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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로드무비

아무튼, 로드무비

: 다른 사람이 되길 바란 적이 있어?

아무튼, OO-013이동
김호영 | 위고 | 2018년 06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6건 | 판매지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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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4g | 110*178*20mm
ISBN13 9791186602416
ISBN10 118660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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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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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버스와 버스가 만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내고(중간에 10분 정도 걸어가 환승하는 건 다 이 경우에 포함된다), 새로운 거리와 동네를 알게 되어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것에 나는 점점 마음을 붙였던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그 긴 서울 유랑을 즐거워하진 않았지만 딱히 지루해하지도 않았고, 다소 우울하고 고달팠지만 한편으론 소소한 재미 같은 걸 느꼈다. 팔자에 역마살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떠돎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며 방랑을 체화해가던 시기. 여행이 아니라 유랑이, 내 삶의 한 틀로 그렇게 자리잡아가고 있었다.??---「나의 로드무비는 서울을 유랑하는 버스 안에서 시작되었다」

[이지 라이더] 중반쯤, 캡틴 아메리카(피터 폰다)가 우연히 만나 함께 야영을 하던 히피 청년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이 되길 바란 적이 있어?”
히피 청년은 약간 무시하듯이 답한다.?
“만화 주인공, 포키 피그.”
캡틴 아메리카는 눈을 내리깔며 혼잣말하듯 내뱉는다.?
“나는 늘 나 자신이길 바랐어.”?
---「다른 사람이 되길 바란 적이 있어?」

[천국보다 낯선]을 보고 난 후, 나는 나의 고독의 실체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의 고독은 ‘가난’으로부터 오는 거구나.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헐벗음으로부터 오는 거구나. 의지할 사람도, 가진 돈도, 능력도 없는 삭막한 현실로부터 오는 외로움. 멀쩡한 현실 속에서 홀로 비현실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 어쩌면 살고 있어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외로움. 나는 불현듯 나의 고독과 나의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영화에 깊은 애정과 동질감을 품게 되었다. 춥고 가난했던 이십대 후반, 낡았지만 몸에 꼭 맞는 외투처럼 영화가 그리고 고독이 항상 내게 붙어 다녔다.?? ---「나의 고독은 가난으로부터 오는 거구나」

한때는 모두 뮤지션을 꿈꾸었을 그들. 어느덧?나이가 들어 각자 주어진 몫의 삶을 정신없이 살아내고 있지만, 주말이 다가오면 신촌이나 홍대 앞 거리로 어슬렁거리며 나와 근사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아다닌다. 수십 년째 손바닥만 한 신촌 일대를 유랑하는 이들에게서 어쩌다 황량한 미국 땅을 유랑하게 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내가 이상한 걸까? 어느 쪽에서든 진짜 유랑은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 그 유랑에는 항상 음악이 함께할 거라고 나는 믿는다.? ---「Rock & Road Movie」

길이 있기에 삶이 이어진다. 길은 동네와 동네,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지만, 과거와 현재도 이어준다. 길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떠올릴 수 있고, 과거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길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줄 뿐 아니라 시간과 시간도 이어준다. 시간은 늘 공간을 파괴하고 공간에 새겨진 기억 또한 앗아가버리지만, (길을 포함한) 공간은 시간을 이어주고 종종 그 기억도 되살아나게 해준다.? ---「인생은 때때로 오해에서 시작된다」

죽을 만큼 피곤했지만 어쨌든 달려야 했다. 나는 돈을 받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쪽을 향해 무조건 나아가야 했다. 그때의 그 감각을 지금도 기억한다. 충돌의 트라우마를 간직하며 사는 이들처럼, 나는 태양빛의 트라우마를 내 피부 아래, 신경세포들 하나하나에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화창한 어느 날 운전하다가 잠시 주의를 잃을 때면, 한순간 태양빛이 번쩍이며 나를 삼키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힌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다른 차나 건물을 들이받았을 때 느낄 법한 강한 충격과 진동이 온몸에 퍼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 느낌, 그 감각. 그때, 그 태양의 고속도로에서 나는 정말 공포를 느꼈던 걸까? 아니면, 온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황홀을??
---「태양 속으로, 삶은 슬프지만 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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