매 평점5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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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s1205 | 2019.02.19
구매 평점4점
감각적인, 말 그대로 젊은 소설. 그러나 조금은 다듬어져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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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un917 | 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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